대법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의료법 위반 아냐"…원심 파기환송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 관련 기존 판단기준 아닌 새 기준 적용
"의료법 위반죄 물을 수 없어"…"단 이원적 의료체계 부정 아냐"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2-12-22 17:07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한의사가 진료 과정에서 보조적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천대엽) 전원합의체는 22일 한의사 A씨에 대해 의료법 위반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한의사인 피고인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어 "원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으나,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 범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면서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한의사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의료기기나 의료기술 이외에 의료공학 발전에 따라 새로 개발·제작된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한의사인 피고인은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환자를 진료하면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총 68회 촬영하고, 이를 보고 진단하는 방법으로 진료행위를 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1·2심은 모두 A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초음파 진단기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해 개발됐다고 볼 수 없고, 한의사 전문의 전문과목에 영상의학과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번 사건 판결에 앞서 의료행위의 가변성, 학문적 원리와 과학기술의 발전, 사회적 제도와 인식의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종래 판단기준을 재구성해 새로운 판단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2014년 판결을 통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대해 ▲해당 의료기기 등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해당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해당 의료기기 등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이번 판결에서 고려된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르면, ▲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춰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어 대법원은 '초음파 진단기기'에 대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X-ray)나 특수의료장비(CT, MRI)와 달리 한의사 사용을 금지한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현대 과학기술 발전의 산물로서 범용성·대중성·기술적 안전성이 담보되는 초음파 진단기기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의료전문가인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전체 의료행위 경위・목적・태양에 비춰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

전원합의체 판결인데다 판단기준이 변경됐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대법원은 "본 전원합의체 판결은 의료행위 가변성, 과학기술 발전, 교육과정·국가시험 변화, 의료소비자 합리적 선택가능성 등을 감안해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무면허 의료행위 해당 여부에 관해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판결은 의료법상 자격을 갖춘 한의사가 진단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한의학적 진단 보조수단으로 현대 과학기술 발전의 산물인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행위에 대해 의료법 위반죄의 형사책임을 지울 수 없음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판결이 이원적 의료체계를 부정하거나, 국민건강보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님을 못박았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의료법에 규정된 이원적 의료체계를 부정하는 취지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형사처벌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허용된다고 해 곧바로 한의원의 초음파 검사료가 국민건강보험 대상이 된다는 취지도 아니다"라며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보건의료정책 및 재정 영역으로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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