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분산형 임상, 우리만 너무 뒤쳐진 건 아닐까요?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04-24 06:00

국내에서 두 번째로 디지털 치료기기(DTx) 품목허가를 받은 웰트의 강성지 대표를 만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기자는 웰트 불면증 DTx ‘WELT-I(개발명: 필로우Rx)’의 '분산형 임상시험(DCT)'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앞서 웰트는 필로우Rx의 허가를 위한 확증 임상시험(의료기기 허가 전 마지막 임상시험)을 전통적인 방식의 확증 임상을 진행한 뒤, DCT를 추가로 진행했다. 

필로우Rx의 해외진출을 염두에 둔 일환이었다. 현행법상 의약품 임상시험과 달리 의료기기 임상시험은 DCT 진행이 가능한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강 대표는 당시 필로우Rx DCT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 평했다. 앞서 대면으로 진행한 확증 임상시험(의료기기 허가 전 마지막 임상시험)과 비슷한 임상 데이터를 얻기는 했지만, 전부 다 비대면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임상 참여자 모집부터 사전 검사, 시험 장소, 사전 동의, 데이터 수집 등이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것이 DCT의 핵심인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 현행 규정상 임상 참여자에 대한 동의서 작성이 자필로 작성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전세계 DCT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모더나는 자사 코로나19 백신의 연구결과를 DCT로 진행하면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 영국 옥스퍼드 대학 주관한 비대면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임상 연구에서는 참여자 1만7,500명 모집에서 SNS,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와 채널을 통한 홍보로 2만5,812명이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발간한 '2022 글로벌 임상시험 동향'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잘 나타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이나 뉴질랜드, 호주, 덴마크 등은 단일·다국가 임상에서 전체 10~12%를 DCT로 활용했다. 디지털 기술 활용으로 참여자 접근과 참여, 시험 관련 측정, 중재 방법 등을 향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비용 절감 효과까지도 갖는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내의 DCT 활용 비율은 단일국가 임상에서 1.2%, 다국가 임상에서 6.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임상시험 플랫폼 기업에 맞서는 씨알에스큐브나 제이앤피메디와 같은 국내 DCT 플랫폼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규제 개선 과제로 DCT 수행을 위한 제도 도입 방안 마련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행법상 원격의료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데다 약 배송 문제 등이 겹쳐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임상시험을 의료적인 관점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글로벌 DCT 시장은 오는 2026년까지 28억 달러(약 3조 6,97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는 보다 전향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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