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험사' 건보 정보 제공 토론회‥강력한 반대에 40분 중단

노동·시민단체 "민간보험사에 정보 제공하려는 요식 행위에 불과"
토론회 시작 전과 후에 피켓 시위 진행‥"이 토론회로 어떠한 결론 내릴 수 없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5-17 14:4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노동·시민단체들의 반대 시위 속에 '민간보험사'에게 건강보험 정보를 제공하는 토론회가 40분 정도 지연됐다.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공동으로 '건강보험자료 제공 가이드라인 토론회'를 준비했다.

여기엔 자영업자·소비자 단체, 공급자 단체, 전문 학회, 보험협회 및 소속 보험사,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반면 반대 입장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 토론회 참여 자체를 거부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토론회가 시작되기 30분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토론회가 개인 정보를 민간보험사에 넘겨주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본부는 토론회장에 직접 들어와 피켓 시위를 벌이며 토론회 중단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2시로 계획된 토론회는 40분 동안 지연됐다.

또한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는 애초 토론회에 찬반 토론이라고 알고 왔으나, 보도자료에 가이드라인 토론회로 명시된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김 보험이사는 "가이드라인은 반대 입장이 있는 상태에서 만들어질 수 없는 것 아닌가. 나는 오늘 찬반을 논의하는 자리로 알고 참석했다. 그런데 이 토론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면 참석을 거부했을 것이다. 내용을 수정하든지 정정을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 토론회는 중재안을 마련하는 자리이다. 이해관계자간 의견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상호 의견을 청취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음을 알린다. 보도자료상 어디에도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고 나와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와 동시에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토론회에 참석한 보험사가 어떻게 이해관계자가 되는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본부는 "노동·시민사회단체는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을 거부했으나, 이 자리에 이해관계자로 보험사가 앉아있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들은 정보를 제공할 시 수혜를 보는 사람들이다. 그들과 어떻게 논의를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민간보험사에 공공데이터를 넘겨주는 것 자체가 공익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공단과 심평원이 국민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향을 모색한다고 했으나, 본부는 '동그란 세모'를 만든다는 것 만큼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애초 보험사는 영리 추구 기관이다. 보험사가 개인의료정보를 취득해 공익 목적 사업이나 자선사업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보험사들에게 유리한 상품 개발 및 보험 가입 거절, 지급 거절, 보험료 인상 등에 활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정감사에서 심평원이 민간보험사 10곳에 685만 건의 개인 의료 정보를 넘겼다. 정보 요구의 이유는 '새로운 보험 상품 개발',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 등이었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심평원이 8개 민간보험사 등에 누적 6,420만 명분의 정보를 넘겼다는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 당시 보험사의 목적은 '회사 위험률 개발' 등이 목적이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과거 심평원이 큰 공분을 샀지만, 더 방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은 악용 가능성을 이유로 보험사 요구를 거절해 왔다. 그런데 그 우려가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토론회 논의는 시기상조다"고 말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개인 동의 없는 가명 정보 제공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이를 금지하는 건강보험법과 충돌한다고 분명히 했다.

2000년,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서 가명 처리한 정보를 개인 동의 없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를 강하게 반대해 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가명 처리를 했다고 해도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쉽게 재식별될 수 있다. 의료 정보는 더 쉽게 개인이 특정될 수 있고, 유출됐을 때 큰 문제가 발생하는 민감정보다. 이를 넘긴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설령 공단과 심평원이 가명 정보 자체가 아닌, 가명 정보를 활용한 결과인 통계값만 반출하더라도 그 과정에서도 얼마든 정보 유출 위험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국민건강보험법 102조는 공단과 심평원이 축적한 개인정보를 정당한 사유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개인정보법이 개정됐어도 공단과 심평원 정보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이 우선이다. 이렇게 법적 근거가 미비함에도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실손보험을 비롯한 민간의료보험의 존재 자체가 이 나라의 건강보험제도와 공적 의료체계에 대한 커다란 위협이라고 보고 있다.

게다가 지난 16일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라는 명목의 의료기관 개인정보 전자전송법이 상임위법안심사를 통과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러한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 공단과 심평원은 건강보험제도의 제대로 된 운영이라는 본연의 역할에만 충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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