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지만 역시나"‥생존과 싸우는 SMA 1형 환자는 또 외면

개정 급여 중단 기준에 '생존' 목적 투약하는 환자 내용 빠져 있어
운동기능 개선이 아니라 호흡기능 유지 목적의 1형 환자도 존재
"투여하지 않으면 영구적 호흡기 사용 상태 예상되는 환자, 운동기능 평가 면제돼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9-26 11:3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10월 1일부터 SMA 치료제 '스핀라자(뉴시너센)'의 급여 기준이 완화될 예정이다.

그런데 치료제로 '생존'을 하고 있는 SMA 1형 환자들은 여전히 외면받고 있었다.

2017년 12월 국내 허가된 스핀라자는 2019년 4월 급여에 성공했다.

하지만 환자들의 안도는 잠시 뿐이었다. 꾸준히 투여하던 스핀라자의 급여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SMA 1형 환아의 아버지인 이석현 씨는 현 급여 기준의 한계를 알리기 위해 올해 바쁘게 움직였다.

이석현 씨의 딸은 5년 동안 스핀라자를 투여하고 있으며, 올해 12살(만 10살)이 됐다. 대부분의 1형 환자는 운동기능 개선이 아니라 호흡 기능의 유지, 즉 생존의 관점에서 스핀라자 투약을 하고 있다.

2018년까지 이 씨의 딸은 1년 365일 옆으로만 누워있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인지 기능이 정상임에도 네/아니오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스핀라자 투약 이후 이 씨의 딸은 지금도 기도 절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아직 말은 못해도 모음 언어로 노래를 부르는 등 이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그러나 스핀라자의 급여 중단 기준이 발목을 잡았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스핀라자 도입용량(4회) 투여 후 5회 투여 전, 이후 매 투여 전에 임상평가(발달단계, 운동기능, 호흡기능 등)를 실시하고 있다.

직전 평가 시점의 운동기능 평가와 비교해 '운동기능의 유지 또는 개선'을 2회 연속 입증해야만 급여 투여를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스핀라자 투여 후 증상이 '유지' 혹은 '개선'되지 않으면 급여 적용이 중단된다.

이 씨의 딸은 HINE-2 나 CHOP-INTEND 점수로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급여 불승인 판정을 받은 케이스다. 운동기능 유지 또는 개선이라는 기준상에서 1형 환자 대부분은 급여 중단이라는 결과표를 받아야 했다.

메디파나뉴스는 이석현 씨를 통해 스핀라자 급여 기준의 한계에 대해 끊임없이 보도했다. 4월 6일에는 이 씨와 심평원 관계자들과의 면담이 있었고, 이 씨 딸의 급여 불승인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현재까지도 스핀라자를 투약하고 있다.

최근엔 올해 10월부터 급여 기준이 완화된다는 복지부 행정예고가 있었다.

기대를 품고 개정될 고시안을 살펴본 이석현 씨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직전 평가시점과 비교해 운동기능의 유지 또는 개선을 2회 연속 입증하지 못하거나, 영구적인 인공호흡기 사용이 필요한 경우 투여가 중단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을 뿐 '운동기능을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호흡기능 유지를 위한 목적으로 투여할 수 있다'는 근거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운동기능 개선이 아니라 호흡기능 유지를 목적으로 스핀라자를 투여받는 1형 환자에게는 고시의 개선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개정 고시안에 따르면 SMA 환자의 운동기능을 평가할 척도가 추가됐다. 운동기능은 환자의 연령, 상태 등을 고려해 생후 24개월 이하는 ① CHOP-INTEND ② HINE-2, 생후 24개월 초과는 ① HFMSE, ② RULM, CHOP-INTEND, CHOP-ATEND로 정리됐다.

급여 중단 기준에 대해서도 나름 정비가 있었다. 운동기능의 '개선(이 약 치료 시작 전의 운동기능평가와 비교) 또는 개선 후 유지(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정하는 위원회 결정에 따름)'를 2회 연속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 중 신경발달이 지속되는 청소년기(만18세 이하)까지는 잠재적인 효과를 고려해 위원회에서 판단토록 했다.

이 씨는 심각한 1형 환자가 계속해서 외면받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유일하게 이 씨의 딸이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희망은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정하는 위원회 결정에 따름'이라는 한 문장이다.

그는 "이 고시 시행 전 스핀라자를 투여 중인 환자의 중단 기준은 종전의 규정에 따르되,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은 심평원장이 정하는 위원회 결정에 따른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호흡기능 유지를 목적으로 스핀라자를 투여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어, 담당자가 바뀌거나 보험 심사가 기조가 바뀌면 이전과 같은 불승인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스핀라자는 척수성근위축증 환자의 호흡기능을 유지시켜 생존율을 높여준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런데 스핀라자의 또 다른 효과인 운동기능 개선과 생명의 위협이 적은 2형과 3형 환자 때문에 스핀라자의 생존 목적 투여가 간과되는 것 같다. 스핀라자 덕분에 호흡을 유지하는 딸에게 투여를 중단한다면, 기껏 신장 이식을 해서 삶의 질이 호전된 환자에게 어차피 투석하면 산다고 면역억제제를 더이상 주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지난 9월 22에 스핀라자 개정 고시가 예고됐지만, 전자공청회를 통한 의견수렴은 9월 25일 월요일까지였고 시행은 10월 1일부터다. 환자들은 주말과 추석 연휴를 감안하면 사실상 의견수렴 없이 고시를 강행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컸다.

이 씨는 "10월 1일 고시가 발효된다면 이제는 심사 때마다 예전처럼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딸은 HINE-2나 CHOP-INTEND에서 고개를 간신히 유지했기에 총점 1점을 받을 수 있었는데, 낙상 우려로 그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건 방문 재활선생님 뿐이다. 운동기능 평가 점수를 보조수단으로 필요하다면 이해하지만, 그 때문에 중단 기준에 해당될까봐 항상 가슴 졸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씨는 자신의 딸과 같이 생존을 위해 스핀라자를 투약하는 환아의 보호자들을 대표해 1형 환자를 위한 추가 내용을 요청했다.

대표적으로 '투여를 하지 않을 시 영구적 호흡기 사용 상태로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는 운동기능 평가를 면제한다'라는 문구 명시가 있다. 더불어 부칙 제 2조를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호흡 기능의 유지 등)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정하는 위원회 결정에 따름'이라고 보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씨는 "이렇게 해야 향후 심사위원이나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SMA 환자들이 안심하고 투약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고시의 일부 문구를 수정하거나 보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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