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한의사 초음파 사용, '신뢰'가 핵심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1-05 11:25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주변에게 물었다. '한의사가 초음파 쓴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그러자 돌아오는 반응은 '한의사가 초음파를 쓸 수 있어?', '어차피 한의원 안 가서 관심 없음', '한의사한테 초음파는 안 받을 것 같은데', '한의원에서 초음파가 필요하냐' 등등 반응은 다양했지만, 확실한 건 한의사가 초음파를 쓴다는 것에 대한 신뢰가 온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대법원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결을 낸 이후 의료계와 한의계 간 신경전이 뜨겁다. 양측은 저마다 논리를 내세우며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를 보고 있자니 핵심이 빠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의료계 측은 이번 판결 후 '한의사 초음파 사용은 오진이 문제'라며 대법원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는 대법원 판결취지와 무관하다. 대법원은 '초음파 자체가 안전하므로 한의사가 쓰는 것에 (의료법상) 위법성은 없다'고만 했다. 한의사 오진 문제는 이 사안과 별개다.

한의계 측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의협은 의료계에서 내민 '오진' 카드에 대해 '의사도 오진한다'는 식으로 받아치면서 사태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끝내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 초음파는 안전하다는데 정작 의사나 한의사나 써봤자 오진 문제가 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결국 국내 의료에 대한 국민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대법원 판결 후 의료계와 한의계 간 논쟁과 대외적 투쟁이 계속된다면, 이는 부득이하게도 국민에게 그저 '의사와 한의사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대외적인 명분이 '국민 건강'에 있다면, 명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 건강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한 후에 잘못된 진단을 낸다면, 그것은 문제가 맞다. 다만 미리 의료계가 나서서 우려하기보다는 이후에 사회와 국민이 직접 평가하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하는 것이 그저 국민에게 해로울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는 것 아닌가.

한의계 노력도 필요하다. 의료계 주장을 일일이 맞받아치기에 급급한 모습보다는, 국민으로부터 초음파 사용으로 더 나은 진료가 기대된다는 신뢰를 얻어내기 위한 방안과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당장 대국민 선언이라도 해서 초음파 사용이 그저 '권리'가 아닌 국민 건강을 위한 '책무'임을 스스로 깊게 새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다.

덧붙여, 대법원 판결 이후 한의협은 '초음파를 비롯한 '현대 의료기기' 활용에 적극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도 했다. 이를 보면서 '이들이 의도한 현대 의료기기는 어디까지인지, 만약 CT나 MRI라면 과연 준비가 철저히 됐는지, 국민 신뢰가 그만큼이라 자신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여러모로 모두에게 자아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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