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대법 판결에 법조계 '수긍-부당' 엇갈린 반응

법조 교수와 변호사, 대한의학회 등 공동 토론회서 입장 밝혀
현행법상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무면허 의료행위 입증 어려워
법 외 의료적 연구 등 별도 대책, 양한방 이원화 체계 변화 필요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1-18 06:04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법조계에서는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다소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17일 오후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열린 한국의료법학회·대한의료법학회·대한의학회 공동 토론회에서는 법조계 교수와 변호사가 참여해 각자 의견을 내비쳤다.

이들 중 일부는 대법원 판결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반면, 일부는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음을 명백하게 밝히기도 했다.
◆ 현행법상 한의사 초음파 사용 막기 어려워

먼저 발제자로 나선 이동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 : 법해석방법의 관점에서'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무면허 의료행위 개념에 대해 논의코자 했다.

이 교수는 "의료 면허는 고도의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 예로 의사가 의대를 다니면서 또는 그 뒤에 수련 과정에서 배운 적이 없는 의료 행위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무면허 의료행위가 되진 않는다. 그것으로 인해 자격이 정지가 되면 그때 가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똑같이 한의사에게 적용하면 한의사도 한의학에 기초한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서양의학에 기초한 의료기기를 써야만 된다'라는 식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정의할 수가 없는 것처럼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도 특정한 한의학적 지식에 바탕을 두고 제작된 의료기기여야 된다'는 법은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된 사건에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음을 짐작했다. 다만 무면허 의료행위를 밝히려면 한의사에게 자백을 받거나 간접 증거를 찾아내거나, 한방 의료가 진단 방법을 가져다 쓴다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결국은 무면허 의료행위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로 잡아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다수 의견은 '이것만 가지고는 유죄로 말하기 어렵다'라고 썼다. 이같은 의견이 앞으로 이런 사건을 기소하는 데 어려운 시그널을 준 것은 맞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과학적인 의료를 할 법적인 의무가 없는 것처럼 한의사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제3의 길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 그 길이 애매하게 갈라지면 무면허 의료행위보다는 새로운 시험적 의료처럼 취급된다"며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 현행법상으로는 대책이 많지 않다. 이는 이번 판결이 던진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패널토론에 참여한 변호사들도 각기 다른 입장과 해석을 내놨다. 이 중에도 일부는 대법원 판결에 수긍했다.

현두륜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대법원이 판단한 새로운 기준이 의학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법리적으로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고 있고, 최근 판례 경향에도 부합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이 당분간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파기 환송심에서 공소장 변경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의료법 위반에 대한 판단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현 변호사는 '양한방 이원론'에 주목했다. 현재 의료법이 채택하고 있는 이원화 체계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체계임을 강조했다.

현 변호사는 "향후 의료행위 범위를 둘러싼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번 판결로 일부 한의사는 스스로 정체성에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며 "이같은 상황이 초래된 것은 양한방 이원화 체계 특징 때문이다. 중국, 일본에 북한까지도 구분하지 않고 있다. 과학 의료기술 발달에 맞춰 이원화 체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원화 체계로 분쟁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로 인한 갈등을 법원 해석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점에 다다랐다"며 "이번 판결은 독특한 의료제도를 유지할 것인지를 고민토록 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 대법원 판결, 진실 외면·호도…"대응 연구 필요"

현행법상 의료법 위반으로 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과 달리,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명백히 부당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유화진 변호사<사진(왼쪽)>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가장 크게 문제를 느끼는 것은 최고 법원으로서 정책적 판결을 할 수 있다 할지라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해서 법리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장황한 판결문 어디를 보더라도 환자가 입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 내용은 없다. 단지 논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린 것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의료행위가 임상영역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검증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대법원 소수 의견처럼 이 사건 어디에도 초음파가 한의학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며 "이 사건은 실제로 유해가 발생했음에도 대법원은 위험이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이는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임무영 변호사<사진(오른쪽)>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지만, 의료 환경이 고려된 법적 해석에는 한계가 있음을 전제했다.

임 변호사는 "저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역대 판결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진실을 호도한 굉장히 부끄러운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판결을 그저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뒤집을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냐가 핵심 쟁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학계 상당수는 의료 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한의사 면허와 의사 면허 간 중첩적인 확장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가 있는 연구가 나오도록 의협 차원에서 진지하고 심각하게 대응하는 것이 국민 건강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오진은 이번 케이스에서 법률적 쟁점으로 들고 나서서는 안 된다. 다만 법률적 쟁점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회적 관점에서는 오진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