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한 달… 醫 "재난의료 인식 개선 필요, 컨트롤타워 정비돼야"

경찰 주도·처벌 아닌 전문가 주도·개선 위한 사후평가 이뤄져야
"준비 수준은 사회적 합의, 주도는 정부가"… 재난의료 인식 전환 촉구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2-11-30 06:09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이태원 참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철저한 사후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처벌을 목적으로 경찰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닌 개선을 위한 전문가 주도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 같은 평가를 바탕으로 국민과 정부가 재난 의료를 바라보는 인식을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태원 참사 한 달이 지난 29일 Korea Healthcare congress '재난의료 과제와 대책' 포럼에서 재난의료 전문가들은 개선을 위한 사후평가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왕순주 권역응급의료센터장
먼저 발제에 나선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왕순주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군중 압박 사고가 후진국형 사고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휴스턴 힙합 콘서트에서도 8명이 군중 압박 사고로 사망하는 등 선진국에서도 많이 일어나는 사고라는 설명이다.

특히 신속한 대응이 없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논리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왕 센터장은 "군중 압박 사고는 신속한 대응으로 인명 피해를 없애기 가장 어려운 종류의 재난"이라며 "압박으로 질식에서 사망에 이르는 5분 10분 이내에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구조할 답을 제시할 수 없다면 함부로 얘기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관심과 인식이 부족했다는 점도 되짚었다.

왕 센터장은 "사고 다음날 문의 전화가 오길래 의아했는데, 군중 눌림에 대한 한글로 된 논문이 2011년 작성한 제 것 밖에 없어 문의 전화가 온 것이었다"며 "사회가 무관심하니 돈도 관심도 없어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선진국 반열에 선 우리 수준에 걸맞은 재난 대비는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순천향서울병원 조영신 응급의학과장은 "우리가 이제 잘 사는 나라이기는 한데 (재난에 대해) 준비해 두는 여유는 없는 것 같다"며 "우리 병원이 재난에 대비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병원은 없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재난에 대한 총괄적 의료 대응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 상황실은 세월호 이후 지적을 받고 급조된 것"이라며 "이후 준비는 물론 준비를 위한 투자 여력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준비를 위해서는 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닌 개선을 위한 철저한 사후평가가 필요하다는 데에도 의견이 모였다.

김인병 대한재난의학회장은 "재난의료는 삼풍백화점, 대구 지하철 화재, 세월호 등 큰 사고가 났을 때 한 단계 개선되고 법규가 만들어지는 상황"이라며 "잘잘못 따지기가 아닌 전문가에 의한 사후평가와 대책 마련이 빠르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센터장도 "재난 후 어떤 대책을 세워 보강할 것인지가 요점인데, 그러려면 뭘 잘못했는지 알아야 개선안도 나오고 대책도 나온다"며 "관심이 꺼지기 전에 민간 전문가가 주도하고 참여해서 만든 백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응급의학의사회장은 "당시 모든 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되짚어보면서 하나씩 판단하고 결정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이는 경찰이 조사할 일이 아닌 전문가가 평가할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다고 처벌받는다면 매뉴얼은 처벌을 위한 또 하나의 족쇄가 될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며 "전문가 평가단을 만들어 모든 자료를 제공받고 전문가 시각에서 분석하고 잘잘못이 아닌 개선책을 마련하는 방법이 추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사후평가를 바탕으로 한 재난의료에 대한 전향적 태도 전환도 촉구했다.

이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일본 원자력 발전소 사고 한 달 전 울산에서 있었던 일본 원자력 발전소 안전 담당자 강의가 기억이 난다"며 "그는 관동 대지진 수준 지진이 와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한 달 만에 무너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재난 파트는 보건복지부 내 주무관 한 명이 담당자일 뿐인데, 이번 기회에 시스템과 재난의료 컨트롤타워가 정비 됐으면 좋겠다"면서 "재난은 예상을 반드시 뛰어넘는다. 어느 수준의 준비를 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이며, 이를 끌고 나가는 것은 정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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