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에 대한 시각 제각각‥정부-의료계 온도 차 뚜렷

의료계, 성 소수자 '진료 차별' 없애려는 움직임‥인권위, 별도 가이드라인 권고
성 소수자 실태조사 및 정신장애 분류에서 성전환증 삭제 등‥정부 부처 불수용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1-31 06:02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과거 '성 소수자'와 관련된 주제는 크게 부각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최근 성 소수자를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성 소수자는 성정체성, 성적 지향, 신체 등이 사회적 소수자의 위치에 하는 이들을 말한다.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동성애자, 무성애자, 간성, 제3의 성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의료계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성 소수자에 대한 '진료 차별'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성 소수자도 차별이나 걱정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의사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해 서울대 의대에서는 국내 의대 최초로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 강의가 개설됐고, 2021년에는 고대안암병원이 대학병원 가운데 최초로 '젠더클리닉'을 개설했다. 2021년 강동성심병원에도 '엘지비티큐플러스(LGBTQ+) 센터'가 만들어졌다.

이 맥락에서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라는 모임도 생겼다. "진료에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말처럼, 작은 움직임이지만 한국 의료 환경도 변화가 시작됐다고 보여진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트랜스젠더의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고, 의료 처우 배제 등의 불이익을 예방하기 위해 트랜스젠더 환자의 입원과 관련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는 트랜스젠더의 병실 입원과 관련한 별도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단지 '의료법 시행규칙' 제35조의2(의료기관의 운영기준) 제2호에 '입원실은 남·여별로 구별해 운영할 것'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트랜스젠더는 법적으로 부여된 성별과 본인이 느끼고 표현하는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바라봤다. 따라서 법적 성별만을 기준으로 남녀라는 이분법적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다른 것은 다르게 처우해야 한다'는 평등 처우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의료기관이 입원 환자를 특정 기준에 따라 구분해 병실을 배정하는 건 불가피하지만, 기준만으로 구분이 어렵거나 남·여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사람 또한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권위의 권고는 단순 권고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인권위가 성 소수자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제안한 정책 권고는 모두 불수용됐다.

앞서 인권위는 국무총리에게, 중앙행정기관 등이 수행하는 국가승인통계조사 및 실태조사에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 소수자의 존재를 파악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리고 복지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장관과 통계청장에게, 각 기관이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조사 등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 소수자 관련 조사항목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통계청장에게는 통계청이 관리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조속히 개정해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분류에서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그런데 이 권고에 대해 각 정부 부처는 "부처 실태조사의 모집단이 되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성별 정체성을 별도로 조사하지 않고 있는 바, 표본이 적어 성별 정체성 등을 조사하는 것이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회신했다.

더불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정신장애 분류에서 성전환증 삭제 관련, 통계청장은 반영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럼에도 인권위는 트랜스젠더의 인구학적 규모와 요구를 파악해 국가정책 수립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트랜스젠더가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판단을 존중하고, 이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반영해 트랜스젠더를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성소수자들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거나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천명한다. 국가의 각종 정책에서 사회적 소수 집단이 배제되는 등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해당 집단의 규모와 요구를 파악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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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2023.06.21 10:42:38

    입원시 식성이 같은 분들끼리 입원실을 사용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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