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결과만으로 '지급 보류'‥헌재, 건보공단 제도에 '헌법불합치'

사무장병원으로 확인된 의료기관, 수사시관 결과만으로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
헌재 "지급 보류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요양기관 개설자의 재산권 침해"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3-24 11:5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사무장병원'으로 확인된 의료기관은 그동안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에 따라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해 왔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라고 선고했다. 이 결정은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처음 판단한 사건이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해당 제도를 어떻게 손질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헌재에 따르면, A의료법인은 의료인의 면허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대여받아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으로 기소됐다.

이에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하는 처분을 했다.

이후 의료법인은 지급 보류 처분의 취소 등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그 소송 중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3호,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그러나 해당 제청 신청이 기각되자 2018년 11월 2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행정소송의 경우, 제1심 법원은 의료법인의 청구를 모두 인용해 건보공단 측에 지급 보류된 요양급여비 등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별도로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형사 재판에서는 해당 법인이 사무장병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져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건보공단은 곧바로 항소를 했고, 항소심 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 요양급여비용의 지급 보류에 의하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위반 사실을 확인한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 처분의 효력은 해당 요양기관이 그 처분 이후 청구하는 요양급여비용에 대해서도 미친다.

헌재는 이 사건 지급 보류 조항은 사후적인 부당이득 환수절차의 한계를 보완하고,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위험을 방지하고자 마련된 조항이라고 동의했다.

헌재는 "그렇다면 사무장병원일 가능성이 있는 요양기관이 일정 기간 동안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더라도, 이를 두고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죄 있는 자에 준해 취급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지급보류조항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사건 지급 보류 조항은 사무장병원의 개설·운영을 보다 효과적으로 규제해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지급 보류 처분의 요건이 상당히 완화돼 있는 것 자체는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헌재는 "지급 보류 처분은 잠정적 처분이고, 그 처분 이후 사무장병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져 무죄 판결의 확정 등 사정 변경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 변경 사유는 그것이 발생하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헌재는 ①지급 보류 처분의 '처분 요건' 뿐만 아니라 사정 변경이 발생할 경우 잠정적인 지급보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급 보류 처분의 취소'에 관해서도 명시적인 규율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그 '취소 사유'는 '처분 요건'과 균형이 맞도록 규정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②무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하급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 그때부터 일정 부분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③사정 변경 사유가 발생할 경우 지급 보류 처분이 취소될 수 있도록 한다면, 지급 보류 기간 동안 의료기관 개설자가 수인해야 했던 재산권 제한 상황에 대한 적절하고 상당한 보상으로 이자 내지 지연손해금의 비율에 대해 규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러한 사항들은 이 사건 지급 보류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이 입법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 한도에 그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다. 하지만 현재 이에 대한 어떠한 입법적 규율도 없다. 이를 종합하면 이 사건 지급 보류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요양기관 개설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는 "지급보류처분의 취소 사유나, 지급보류처분에 의해 발생한 요양기관 개설자의 재산권 제한 정도를 완화하기 위한 이자 내지 지연손해금 등 제도적 대안 등을 어떠한 내용으로 형성할 것인지는 입법자에게 폭넓은 재량이 부여돼 있다. 이 사건 구법 조항은 이미 개정돼 적용될 여지가 없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구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그 적용을 중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사건 현행법 조항에 대해 단순 위헌 결정을 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 확보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헌재는 이 사건 현행법 조항에 대해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2024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잠정 적용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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