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룡인·간룡인"… 간호법 진흙탕 장외전에 멍드는 보건의료계

"업무 떠넘기는 이기적 천룡인들"vs"간호법 단독 제정, 간룡인이냐"
원색적 상호비방도… 보건의료계 팀워크·사회적 인식 저하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3-10 06:03

간호법 제정 찬반 집회 모습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간호법 제정 찬반을 두고 진흙탕 장외전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의사와 간호사에 대한 편견이나 일부 사례를 확장시킨 인식까지 서로 굴레를 씌우며 비난하고 있어 보건의료계 팀워크가 멍드는 것은 물론, 사회적 인식까지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간호법 관련 언론 기사 댓글창에서 찬반 장외전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간호법과 의료법 등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7개 법안에 대한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하자,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간호법은 직회부 이전에도 찬성하는 간호계와 반대하는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 사이 갈등이 첨예한 상태였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갈등 상황에서 직회부가 이뤄지자 성명과 집회, 총회, 인터뷰, 궐기대회 등 찬반 입장을 담은 행보가 연이어 이뤄지면서 관련 기사가 지속적으로 나오게 된 것.

문제는 사회적 동의를 가져오기 위한 과정에서 찬반 입장이 대립각을 세우는 비방 댓글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천룡인'이라는 단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천룡인은 일본 유명 만화에서 일반인 위에 군림하는 왕족 후예 집단 명칭이다. 이들은 천한 사람과 같은 공기를 마실 수 없다며 우주복 형태 유리관을 쓰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는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이다.

간호법 관련 기사 댓글창에 한 누리꾼은 "연봉 2억 줘도 안가는 의사. 업무를 간호사에게 전부 떠넘기는 이기적인 천룡인들"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최근 억대 연봉을 제시해도 구인난을 겪는 지방 보건소 논란을 천룡인이라는 표현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해당 논란에 의료계는 불공정하고 열악한 해당 보건소 근무조건과 환경을 지적하며, 연봉이 비슷하거나 낮은 보건소·의료원에서 일하는 의사도 많다며 반박한 바 있다.

반대 측은 '간룡인'이라고 표현하며 의료법을 통한 처우개선이 아닌 간호법만 단독 제정한다는 점을 들어 맞섰다.

한 누리꾼은 "의사법, 치과의사법, 간호조무사법, 방사선사법 등 다같이 만들면 인정. 간호사는 무슨 간룡인이냐"라고 반문했다.

의사는 탐욕적으로 군림하는 집단이라는 비난과, 간호법이 간호사 밥그릇을 넓히기 위한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간호법에 찬성하는 한 누리꾼은 "의사들 탐욕 대단하다. 평생 싼값에 간호사 노동력 쓰려고, 100에 95를 가져가면서 5 정도 뺏길까봐 투쟁하는구나"라면서 "자기네들 논리로는 안되니까 조무사 등 다른 단체 끌어들이고, 언제까지 해드시려고 하십니까"라고 말했다.

반대하는 누리꾼은 "의사도 문제지만 밥그릇 넓히려고 남의 밥그릇 뺏으려는 못된 심보도 있지 않냐"며 "간호조무사나 의료기사가 왜 동참했겠냐"고 반박했다.

직군별로 겪은 문제점을 일반화하며 서로 깎아내리는 댓글도 빈번했다.

한 누리꾼은 "명의가 아닌 이상 의사도 별 것 없다. 스펙 쌓고 수술실 들어가 배운 그대로 집도할 뿐 그 이상은 없다"면서 "자기발전하며 끊임없는 연구하는 의사 드물다. 수술실 5년차 간호사보다 못한 의사 수두룩하다. 자격 안되는 분들 천지"라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간호사들도 기득권 있고, 자기들 일 조무사, 간병인, 보호자에게 떠넘기고 갈구면서 불법도 아랑곳 않더라"면서 "프로의식이나 전문적 지식 떨어져도 그냥 일하는 간호사들, 숨 넘어가는 환자 보호자 앞에서 동료 뒷담화 해가며 슬렁슬렁 일하는 인성들도 여럿 만났다.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자정 노력 선행돼야"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찬성하는 간호계와 반대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 논리에 입각한 입장보다 원색적 상호비방이 지속 확대되면서 보건의료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병원에 근무하는 관계자는 "간호법은 지속 논란이었지만 병원 안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이로 인해 갈등을 빚은 적은 없었다"면서도 "최근 댓글 양상을 보면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할 지 알 수 없어 관계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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