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안전 책임지는 마취과‥"필수의료 지원 대책에 포함돼야"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마취과 의사도 인력난 심화"
마취 수가, 한국-10만 3700원, 미국과 일본 대비 7배 이상 차이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3-08 09:32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 마취 영역이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12월 8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을 발표하며, 여러 가지 지원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마취통증의학과는 해당 정책에 제외돼 있다.

현재 지방의료원 중에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하지 못해 수술이 불가능한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산부인과 병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과도한 당직과 고위험 수술, 소송의 위험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지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의 이직과 개원이 급증하면서 수술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2013년 7월 1일부터 모든 요양기관에서 분만과 제왕절개술에 별도의 마취료 산정이 불가능한 포괄수가제를 적용했다. 이로 인해 분만에서의 빈번한 응급상황 발생과 고난이도 의료행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어렵게 됐다.

이 탓에 산부인과 병원들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고용하는데 더 큰 어려움이 발생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소아마취분야도 산부인과 병원과 마찬가지로 기피분야가 되고 있다. 소아는 작은 체구때문에 술기가 어렵고 생리적 안전역이 좁으며 약제 사용에도 제한이 많아 성인마취에 비해 그 난이도가 높다. 의사소통과 협조가 되지 않는 소아를 마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며, 아이 걱정때문에 예민해져 있는 부모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저출산의 여파로 소아환자 수가 급격히 줄어, 숙련된 소아마취 전문의를 육성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중증·응급환자를 담당하는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들도 인력난이 심각하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수가가 더 높고 주간 수술 위주의 근무여건이 좋은 병원으로 떠나거나, 통증클리닉을 개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험 수술 마취 및 중환자 관리, 24시간 당직 근무 등의 근무환경에 부담을 느낀 것이다.

필수의료 현장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이탈은 비현실적인 건강보험요양급여 수가 체계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

2016년 보고된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방안 2단계'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마취료의 원가 보전율은 72.7%에 불과하고 집계가 불가능한 병원의 인적, 물적 투입을 고려한다면 실제 마취 수가는 원가 대비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고용에 의한 의료 행위는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의료수가를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그 나라 국민들의 실제 생활수준과 물가를 반영하는 국민 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 GNI) 차이는 한국보다($36,570) 미국은($58,700) 1.6배, 일본은($43,630) 1.2배 높았다. 그런데 마취 수가의 경우 23배와 7배 이상 차이가 난다(한국 103,700, 미국 2,273,767, 일본 749,914: 일반 복부수술 1시간 마취). 

소아 및 중증 응급 환자 마취의 보상 강화 차원에서 도입된 50% 가산율을 적용하더라도 미국은 200%, 일본은 300% 이상의 가산율을 적용받아 그 차이는 벌어진다(한국 ₩155,550, 미국 ₩4,547,534, 일본 ₩2,892,945: 심장수술 1시간 마취).

또한 건강보험요양급여에서는 수술을 하는 집도의가 마취의를 고용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마취를 시행하더라도,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마취를 시행하는 의사를 고용해 개별적으로 마취를 시행한 경우와 동일한 마취수가가 지급된다.

여기에 (신)포괄수가제의 경우 마취료가 별도로 산정되지 않아, 마취의와 회복실 담당 간호사 등 마취분야 인력 고용과 관련시설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학회는 "투입되는 인력, 안전성에 현저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수가가 지급되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며, 일부 의사는 간호사에게 마취를 지시하는 불법 행위를 하고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마취행위와 동일한 마취수가를 받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병원급 의료기관 47.9%에서 마취를 담당하는 전문의가 없다는 통계에서도 잘 알 수 있다(2013년). 

아울러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시행한 2차 마취 적정성 평가 결과 회복실 운영 비율이 상급종합병원은 100%인데 비해 종합병원 67.8%, 전문병원 55.4%에 불과했다. 마취관련 약물의 안전 관리 활동 여부도 상급종합병원 100%인데 반해 종합병원 65.7%, 전문병원 62.5%에 불과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보건복지부의 필수의료지원대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만, 소아와 산모, 중증·응급 환자가 검사 후 최종 수술까지 신속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존재가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다"고 강조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정부와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며, 조속한 시일내에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희망했다. 

학회는 "필수의료의 영역인 소아, 산모, 중증·응급 환자의 안전한 마취 관리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마취를 시행해야 하고, 회복실 등 관련 시설도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건강보험요양급여 수가 체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회는 "의무기록과 보험청구 시 마취를 시행한 의사의 의사면허번호를 반드시 기입하도록 해 실질적인 '마취실명제'가 시행돼야 한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마취를 전담으로 시행하는 경우 마취 수가의 차등 급여를 적용함과 동시에 (신)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수술에서도 마취료는 별도로 산정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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