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대 신설보단 의대-수련병원 통폐합 논의 필요하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자유기고 ②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2-28 11:25

◆ 카이스트, 포항공대 의대 신설 실효성 의문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과대학(또는 의학전문대학원) 신설 논의를 보며 참 한가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교육부는 공문 및 인터뷰 등을 통하여 ‘첨단 바이오산업 등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다양한 지역에서 의과대학 신·증설을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의과대학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과대학(또는 의학전문대학원) 신설에 여러 이해집단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저출생-고령화를 마주한 우리 사회가 개별 이해집단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만큼 여유가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학령 인구가 줄어가는 시점에서 이공계열 과학자 처우 개선 등 근본 문제를 외면한 채 교육연한이 긴 의전원을 신설할 경우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우리는 이미 목격한 바 있다.

평균 연령이 높고 사회감각이 뛰어난 졸업생들은 대체로 의학연구보다는 의사면허 취득 후 임상의사를 택한다. 이공계열 과학자 처우 개선 등 근본 문제를 외면한 채 의전을 신설할 경우 오히려 최근의 의대 쏠림 현상 및 이공계열 붕괴 현상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이미 의전원 제도 도입 당시 목격한 바 있다. 대체 왜 똑같은 정책실패를 반복하려고 하는가.

효과적인 교육이 필요한 시점에서 성과를 예측하기도 어려운 의과대학(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또 하나 늘리는 것이 정말 필요한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대학 등 개별 이해집단이 이를 주장하는 것인 이해가 가능하다. 그러나 국가 정책을 좌우하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이 주장에 휘둘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의학전문대학원 신설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쇠퇴하는 미래의한국 사회가 감당 가능한 것인지 현실적 고려가 필요하다.

기존 이공계열 중심대학에 신규 의과대학(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신설하는 안과 비교할 때, 차라리 의과대학생의 복수 학위 취득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기존 종합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측면, ▲의과대학생의 자발적인 선택에 기초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기존 안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보다 비용-효과적인 방안으로 생각된다.

◆ 기존 의과대학 통폐합 통하여 효율성 달성해야

의대 신설에 앞서 의과대학 통폐합을 하는 것에 대해 오히려 논의를 해야 한다. 학령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대학 교육의 질을 더 이상 담보할 수 없다. 대학 교육의 질을 담보하려면 일정 수준의 학생 및 교원 규모와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의사 양성을 위해서는 충분한 교육의 질 담보가 필요하다. 기득권 유지를 위하여 이 논의를 주저할 만큼 우리가 한가한지 돌아보아야 한다.

한국에는 ‘영세한 의대’가 너무 많다. 우리 사회가 40개 의과대학을 모두 지탱할 만큼 한가한지 논의가 필요하다.

한 칼럼에 따르면 한국에는 대략 인구 100만명 당 의대가 하나씩 있다. 미국은 우리보다 국토면적이 98배 넓은데도 167만명에 1개 의대이다. 유럽의 주요 선진국인 독일(1개/216만명), 프랑스(1개/194만명), 이탈리아(1개/353만명), 영국(1개/203만명)과 비교할 때도 의과대학 수는 너무 많다. 2018년에 서남의대가 답이 없이 폐교되는 사태를 보면서 정책당국 또한 느낀 바가 있어야 한다.

◆ 수련병원 통폐합도 필요

수련병원도 너무 많아 권역별로 통폐합이 필요하다. 역량중심, 성과바탕 수련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차라리 소속병원을 하나로 통합하여 일정 규모를 만들어주고 지역별 또는 콘소시엄별 수련을 통해 다양한 진료 경험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낫다.

지금처럼 전공의를 하나의 저가 인력으로 간주하여 제대로 교육하려는 노력 없이 마치 선심쓰듯 전공의 정원을 나누어 가지도록 하는 행태는 이제 그만 두어야한다. 어차피 정원 배정이 곧바로 인원 분배로 이어질 수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정책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모호하기 짝이 없다.

의대 졸업자 중 전공의 과정을 밟지 않는 케이스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전문의 취득을 통하여 얻는 효용보다 현행의 36시간 연속근무, 주80시간 근무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련받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 결국은 처우개선이 핵심... 헛발질 그만해야

축구 경기 중 골을 목표로 하면 골대 근처에는 가야한다. 하프라인에서 백날 체력을 소모하며 헛발질을 해도 골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기본기가 없으면 제대로 슈팅도 하지 못한다. 우리는 속된 용어로 그것을 '개발'이라고 지칭한다.

의사과학자, 필수의료 영역 전공의 확보 등 모두 근본적인 처우 개선 만이 해결책일 뿐이다. 정부당국이 '개발'질을 하지 않길 바란다.


[기고]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

※ 본 기고는 메디파나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