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인정기준 주 60시간, 여전히 80시간 일하는 전공의들

"복지부 의지 가지면 해결 가능한 부분 많아… 행정철학 중요"
'전공의 의존형 진료체계' 벗어나야… 선진국형 의료전달체계 논의할 때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4-18 06:07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전공의들이 여전히 수련이라는 이유로 주 80시간 초과근무 환경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친 과로로 인해 전공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환자 안전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근본적 문제는 상급종합병원 쏠림 등 의료전달체계 문제와 맞닿은 만큼 '전공의 의존형 진료체계'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의료전달체계로 나아가기 위한 대대적 개선 논의를 시작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인재근·정춘숙·신현영 의원과 대한전공의협의회, 젊은의사협의체 등은 17일 'MZ세대 보건의료인력 근무환경개선'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환자 안전 확보와 필수의료 분야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전공의 연속근무를 24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 과로방지법' 필요성을 설명했다.

'2022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4주 평균 주 80시간 초과근무를 했다고 응답한 전공의는 52%에 달했다. 1년차 전공의 4주 평균 근무시간 중위값은 90시간으로 나타났다. 주 80시간 초과근무를 응답한 전공의 소속 의료기관은 ▲대형병원 60.3% ▲중대형병원 57.7% ▲중소형병원 50.7% ▲소형병원 36% ▲기타 33%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전공의 절반 이상이 고용노동부 과로사 인정기준인 주 60시간 근무보다 20시간 이상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조사 응답자 66.8%는 주 1회 이상 24시간 초과 연속근무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24시간 초과 연속 당직근무를 하는 경우 전공의 평균 수면시간은 4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열악한 근무환경은 환자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조사에 따르면 진료 수행 중 환자 위해 사건이 발생한 근접 오류(near miss)를 경험한 전공의는 71.5%에 해당됐고, 응답자 11.3%는 진료행위로 인한 환자 위해 사건이 발생한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대전협은 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발의한 '전공의 과로방지법'이 국회를 조속히 통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공의특별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주 36시간 연속근무 제도를 24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주 80시간 근무도 전문의 충원을 바탕으로 64시간 수준으로 줄이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장기적으로는 근로기준법 특례업종 폐지를 통해 의료인 주 52시간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법 시행규칙이나 전공의특별법 개정을 통해 전공의 1인당 환자 수를 15명 내외로 제한, 업무 부담 감소와 적절한 수련교육시간 확보도 제안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공의 54.2%는 1인당 환자 수가 11명 이상이었다. 당직 근무시에는 63.3%가 1명에서 50명 수준을 담당했고, 19.1%는 최대 100명, 약 10%가 최대 150명을 혼자 담당하고 있었다.

아울러 ▲수련병원 내 전문의 수 확대 및 수가 연동 ▲상급종합병원 외래진료 축소를 위한 입원진료 위주 수가제도 개편 등도 함께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전공의 근무환경 문제는 의료전달체계, 수가, 지역불균형 등 보건의료체계 전반에서 대두되는 문제와 맞물려 있어 대대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보건복지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개선을 시작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만 의료전달체계 등 난해한 문제와 엮여 있어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민구 대전협회장은 "근무시간 개선은 전공의 정원 조정을 통해 조정될 수 있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 구성도 시행령으로만 가능하며, 인력기준도 의료법에 명시돼 있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개정의 문제"라면서 "제가 의과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해결되지 않은 문제인데, 복지부는 여러 현실적 이유로 인권을 뒤로 미뤄두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 등에 대해 수련과정이 갖는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보건복지부 유희철 수련환경평가위원장(전북대학교병원장)은 "근접오류(near miss)의 경우 수련 시작 단계의 미숙에서 비롯된 경향도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대형병원일수록 근로시간이 긴 이유도 중증도 높은 환자가 많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며 "진료과별로도 근무가 어렵거나 어려운 시술이 많은 등 근무량과 질이 다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는 근로자보다는 수련의 과정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 과정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면 교수가 돼서도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없기 때문에 거쳐야 하고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 위원장도 전공의에 의존하는 진료체계는 큰 틀에서 바꿔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유 위원장은 "전공의 의존형 진료체계는 큰 틀에서 바꿔야 할 때가 됐고, 이미 사인이 있었지만 관심을 두지 못한 것"이라며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의료전달체계를 선진국형으로 바꿀 수 있도록 정관계, 학계, 당사자가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고 논의를 거쳐 개선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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