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의대' 쏠림 현상‥'N수'까지 더해지며 여러 우려 제기

재(N)수 문화, 의사 배출의 고령화와 의학 발전 지체시키는 사회 병리 현상 만들어
다양한 영역으로 점진적인 폐해‥각종 시험 제도 선진화 도모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4-19 06:0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최근 고교 성적 우수 학생의 의학 계열 선호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재수, N수까지 더해져 늦은 나이에 의대에 입학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의대 쏠림 현상을 놓고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교 성적 우수 학생의 의학계열 선호와 이공계 진로에서의 이탈은 2000년대 초반에도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바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이공계의 질적 위기, 우수 인재의 의학계열 선호 현상 가속화 시켜' 보고서에 따르면, 의학 계열 선호의 원인은 이공계 대비 직업 안정성과 고소득에 있다.

대학-대학원-포닥(Post Doctor)을 거쳐 교수·연구원으로 이어지는 과거의 선형적 경력 개발 경로가 깨지고, 경력 개발(취업) 확률이 크게 낮아진 것도 영향을 줬다. 반면 의학 계열의 경우 대학에만 입학하면 큰 문제가 없는 한 안정적 일자리로 이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러한 이공계 노동 시장 악화가 의학 계열 일자리의 안정성 및 고소득과 비교되면서, 고교 성적 우수 학생의 의학 계열 진학 추세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의대 진학을 위한 재(N)수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학회의 E-NEWSLETTER의 '이공계 의대 쏠림 현상과 재(N)수의 폐해'에 의하면, 현재 의과대학 입학생의 70% 이상이 재(N)수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재(N)수 여부를 떠나 의대 정원은 연간 3000명을 약간 상회할 정도로 고정돼 있다.

과거 과열된 의대 입시를 해결하고자 미국식 의학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된 적도 있었다. 다만 대만의 경우 80년대 정부 주도로 5개 의과대학이 미국식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우리나라도 양질의 의사를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미국식 전문대학원 제도가 추진됐으나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현재 전체 대학 입학생 중 의과대학 정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의과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20% 정도. 이와 같은 현실은 재수에 대한 개입이 없는 한, 현재의 의과대학 쏠림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고려대학교 안덕선 명예교수는 "이공계 학생이나 지방 의대 학생이 반수를 통해 의대에 진학하거나 상위권 의대로 옮겨가는 현상은 분명 사회적 교육 낭비로 보인다. 국비 지원을 받은 특성화 대학의 학생도 반수를 통해 의대에 진학하고 있는데, 국비 지원에 대한 분명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 교수는 재(N)수로 인한 의대 쏠림 현상이 이공계 학부와, 특히 대학원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의과대학에 득이 되는 것도 전혀 아니며 오히려 점진적인 폐해로 나타난다는 입장.

안 교수는 "의대 입학을 위한 재수로 누적된 학습 피로에, 6년 동안 엄청난 학습량과 학년 재수인 유급제에 시달리고 나면 좋은 의사를 위한 의학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대 졸업을 위한 평균 재학 기간은 이미 7년이 넘는다.

안 교수는 "재(N)수로 인한 폐해는 호기심, 탐구심, 동기 부여 등 학업에 대한 진정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초 의학 분야의 연구자도 지원자가 없고 이제 전문의 응시생의 수도 줄고 있다. 몇 년의 재(N)수로 지친 학생이 의과대학이나 전공의 과정과 별도로 다시 4-5년이 소요되는 연구 박사 취득까지 이어질지 의문이다. 따라서 의학 연구자를 양성하자는 계획도 성공률이 낮아 보인다"고 바라봤다.

이어 그는 "의대 입학을 위한 재(N)수와 재학 중 유급과 휴학, 그리고 졸업 후 의사면허시험, 인턴시험, 전공의시험, 전문의시험 등 또 다른 재수가 기다리고 있다. 재(N)수 문화는 의사 배출의 고령화와 의학 발전을 지체시키는 사회 병리 현상을 만들고 있다. 의대 학생 선발 제도와 함께 유급제, 졸업 후 재수를 유도하는 각종 시험 제도의 선진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 노력이 곧 의학의 사회적 책무성(Social Accountability)을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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