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의료중재원-의료감정원 의견 상반 시 정확히 따져야”

병원 책임 입증 어렵다고 본 2심 지적…대구지법에 파기환송
전문가 의견에 대한 추가 심리 요구…사망-의료행위 인과성 의문
환자측 중재원, 의사측 감정원 성격 차이…중립 위한 학회 출범도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2-08-30 06:06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 간 의견이 상반될 경우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와 언론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유족이 대학병원 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전문가가 상반된 의견을 내놨음에도 병원 측 책임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7월 수면 중 답답함을 호소하다 실신해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의료진은 검사 후 불안정성 협심증으로 진단하고, 풍선 혈관 성형술을 시행한 후 입원시켰다. 닷새 뒤 A씨는 상태가 호전되자 퇴원했다.

A씨는 퇴원 후 9일이 지나 해당 대학병원에서 경과 관찰을 받았으나, 다시 일주일 후 명치 쪽에 답답함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A씨 혈압이 낮아진 것을 고려해 답답함은 위식도역류염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발견된 흉수(흉막강 안에 비정상적으로 고인 액체)는 협심증 자체로 인한 변화로 판단해 추가적인 검사를 하지 않았다.

20여일 후 A씨가 또 다시 가슴에 답답함을 호소해 병원을 찾자, 해당 병원은 기립성 저혈압이라며 더 검사하지 않았다.

A씨는 일주일 후 다른 병원 응급실에 후송됐다가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소속 감정의는 해당 병원이 A씨 증상을 기립성 저혈압으로 진단한 것은 적절했으나, 실신 증상이 시술 후에도 계속됐다는 점 등을 들어 추적을 위한 추가 검사와 조치가 있었다면 결과는 다를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소속 감정의는 추가 검사 없이 약물을 조절하면서 경과를 관찰한 조치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진단했다.

2심을 맡은 대구지법 재판부는 두 의견을 참고해 병원 의료행위에 과실이 있다는 점은 완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유족 패소로 판결했다.

이에 대법원은 전문가가 상반된 의견을 내놨음에도 2심이 신빙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병원 측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봤다.

또 A씨가 사망하기 일주일 전에 받은 병원 의료행위에 주의 의무 위반이 없었는지, 사망과 의료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었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 사인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더라도 의료진이 추가적인 검사나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이 주의의무 위반으로 평가된다면, 이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며 “원심이 추가 심리를 해야 했다”고 판결했다.

◆ 의료사고 소송 양대산맥,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협 의료감정원

현재 국내 의료사고 소송과 관련한 의료 감정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이 대표적 기관으로 꼽힌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2011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공포됨에 따라 2012년 4월 설립됐다.

중재원은 비교적 소송 진행 또는 소송 장기화 이전에 환자나 유족, 의료기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맡는다. 때문에 비교적 소규모 건에 대해 피해자 처지에서 사건을 들여다보는 성격을 갖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은 ‘의료감정 공정성, 전문성, 신속성 제고’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2019년 9월 설립됐다. 각 전문과목 전문의로 구성돼 전문성이 높지만, 협회 산하에 있어 의사 보호 성격을 갖는다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재원과 감정원은 의료사고 관련 소송에서 부딪힐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의료감정에 대한 학술적 연구에 집중해 중립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대한의료감정학회가 출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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