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 이후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제주도에 상급종합병원 추진을 위한 지정 요건 검토와 전라남도 국립의대 설립이 주요 안건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같은 정책의 실효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도 일고 있다.
제주도의 상종 지정요건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고, 전남지역 의대 설립 역시 큰 재정적 투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역대 정권들처럼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주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 참석해 제주도에 상급종합병원이 조속히 지정될 수 있도록 지역특성을 감안한 진료권역 재설정 및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상급종합병원에 필요한 물적 의료시설 지원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 전날에는 순천대와 목표대가 전남지역에 통합의대 설립에 합의하면서,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전남지역 국립의대 신설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낳는다.
일선 교수들은 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예산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중간에 좌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백주 교수(을지대병원)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에서 재정적 지원을 통해 제주도에 상급종합병원을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상급종합병원에 진료를 볼 중증환자가 얼마나 될지 파악하고, 상종을 받쳐줄 1, 2차 병원의 역량 강화도 필요할 것이다. 또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한다면, 제주도 병원으로 할 것인지, 제주 한라병원으로 할 것이지도 정해야 할 것"이라며 세부적 방안 마련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또 "전라남도 지역에 의대를 설립한다는 점을 보면, 사실 전남은 굉장히 의료 취약지가 많다. 그런데 그동안 방치하고 있다시피 했었다. 지금 공보의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내용들을 좀 제대로 강화시킬 수 있는 투자나 전략은 전무하다. 그런데 국립의대 유치만 하면, 마치 마법처럼 다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이미 의대가 있는 서울이나 광주는 의료문제가 없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남에 의과대학이 들어선다고 해도 여수나 신안에는 섬이 많다. 이처럼 넓은 지역의 의료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세우고 의대를 설립해야 할 것이다. 의과대학만 신설하면, 그곳에 근무할 교수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너무 안일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어떻게 수련받게 할 것인지, 전공의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이들이 졸업하면 일할 병원 등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역의 의료대책에 대한 단기·중기·장기적 방안마련을 촉구했다.
의대신설이나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정치적인 표밭 다지기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지역주민이 말하는 대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의 고충을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분석해서 정책적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열 교수(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는 "정치인들은 지역 주민들의 표를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과학적인 근거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대책은 도외시한 채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중심으로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지역주민이 원하는 것은 국립의과대학 신설이 아니라 거주하는 지역에서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받기 위한 상급종합병원, 대학병원을 원하는 것일 수 있다"며 "권역별로 보면 전남은 전남대병원이 있어서 커버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천이나 목포 쪽에 국립의대 신설은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료수요는 어느 정도 되는지, 의료인프라가 얼마나 부족한 상황인지에 대한 충분히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주열 교수는 "제주도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오랫동안 애기가 나왔던 부분이다. 그런데 상급종합병원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을 낮춰서 지정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또 국가에서 상급종합병원에 맞는 인력, 인프라 등의 여건을 조성하고 재원을 충당해줘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이 필요하다고 지정요건을 완화해 설립을 허가하는 것에 대해선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정부 정책 방향엔 공감하면서도 재정적 지원이 이뤄지는 부분이 정부 의지를 반영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옥민수 교수(울산대병원)는 "전남에 의대가 없는 것은 사실이고, 개인적으로 효율이나 실효도 중요하지만 지역간 형평성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역에 공공의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수련병원체계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각 지방의료원들을 수련병원 형태로 활용하는 방안이 어떻까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의대만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의대생들이 정주할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결국, 정부 의지를 보여주는 방안 중 하나는 재정이라고 생각한다. 말만 하고 실제적인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지금 의료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방을 살려야 되고, 이를 위한 가장 첫 번째 단추는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옥 교수는 "그동안 현 정부를 비롯해 지난 10년 이상 지역의료를 강화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으나 계속 공염불이었다. 과거 경험을 비춰봤을 때 신뢰성에서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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