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작업에도 '옻칠 민화'는 운명… 약사 정체성은 강점"

[인터뷰] 옻칠 민화 '羅羅 LAND' 개인전 연 이영실 약사
코로나19 등 시대 상황 반영한 작품 '눈길'… "희망 주고 싶었다"
현직 작가 불구 학구열 불태우며 대학원 도전… "약사 출신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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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이호영 기자] 전통과 현대가 접목이 된 '옻칠민화'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작가인 이영실 약사가 다섯 번째 개인전을 통해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메세지를 전달했다. 


부산광역시약사회 대외협력위원장이자 한국민화센터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약사는 약사이자 민화 작가라는 다채로운 이력을 가졌다. 


특히 이 약사는 민화 중에서도 작업 과정이 까다로운 옷칠 민화에 도전하며 전통적인 민화를 전통 안료인 옻을 통해 현대적으로 표현하고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고자 노력하면서 미술계에서 더욱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메디파나뉴스가 지난 10일 다섯 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중구 종로갤러리 한옥에서 이영실 약사<사진>를 만나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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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의 타이틀은 '라라랜드(羅羅 LAND)Ⅲ'로 '지금, 우리곁의 이야기'를 부제로 내걸었다. 지난 2019년 세 번째 개인전의 타이틀이었던 '라라랜드' 타이틀을 이어가는 것이다. 


영화 '라라랜드'의 제목에 담긴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환상의 세계'라는 뜻이 자신이 민화에 담고 싶었던 뜻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라라랜드 제목을 차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때 이 약사는 고향인 경주가 신라의 천년고도인 점을 착안해 '라(羅)'를 붙인 '羅羅 LAND'로 개인전을 준비했다. 


"라라랜드가 꿈꾸는 사람들에 대한 환상의 세계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민화가 보여주고 싶은 세계와 딱 맞았어요. 2019년 개인전 이후 벌써 세 번째로 라라랜드를 제목으로 쓰고 있는데 저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제목이죠."


이번 전시회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은 구원에 대한 염원, 즉 코로나를 비롯해 힘들어 하고 있는 사회가 희망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작가의 시대정신을 볼 수 있는 대목인데 전시된 작품들은 코로나19 시대와 아프가니스탄 내전 속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위로와 희망을 꿈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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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작인 '영축산반야용선도'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이영실 약사

 

대표작인 '영축산반야용선도'는 이 약사의 작업실 인근에 위치한 통도사 극락보전 외벽에 그려진 푸른빛의 반야용선을 2021년에 세상에 불러온 것으로 의미가 있다.


사바세계에서 피안(彼岸)의 극락정토로 건너갈 때 타고 간다는 상상의 배인 반야용선을 소환해 위기에서 구원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여기에 이 시대를 구하고 있는 상징으로 119 구급대의 모습을 함께 담아 코로나19 극복의 간절함을 표현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작가의 시대 정신이 담겨져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진이 발달되면서 그대로 그림에 표현하는 것의 가치에 회의감이 들고 있다 보니 가치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어요. 약사로서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구원에 대한 염원을 담으려고 했어요.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사회가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요."


평생 일해온 약사로서의 삶은 그의 작품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정체성이다. 그만큼 작품들 중에는 약국과 연관된 부분이 포함된 작품들도 상당수다. 


뜬금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작품에 표현된 박카스병이나 약사발, 119 구급대 등이 전통적인 민화와 접목된 결과물은 이 약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자 현대민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변화의 시작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현재는 약국을 떠나 작가로서의 삶을 선택했지만 약학대학을 들어간 이후의 삶은 약사로 환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건강지킴이 역할에 충실했기에 약사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노력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이 이 약사의 각오다. 


"미술 작가들과 만났을 때 약사라는 직업을 얘기하면 더 관심을 보입니다. 그만큼 약사로서의 정체성은 제가 가진 장점으로 만들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에요. 평생 일해온 약사가 가진 부분을 작품 속에서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번 전시회의 경우는 특별히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사회에 대해 약사로서의 경험과 마음을 담았다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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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된 작업 옻칠 민화 매력에 빠져… 현대적 표현 방법 고민이 즐겁다 


이 약사의 작품들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전통 안료인 옻을 사용해 민화를 표현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9월 세 번째 개인전부터 옻을 사용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이 약사는 "옻칠 작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민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상황에서 옻을 소재로 민화를 하는 것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이 약사의 옻칠 민화의 시작은 옻칠 민화 대가인 통도사 성파 스님을 만나면서부터다. 오랜 기간 운영했던 약국을 접고 본격적으로 민화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성파 스님에게 4년간 옻칠 민화를 배웠다. 


변색이 될 수 있는 옻은 건조 과정이 중요하기에 옻칠 민화는 기다림의 연속이고 기다림 끝에 얻어지는 결과에 감탄할 수 있다. 


그래서 옻을 소재로 민화를 그리는 일은 어려운 작업으로 평가받는데 이 약사는 오히려 그런 어려움이 옻칠 민화를 계속 하게 되는 매력이라고 소개한다. 


옻이 오르는 어려움도 있었다. 옻이 마르려면 습도 75%, 온도 2도 이상에서 잘 마르는데 여름이 가장 좋은 환경이다. 그렇다 보니 여름에 많은 작업을 하게 되는데 옻이 오르면서 팔이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경우도 있다. 


"인내가 필요하고 옻이 오르는 고통을 겪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이 완성됐을 때 주는 기쁨이 무엇보다 컸기에 옻칠 민화를 만난 것은 운명이었다고 생각해요. 약사로 살 수 있었고, 그림 중에서 다른 그림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민화, 그리고 옻칠 민화는 운명처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어요."


그만큼 이 약사의 옻칠 민화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작업 과정은 고되지만 색체와 무게감에서 한국적인 미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옻칠 민화만의 장점에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약사는 전통적인 그림인 민화를 옻을 통해 현대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것은 전통 그림인 민화를 전통 안료인 옻으로 현대적으로 구현하는 일이에요.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어떻게 하면 현대적으로 민화를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일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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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움의 갈망에 또다시 도전… "꾸준히 준비해야 도전할 기회가 온다" 당부

 

약사의 삶에서 민화 작가로의 삶을 선택했던 이 약사는 최근 또다른 도전에 나섰다. 미술에 대한 열망은 다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왔고 대학원 입학이라는 도전으로 이어졌다. 


이 약사는 최근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으로 대학원에 입학해 학구열을 불태우는 중이다. 현장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현직 작가지만 기초를 더 다져서 완성도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다시 교육 현장으로 발을 이끌었다. 


민화 작가로서 어느 덧 중견으로 활동은 하고 있지만 항상 부족하다는 점이 드는 것은 제대로 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약사로 일하면서 20대 후반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미술에 대한 꿈을 꿨지만 이른 결혼생활과 육아, 약사로서의 고된 삶으로 그림을 병행하기 어려워 잠시 미술을 떠났다. 


이후 약국을 접고 어느 정도 아이들이 컸을 무렵부터 다시 그림을 시작하면서 많은 작가들에게 개인적으로 민화를 배웠고 문화재학과에서 민화 전공의 박사학위를 땄지만 배움의 갈망은 식지 않았다. 


"평생 작업을 해야 하니까 다시 공부를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어린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맞는지 등 수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기초를 다져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작가가 되고 싶어 도전하게 됐죠. 민화를 하면서 요즘 미술의 트렌드를 접목시킬 수 있겠단 생각도 해봅니다. 약도 더 배우지 않으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미술도 계속 배워야 합니다."


도전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이 약사는 약사사회의 많은 후배들에게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당부했다. 


이 약사는 "약사가 미술 분야를 시작하니까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일거다. 제2의 인생을 꿈꾸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준비를 했을 때 언젠가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며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으면 조금씩 준비를 해서 결정적일 때 도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 약사는 지금까지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가족과 동료 약사들의 응원에 대해 감사인사와 함께 약사 출신 작가로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활동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는 "미술에 대한 소질이 있었던 어렸을 적의 꿈을 늦게 이루긴 했지만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남편을 비롯해 자식들이 작품 활동을 하는데 많이 도와주고 있어 작가로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인전에서 대학원 수업이 있어서 서울에 늦게 도착했는데 이미 부산시약사회의 화환이 와 있었다"며 "부산시약사회를 비롯해 많은 동료 약사들이 응원을 해주고 있어 힘이 되고 있는 만큼 약사 출신 민화 작가라는 점이 계속 부각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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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견
  • 잡초 2021-09-13 07:22

    부러운사람이네요. 한평생 고생과 즐거움,배움의노력이느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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