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 치료제', 본격 시작‥기술 확보를 위한 글로벌 움직임

희귀 유전질환 중심 RNA 치료제, 시장성 높은 만성질환으로 연구 확대
체내 안정성 향상, 전달 및 투과성 개선 등 핵심 기술 확보 라이센싱 및 M&A 증가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5-24 11:5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RNA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고 계속 되고 있다.

RNA 치료제는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RNA 치료제에 대한 가능성을 알아 본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희귀 유전질환 중심으로 개발되던 RNA 치료제는 현재 시장성 높은 만성질환으로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체내 안정성 향상, 타깃 세포로의 정확한 전달 및 투과성 개선 등 라이센싱 및 M&A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RNA 치료제의 역사는 20년에 불과하다. 저분자 화합물 및 단백질 의약품에 비하면 비교적 짧다.

그럼에도 RNA 치료제는 비교적 낮은 연구 비용으로 짧은 시간 내에 개발이 가능하며, 특정 유전자로 인해 발병되는 질환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이 용이하다.

저분자화합물 또는 항체의약품은 단백질 표적간 상호작용에 의존해 기능을 변경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RNA 치료제는 실제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 합성 영역에 상보결합해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거나 활성을 조절해 효능을 나타낸다.

특정 유전자 발현이 선택적으로 억제되는 현상을 'RNA 간섭(RNA interfernece, RNAi)'라고 부른다. RNA 간섭 기술에 기반한 RNA 치료제는 대표적으로 '안티센스(Antisense oligonucleotide, ASO)'와 'siRNA(small interfering RNA)'가 있다.


안티센스(ASO)는 단일가닥(single strand) 형태의 13~25개의 핵산(nucleotide)으로 mRNA의 염기서열과 상보적인 염기서열로 만들어진다. 현재까지 FDA 허가를 획득한 ASO 치료제는 아이오니스(Ionis)가 개발한 '스핀라자'를 포함해 8개에 불과하다.

siRNA는 21~25개 내외의 핵산 시퀀스로 이루어진 이중가닥(double strand) 형태의 non-coding RNA이다. RNA 간섭 기술 중 siRNA는 가장 효과적으로 타깃 유전자 및 단백질 발현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ASO 대비 더 다양한 질병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2018년 세계 최초 siRNA 치료제로 FDA 허가를 획득한 '온파트로'를 포함해 출시된 4개 약물 모두 앨나일람(Alnylam)에 의해 개발됐다.

다만 RNAi 치료제는 체내에서 효소에 의해 빠르게 분해돼 불안정하고, 타깃 세포로의 투과성이 낮아 전달체가 필요하다. 아울러 면역원성을 일으키거나 off-target(원치않는 작용) 관련 안전성 문제 등 개선시켜야 할 부분들이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은 나노입자(nanoparticles), 지질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 고분자, 압타머, 올리고핵산(뉴클레오시드)의 화학적 변형 등을 포함한다.

임윤진 애널리스트는 "RNA 치료제의 효율은 전달 기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달체 기술은 크게 올리고핵산에 세포막 투과성을 높여주는 물질을 결합시키거나 올리고핵산을 캡슐화 하는 방법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이 분야에 특화된 앨나일람은 지질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 LNPs)와 RNA에 Conjugate를 붙이는 기술로 siRNA 치료제의 표적 세포 전달성 및 투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있다.

LNP는 앨나일람이 개발한 세계 최초 siRNA 치료제 '온파트로'에 적용된 기술이다. LNP는 최근 코로나19 mRNA 백신에도 적용되고 있다.

siRNA에 GalNAc(N-acetylgalactosamine)이라는 당을 붙이는 기술은 앨나일람의 '기브라리(급성 간성 포르피린증)', '옥슬루모(원발성 옥살산뇨증 1형)', '렉비오(고지혈증)' 등에 적용됐다.

노바티스는 2021년 12월, 앨나일람이 개발한 '렉비오(인클리시란)'의 FDA 허가를 획득하며 새로운 siRNA 치료제 시대를 열었다. 렉비오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희귀 유전질환이 아닌 만성질환으로 허가 받은 첫 번째 siRNA 치료제다.

ASO의 대표 주자 아이오니스는 그 어느 기업보다 화려한 파트너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화이자, 로슈, 아스트레제네카, 노바티스 등 여러 빅파마들은 아이오니스와 협력하고 있다.

아이오니스의 주요 플랫폼은 리간드 접합 안티센스(LICA) 기술이다. LICA 결합체는 조직 내 흡수를 촉진하기 위해 분자 또는 화학 구조물을 안티센스 약물과 결합하도록 설계됐다. 세포 표면의 수용체를 특이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 1) 타깃 조직으로 더욱 정확한 전달이 가능하며, 2) 약물 효능을 높이고, 3) 적은 용량에서 투여 횟수 감소를 시키는 것이 주요 장점이다.

아이오니스는 LICA 기술을 기반으로 타사 대비 다양한 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치료 분야별로는 심장/신장질환 파이프라인 12개, 대사질환 6개, 신경질환 13개, 항암제 5개 등 총 40여 개의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며 이 중 70%는 파트너링이 된 약물들이다.

바이오엔텍(BioNTech)은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사이다. mRNA는 진핵세포 핵 안에 있는 DNA의 유전 정보를 세포질 내 리보솜에 전달해 단백질을 합성한다. mRNA 백신은 이러한 mRNA의 기능을 활용해 세포에서 원하는 단백질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기전이다.

바이오엔텍은 mRNA 기술이 감염질환 예방 백신을 넘어 항암제로 개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바이오엔텍의 후기 파이프라인은 면역항암제 비중이 높다.

최근 바이오엔텍은 mRNA 기반 항암제로 개발 중인 'BNT211'의 첫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BNT211은 종양태아항원 Claudin-6(CLDN6)을 타깃하는 자가 CAR-T 세포 치료제와 'mRNA-lipoplex(리포플렉스)' 기술을 활용해 CLDN6을 코딩하는 CAR-T 세포 증폭 RNA 백신(CARVac)으로 구성된다.

임 애널리스트는 "RNAi 치료제 전달 기술의 발전 및 안정성 향상은 더 넓은 치료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대시키고 있다. RNA 치료제는 저분자화합물이나 단백질의약품으로 접근이 어려웠던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중심으로 개발돼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항암제, 심혈관질환, 안질환, 대사질환 등에서 시판허가 획득 및 의미있는 임상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RNA 치료제의 시장성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NA 치료제는 빅파마가 가장 탐내는 바이오 플랫폼 기술 중 하나이다. 지난 2년간 RNA 치료제 관련 주요 라이센싱 및 M&A 계약 규모는 총 395억 달러 (약 51조원)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동안 체결된 라이센싱 및 M&A 계약은 타겟 세포까지의 전달 안정성 및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플랫폼(전달체) 도입이 대부분이었다.

2020년~2021년 체결된 1억 달러 이상의 RNA치료제 및 기술 도입 현황을 살펴본 결과, 총 28건의 계약 중 20건(71%)이 플랫폼 기술 도입 관련 계약이었다. 특정 파이프라인에 대한 독점권 확보를 위한 계약은 8건(29%)에 불과했다.

앨나일람, 아이오니스와 같이 이미 상용화된 RNA 치료제가 있거나 결합체 기술 등을 보유한 기업들도 다양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약물의 안정성 및 정확성 향상을 위한 편집 기술, 전달 기술을 꾸준히 보강하고 있는 것이다.

앨나일람은 2021년 7월 펩티드림(PeptiDream)으로부터 펩타이드-siRNA 접합체 기술을 22억 달러에 도입했으며, 아이오니스도 Aro Biotherapeutics, Empirico 등과 협업을 통해 ASO 플랫폼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업별 전략에 맞는 치료제 개발을 위해 RNA 치료제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2021년 11월 노보 노디스크는 RNA치료제 기업 다이서나(Dicerna)를 33억 달러에 인수했다. 다이서나는 2018년 일라이 릴리와 심장대사질환, 신경질환 등 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37억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외에도 로슈, 베링거인겔하임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다이서나의 GalNAc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다이서나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DsiRNA-GalNAc 플랫폼 기술 기반 파이프라인을 개발중이다. 당뇨병, 비만과 같은 만성 대사질환의 강자인 노보 노디스크는 다이서나의 기술 확보를 통해 더욱 특화된 RNA치료제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앨나일람은 빅파마들에게 매력도가 가장 높은 기업 중 하나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siRNA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며 타사 대비 GalNAc의 기술 발전 또한 가장 우수하기 때문이다.

앨나일람이 2019년 최초로 GalNAc을 적용해 급성 간성포르피린증 치료제 ‘기브라리’의 FDA 승인을 획득한 후 아이오니스, 다이서나, 애로우헤드 등 RNA 치료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모두 GalNAc 기술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앨나일람과 같은 RNA 치료제 강자도 M&A 인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앨나일람은 특히 노바티스가 가장 눈독 들이는 기업이다. 양사간 파트너십은 2005년 처음 시작됐다. 5년을 이어가다 노타비스는 2010년 파트너십을 종료했다. 이후 고지혈증 치료제 '렉비오' 독점권 확보를 위해 노바티스는 2019년 렉비오를 도입한 더메디슨 컴퍼니를 97억 달러에 인수했고, 다시 앨나일람의 손을 잡았다.

지난 1월에는 말기 간부전 환자의 간 기능 복구 siRNA 치료제 발굴을 위해 노바티스는 앨나일람과 3년간 독점 연구 계약을 맺었다.

임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빅파마들은 RNA치료제 기업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RNA 치료제 플랫폼 기술의 발전과 치료 분야가 확대될수록 RNA 치료제 강자를 대상으로 한 메가 딜(mega deal) 수준의 협업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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