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이식 후 찾아온 '합병증'‥'자카비'가 유일한 '희망'

[연중기획 희망뉴스] 이식편대숙주질환,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삶의 질 급격히 하락
"유일한 대안인 '자카비', 급여 적용으로 새로운 삶 시작할 수 있기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8-25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자카비'요? 저에게는 '생명의 은인'이죠. 자카비가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거에요."

한 가족의 가장인 A씨(40세·남)는 2017년 35세의 나이로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을 진단받았다.

같은 해 7월 바로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으나, 2017년 10월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GvHD, Graft-versus-Host Disease)이 발병했다.

GvHD은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allo-SCT, allogeneic 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 후에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위중한 합병증이다. 이식된 공여자의 T 세포가 환자의 정상적인 세포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므로, 피부, 위장관, 간, 폐 등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GvHD는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과정을 이겨낸 환자들에게 또 다른 어려움을 안겨줬다.

GvHD를 치료하기 위해 A씨는 곧바로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투약했다. 하지만 2017년 12월 A씨는 스테로이드에도 불응했고, 결국 병증이 악화되면서 중환자실 신세까지 졌다.

A씨가 포기를 생각할 때, 한국노바티스의 '자카비(룩소리티닙)'를 만났다.

A씨는 자카비 덕분에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됐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A씨는 이제 더이상 많은 부작용에 시달렸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 이식편대숙주질환, 그리고 스테로이드 부작용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은 증상이 나타나는 장기와 특성, 그리고 시기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보통 이식 후 100일 내에 나타나는 경우 급성으로, 100일 이후 발생하는 경우 만성으로 분류한다.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후 약 50%의 환자들이 급성 또는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며, 환자와 공여자의 연령이나 특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신체 여러 곳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체적, 사회적, 심리적 측면 등에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증상 하나 하나가 삶의 질을 굉장히 떨어뜨립니다. 눈 숙주가 있다면 눈물이 나오지 않아, 건조해서 결막염 등이 생깁니다. 저는 눈물이 한 방울도 안 납니다. 아버지께서 6개월 전에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장에서 엉엉 우는데도 눈물이 안 났습니다. 인공눈물을 5분에 한 번씩 넣고, 증상이 심한 오른쪽 눈은 2~3년간 감고 살았습니다."

A씨는 GvHD로 인해 피부와 폐에도 문제가 생겼다.

"피부 숙주가 심하면 백반증이 오거나, 가렵거나, 보기 힘들 정도로 울긋불긋 해져 외출이 어렵습니다. 저는 소양증이 심한 편입니다. 폐 숙주가 있으면 호흡이 어려워 걷기가 힘듭니다. 저는 화장실만 가도 그러했습니다."

급성 및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1차 치료로는 스테로이드가 사용된다. 그런데 이 중 약 50% 정도가 치료에 실패한다.

스테로이드 치료에 실패한 경우 아직 표준 치료법이 정립되지 않아 여러 면역억제제가 사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치료 효과가 없는 환자들이 존재하며, 이러한 경우 환자들 중 일부는 사망하게 된다.

A씨도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굉장히 심한 편이었다.

양쪽 고관절 및 견관절 괴사 발생으로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았고, 골다공증으로 척추 5개가 골절됐다. 또한 백내장이 발생해 수술을 하고, 스테로이드 근병증으로 근력 약화 및 근위축, 근소실이 생겼다.

"저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너무 심해, 드문 케이스인 스테로이드 근병증이 발병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 걷거나 의자나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불가능했어요. 누워서 지내거나 휠체어로 다녔습니다. 저처럼 이식편대숙주질환을 6~7년 정도 겪는 분들은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더 많이 노출될 것입니다."

◆ 스테로이 부작용 환자에게 '자카비'는 유일한 대안


다행히 '자카비'가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전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치료에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만 12세 이상의 급성 또는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 치료'에 적응증을 추가 승인 받았다.

GvHD의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는 '치료 목적 사용 승인' 현황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은 다른 치료 수단이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질환자 등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 원칙적으로 임상시험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을 품목허가 전에 치료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한다.

국내 적응증 추가 이전까지 자카비(성분명 INC424)의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은 2019년 15건, 2020년 14건에서 2021년 55건으로 약 4배 증가했다. 2022년에는 5월 적응증 승인 전까지 15건의 치료목적 사용 승인이 이뤄졌다.

"저는 급성으로 발생했는데, 급성은 생명에 위협이 굉장히 큽니다.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썼음에도 불응이었던 제가 직접 자카비를 처방해 달라고 의료진에게 부탁했습니다."

자카비의 3상 REACH2 연구는 12세 이상의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불응성/의존성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 309명을 대상으로 했다. 최적치료제(Best Available Therapy, BAT) 투여군 대비 자카비 투여군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자카비 투여군의 28일차 전체 반응(OR, overall response)은 62%(96명/154명)로, 대조군인 최적치료제(BAT) 투여군의 39%(61명/155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6일차에 지속된 전체 반응(durable overall response)도 대조군의 22%(34/155명) 대비 약 2배 가량 높은 40%(61명/154명)로 나타났다.

무실패 생존기간(FFS, Failure-Free Survival) 중간값은 자카비 투여군이 5개월, 대조군이 1개월로 자카비 군에서 약 4개월 가량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세 이상의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불응성/의존성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 329명을 대상으로 한 REACH3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4주차 전체 반응(OR)은 자카비 투여군이 49.7%로, 대조군의 25.6%보다 약 2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무실패 생존기간(FFS) 중간값은 자카비 투여군이 18.6개월 이상으로, BAT 투여군의 5.7개월보다 약 3배 이상 길게 나타났다.

A씨에게 자카비는 반드시 필요한 약이었다.

"자카비 복용 2~3주 후부터 수치가 내려가기 시작해 3개월 차에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 올라가던 황달 수치가 크리스마스 즈음부터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죠.

그래서 저는 자카비를 크리스마스의 기적, 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굉장히 나쁜 상황이었는데 상태가 많이 좋아졌고, 6년 차인 지금까지도 치료를 받으며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A씨를 비롯해, 자카비가 유일한 대안인 환자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치료 비용이었다.

"저처럼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있는 분들, 또는 스테로이드 효과가 전혀 없는, 불응인 분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는 자카비가 거의 유일한 대안입니다. 대부분 자카비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건강 문제로 인해 경제적 활동이 어렵습니다. 비용 부담이 줄어 스테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A씨는 치료 과정 중 느꼈던 정보적 갈증을 토대로, GvHD 환자 커뮤니티를 운영 중이다.

"급성 백혈병도 흔하지는 않지만, 환우 모임이 잘 돼 있는 편이고, 질환 정보도 잘 정리돼 있습니다. 반면 GvHD는 각자도생입니다. GvHD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증상이 나타나고, 또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지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막막했던 내용을 환자 분들과 나누고, 잘못된 일들을 다른 환자들이 답습하지 않도록 커뮤니티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현재 GvHD 환우 커뮤니티에서도 자카비 급여에 대한 관심이 큰 편이다.

"소수의 환자이지만 GvHD 환자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제가 자카비를 통해 새 삶을 얻은 것처럼, 자카비의 급여를 위한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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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2022.08.25 20:55:55

    많은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적용이 조속히 추진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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