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스핀라자' 급여 탈락‥'개악' 막으려 공동대응 TF까지 구성

명확한 이유 없이 심평원 심사에서 탈락하는 사례 늘어나
고가 희귀질환 약제 사후관리 강화‥급여 기준 불리한 방향될까 노심초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5-17 11:5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치료제 '스핀라자(뉴시너센)'의 투여 불승인 사례가 늘어나자 환자들로 구성된 '공동대응 TF팀'까지 생겨났다. 스핀라자 급여 기준 완화와 탈락자에 대한 재심의를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조직이다.

환자 단체는 최근 들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고시한 투여 중단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도, 명확한 이유 없이 탈락하는 사례들이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심평원의 고가 희귀질환 약제에 대한 사후관리가 강화되면서, 기존 급여 기준 또한 환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조정될 것이란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환자 단체는 '개악'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현 스핀라자의 급여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신경 신호가 근육으로 전달되지 못해 근육이 위축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SMA는 SMN 유전자의 개수, 발병 시기에 따라 크게 4유형으로 나뉘며, 그 중 1형은 가장 증상이 심해 치료를 하지 않으면 평생 호흡기를 하거나 생명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증도가 심하다. 나머지 유형도 다양한 장애를 동반한다.

스핀라자는 2017년 12월 식약처 허가를 받고 2019년 4월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됐다. 첫 해 6회, 그 이후 4개월마다 연 3회 투여해야 하고 척수 강내로 주사한다.

1회 투약에 9,235만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 받을 경우 본인부담상한제로 인해 연 최대 780만원(2023년 기준)을 내면 투여할 수 있다.

이후 개발된 치료제로 원샷 치료제인 '졸겐스마'나 경구복용제인 '에브리스디'가 있다. 다만 졸겐스마의 경우 9개월 미만 환아에게만 보험 적용이 가능하고, 에브리스디의 경우 아직 국내에서 급여 등재 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전체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치료제는 스핀라자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심평원 고시에 의하면 스핀라자는 총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급여 투여 대상이 된다.

1) 5q SMN-1 유전자의 결손 또는 변이의 유전자적 진단, 2) 만 3세 이하에 SMA 관련 임상 증상과 징후 발현, 3) 영구적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는 경우(1일 16시간 미만, 연속 21일 미만 인공호흡기를 사용)다.

즉, 상태가 위중한 1형 환자나 증상 발현이 청소년기 이후에 나타나는 3, 4형의 경우 투여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또 4회 투여 후에는 매 투여 전에 운동기능 평가를 해야 한다. 직전 평가시점과 비교해 운동기능의 유지 또는 개선을 2회 연속 입증하지 못하거나 영구적인 인공호흡기 사용이 필요한 경우 투여가 중단된다.

심평원의 공개심의사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2월 기준 스핀라자를 신청한 전체 인원 195명(100%) 중 치료 중인 인원은 127명(65.1%), 중단 인원은 34명(17.4%)였다.

중단되거나 탈락한 환자의 대부분은 HFMSE 평가 결과 운동 기능 개선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SMA에서 대근육의 운동만을 평가하는 HINE-2, HFMSE, 단 두 개의 척도만을 사용하고 있다. 

HINE-2는 24개월 미만 1형 환자의 운동 기능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척도로, 잡기, 고개 가누기, 구르기, 걷기 등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HFMSE의 경우 후기 발병형인 2, 3형 환자의 운동 기능 측정을 위해 고안된 평가 도구로 앉기, 걷기, 계단 오르기 등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SMA의 특성상 대근육 발달이 어렵고, 특히 1형은 대부분 와상 환자이기 때문에 대근육을 주로 평가하는 척도 사용에 제한점이 있다.

또한 24개월 이상 1형 환자의 경우 국내에 해당되는 척도가 없다. 그런데 중증도를 고려하지 않고 HFMSE를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어 측정에 어려움이 있다.

스핀라자 급여 적용 초기에는 1형 환자에게 초반 평가도구를 HINE-2로 적용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HFMSE로 척도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중증 1형 환자는 상대적으로 대근육 기능 수준이 낮아 심의 탈락을 겪을 수밖에 없다.

TF팀은 "SMA 질환 성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도구와 삶의 질 등 세분화된 평가가 필요하다. SMA는 진행성 질환이므로 현 기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치료의 효과가 있음이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SMA를 평가하는 평가도구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보다 세분화된 평가도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소근육이나 삶의 질 등을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효과성에 대한 이해를 넓히자고 제안했다.

그 중 성인 환자는 치료제가 개발된 시점에 이미 병이 진행돼 관절의 구축, 기능 저하가 일어난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현재의 평가 항목이 적절치 않으며, 이에 대한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환자 단체는 '명확한 이유' 없이 심의에서 탈락되는 사례를 꼬집었다.

지난 3월 심의에서 탈락한 20대 A씨의 경우 심평원이 제시한 평가척도(HFMSE) 점수가 투여 전에 비해 0점에서 2점으로 올라 '운동기능의 유지 또는 개선'을 입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승인을 통보 받았다.

공개된 심의사례에는 '제출한 운동기능평가(HFMSE) 결과는 스핀라자주 투여에 따른 운동기능의 유지 또는 개선으로 볼 수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음'이라고 기재돼 있다. 심평원은 공개 심의사례 내 획일화된 문구 외에 개개인의 심의 탈락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TF가 심평원에 문의한 결과 "심의 내용에 대한 사안을 기관이 아닌 개인에게 안내할 수 없으며, 모든 내용은 심의위원회에서 전문가 의견을 통해 결정된 사안이다"라는 답변만 들었다.

TF에서 조사한 삶의 질 상승 평가 결과에 따르면, 투약 전 심평원에서 요구하는 운동 평가에서 스핀라자를 투여한 성인 환자의 약 75%가 점수 상승을 보였다. 평가도구가 불리해 상승을 보일 수 없었던 중증환자도 호흡, 수면, 배변, 삼킴 등 일상생활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답했다.

반면 치료가 중단된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병이 다시 진행되는 것을 느꼈다. 중증도가 심한 1형 환자들에게 치료제의 부재는 호흡 부전을 일으킬 수 있어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현재 해외 50개국 이상의 나라가 스핀라자를 사용해 치료 중(2020년 기준)이며 이 중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에서는 발현 시점이나 연령과 상관없이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많은 의견을 토대로 스핀라자는 급여 개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고가약의 급여가 늘어나면서, 심평원은 사후관리 또한 강화시킨다는 방향을 잡았다.

이에 환자들 사이에서는 스핀라자의 급여 기준이 바뀔 경우 급여 중단 환자가 더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TF팀은 "현 기준보다 강화된 안이 고시될 경우 환자들이 생명권을 사수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스핀라자의 급여 기준 개선과 급여 중단 기준에 대한 보완이 이뤄지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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