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 치료제가 가져온 '기회'‥최초 임상 참여자의 백혈병 희망 이야기

[연중기획 희망뉴스] CAR-T 임상시험 참여 후 8년 째 cancer free 상태 유지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0-09-28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10년 5월, 에밀리 화이트헤드(Emily Whitehead)는 무릎에 통증을 느꼈다. 몸에 심각한 멍이 생길 정도였다.

결국 에밀리는 병원에 방문했고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에밀리가 5살이던 해다. 

진단 당시, 주치의는 담담하게 말했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소아암 중 완치율이 가장 높다고 말이다.

이에 에밀리의 가족은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했다.

그러나 투병 초기, 암을 극복해낼 것이라는 믿음은 점차 흐려졌다. 에밀리는 진단 후 16개월 동안 큰 개선을 보이지 않았다.

2011년 10월, 유지요법 실시 후 혈액검사를 받으러 간 날, 진단 당시 85~90%로 예상됐던 생존율은 30% 미만으로 떨어질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남은 것은 골수이식 뿐이었다. 하지만 에밀리의 병세가 악화돼 이식조차 받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필라델피아 소아병원에서 CAR-T 임상시험이 있다며 참여를 권유 받았다. 처음 듣는 치료법이었기에 에밀리의 가족은 거절했다.

그렇지만 에밀리의 상태는 계속해서 나빠졌고, 부모는 오로지 에밀리를 위해 임상 참여를 결심했다. 그 때 당시 에밀리의 나이는 고작 7살이었다.

그리고 현재. 임상에 참여했던 에밀리는 8년 째 몸에서 암이 사라진 채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2020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코리아' 기조 연설에는 에밀리의 아버지가 등장했다.

그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치료를 받은 첫 번째 어린이의 아버지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동시에 본인이 CAR-T 치료로 희망을 체감한 증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에밀리의 아버지는 "에밀리가 걸린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학교를 가기 전 연령의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소아암이다. 에밀리는 항암화학치료 이후 재발을 겪어 조혈모세포 이식을 기다렸으나, 병세가 급격히 악화좨 결국 이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운이 좋게 임상시험을 통해 세계 최초로 CAR-T를 투여 받은 소아 환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CAR-T 치료제는 모두 환자의 혈액에서 T 세포를 추출한 뒤 암세포를 인식할 수 있는 항원 수용체를 주입하고 증식시켜 환자의 몸 속에 넣는 '자가 유래' 방식이다.

에밀리도 2012년 4월, 6주간 T세포 추출해 약을 주입했다.

물론 임상시험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CAR-T 치료제 주입 후 혈압 급감 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해당 이상반응에 빠르게 대응하며 에밀리의 상황을 지켜봤다.

다행히 에밀리는 투여 한 달 후 모든 암세포가 사라졌고, 그 해 9월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다. 퇴원일은 에밀리의 7번째 생일날이었다.

◆ 노바티스, CAR-T 치료의 선두가 되다

2017년 8월, FDA로부터 `킴리아(Kymriah, tisagenlecleucel)`가 최초로 허가됐다. 노바티스는 CAR-T 세포 분야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현재 미국을 비롯 유럽, 일본 등 26개국에서 킴리아가 허가를 받은 상태다. 더 이상 치료 옵션이 없는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짧은 기간 내 집중적 투자가 이뤄졌다고 보여진다.

한국노바티스의 정가영 이사는 "CAR-T 치료제는 기전, 방법 자체도 새롭지만 무엇보다 환자에게 놀라운 치료 혜택을 가져와 획기적인 약으로 평가받고 있다"라며 "CAR-T 임상을 주도했던 연구자들은 '인생에서 나를 가장 흥분시킨 약이고 새로운 약'이라 강조했다. 2017년 FDA 에서의 외부 자문 미팅에서도 만장일치로 환자에게 필요한 약이라고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CAR-T가 보여준 치료 성과는 놀라웠다. CAR-T는 혈액암에서 먼저 개발됐다. CD19를 발현하는 악성 B세포 종양이다.

킴리아의 경우 ▲재발 또는 불응성 소아 및 청년 B세포성 급성 림프 모구 백혈병(B-ALL) ▲재발 또는 불응성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의 적응증을 갖고 있다.

이 중 ALL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킴리아 군은 치료 3개월 만에 완전 관해율 83%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소아 ALL 환자에서 장기 안전성을 보여줬다. 소아 환자가 5년간 관해 상태를 유지했다는 데이터가 존재한다.

에밀리의 경우처럼 표준 치료에 재발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기대 여명이 6개월 이하로 좋지 않은 예후를 보인다. 그렇지만 CAR-T 이후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하다는 사례가 계속 축적되고 있다.

DLBCL의 경우, 환자 중 약 50~60%는 1차 치료 이후 완전 관해에 도달한 뒤 유지되지만 환자 중 약 3분의 1 정도는 1차 치료 이후 재발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 킴리아는 줄기세포 이식수술을 진행하지 않고도 지속반응에 도달했고, 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의 요인에는 CAR-T의 기전이 큰 역할을 했다.

CAR-T는 환자의 T세포를 이용하는 것과 함께, 유전자를 변형해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용한다. 세포, 유전자, 면역 치료제의 특징을 모두 갖춘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정 이사는 "암은 가면을 쓰고 숨거나 재발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연구자들은 치료 전략을 바꿔 환자의 면역세포를 다시 암과 싸우게 만드는 방법을 구사하게 됐다. 세포 유전자 치료제는 환자 개인의 유전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보를 잘 파악해야하지만, CAR-T 치료는 보통 1회 투여 후 환자 몸에서 증식하고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암의 근본적인 치유까지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새로운 기회, 남은 도전 과제

CAR-T 치료가 환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기회와 더불어 남아있는 몇 가지 도전 과제가 있다.

CAR-T 치료의 제조 단계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1) 병원에서 환자 몸의 T세포를 포함한 백혈구 추출한 뒤, 냉동 후 제조시설(미국)으로 이동한다. 2) 제조시설은 T세포를 받아 녹인 후 살생 능력을 가진 세포로 유전자를 변형시킨다. 3) 엄격한 품질, 무균 검사를 진행 해 다시 냉동, 해당국의 해당 병원으로 이송하면 4) 병원에서 세포를 녹여 환자에게 재주입하는 방식이다.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는 각 환자마다 개별적으로 개발된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전문 인력이 투입된다. 의사, 간호사, 병리, 임상, 제조 전문가, 제약사의 재무팀, 법무팀까지도 CAR-T 치료제 제조 및 투여에 관여하기 때문에, 굉장히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정 이사는 "CAR-T 치료제는 각 단계별 세밀한 추가 작업들이 있다. 효율적으로 조율되지 않으면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병원부터 CAR-T 제조에 관여하기 때문에 의료진 뿐만 아니라 재무팀, 법무팀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맞춤 제작되는 복잡한 생산 방법 때문에, 만약 생산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이라면 환자의 T세포를 미국에 보내 제조해야하는 한계도 있다.

노바티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투자를 강행했다. 여러 지역에 생산시설을 설립한 것.

노바티스는 유전자 세포치료제의 수요 증가로 북부 스위스에 약 9000만달러(약 1062억원)를 투자했다. 이 새로운 생산시설은 킴리아의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아울러 프랑스 및 중국과 일본에도 별도의 생산 시설을 확보해, 환자들이 CAR-T 치료제를 투약하기 위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CAR-T 치료제는 ▲CRSCRS(사이토카인 방출 신드롬), 신경독성 등과 같은 부작용 ▲고형암에의 적용이 어려운 점 ▲내성 문제가 있다.

정 이사는 "CAR-T는 시장에 진출한지 고작 몇 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많은 치료 성과를 보여줬다. 향후 환자들의 공급망을 최대한으로 효율적으로 조율하고 단·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케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CAR-T는 혈액암뿐 아니라 고형암 등 다양한 암종에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말은 결국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동시에 높은 치료제 가격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글로벌에서는 유전자·세포치료제를 놓고 정해진 기간에 목표 결과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비용을 되돌려주는 '가치 기반(Value-Based Agreements)' 보상 방법, '분할 상환 지급 모델(Amortized Payment Models)' 등을 접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전자·세포 치료제의 도입이 예고된 가운데, 새로운 '펀드(기금)' 시스템을 만들거나 가치기반 및 분할 상환 등의 제도 등이 제안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CAR-T 치료제가 너무 '가격'에만 집중돼, 정작 그 효과와 필요성이 묻히고 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킴리아는 한 번의 치료로 높은 관해율, 장기생존, 더 나아가 완치가 가능하다. 평생 치료가 아닌, 일회성의 치료만으로 질환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미 CAR-T와 같은 첨단바이오 의약품 관심은 국가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도 '첨단 재생 바이오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정 이사는 "이 법은 CAR-T 치료제와 같은 첨단 바이오 의약품이 대체치료제가 없는 중대한 질환, 암 등의 질환에서 빨리 허가 될 수 있도록 신속허가제도 등을 마련했다. 여기에 차별화된 안전 관리등의 보다 엄격한 규제 환경에 초점을 맞췄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점차 치료제는 개발이 까다롭고 복잡해지며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CAR-T 치료제와 같은 말기암 치료제는 환자에게 사회 복귀 기회를 주고, 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