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중심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라는 의료계 기대가 나온다. 이에 경도인지장애라는 질환 이름이 주는 경증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고민도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패러다임 전환이 임상현장에 반영되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는 진단도 뒤따른다.
대한치매학회는 19일 오후 코리아나호텔에서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함을 제시했다.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는 2003년 이후 신규 승인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큰 상황이다.
이에 해외에서는 수요 해결을 위해 2세대 항체 치료제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그 성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6월 항체 치료제 ‘아두카누맙’을 조건부 승인했다.
아두카누맙을 비롯한 2세대 항체 치료제는 주 치료대상을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치매’ 환자로 제한해 근본적인 질환 치료를 목표로 한다.
국내에서는 그간 뇌기능 개선제가 경도인지장애에 사용됐지만 급여적정성 재평가 등에 따라 적응증이 삭제되면서, 현재는 치료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학회는 2세대 항체 치료제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효과에 관해선 여전히 논쟁이 이뤄지고 있지만, 향후 수년 내에 온전한 치료제가 개발돼 치매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재성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미국에서 항체 치료제가 조건부 승인됨에 따라, 현재까지 약물치료 대상이 되지 않았던 경도인지장애를 치료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기형 기획이사(가천대 길병원 신경과)는 “그간 학회에서는 운동과 식이요법 등 생활습관을 통한 1차 예방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향후에는 치료제 등장으로 경도인지장애 치료를 통한 2차 예방이 중요한 목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치료 필요성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경증’으로 오해되는 경도인지장애
이에 학회에서는 경도인지장애 인지도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질환명으로 인해 경증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질환명 변경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양동원 이사장(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과)은 “경도인지장애는 이름만 경도일 뿐, 경증이 아니다. 현재 경도인지장애는 질병분류상 ‘F코드’로 묶여 경증질환으로 치부되고 있다”며 “이름만 보고 가벼운 질환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되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과 치료가 도입돼야 하는 영역”이라고 밝혔다.
임재성 홍보이사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는 연속선상에 있지만, 환자는 단순히 질환명만 듣고 ‘아직 괜찮구나’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경증 질환이라는 오해 때문에 적절한 진단검사와 전문의료진에 의한 추적관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박기형 기획이사도 “경도라는 단어 때문에 환자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조차 중등도를 평가할 때 관리하기 쉬운 감기 수준 질환으로 생각한다”며 “때문에 학회에서는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 자체를 변경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용어가 개선된다면 이로 인해 생기는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면엔 신중론도 깔려있다.
최호진 정책이사(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신경과)는 “경도인지장애는 의학용어다. 인지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바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갈 길 먼 경도인지장애 치료…비용효과성 입증도 필요
치료제 기대감으로 경도인지장애 인지도 개선 논의까지 벌어지고 상황이지만, 실질적으로 임상현장에서 경도인지장애를 치료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따른다.
항체 치료제 효과에 대한 의문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재정 긴축에 나선 정부 상황을 고려할 때 항체 치료제와 같은 고가 신약이 급여권에 진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이 이유다.
최호진 정책이사는 “우선 항체 치료제 효과가 분명하게 입증돼야만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고, 현재는 패러다임 변화에 준비하자는 차원”이라면서 “항체 치료제 효과가 입증되더라도 국내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사용했을 때 발행하는 사회적 비용이 이전 체계보다 줄어든다는 근거를 병행해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기형 기획이사는 “아두카누맙 이후로 약제에서 치매 예방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는 효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향후 좋은 결과가 발표된다면 치료 성과가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재선 홍보이사는 “항체 치료제가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도입되면 대상이 되는 적절한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고 부작용을 피하기 위한 전문화된 진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대한치매학회는 대한치매학회가 한국갤럽과 함께 지난달 전국 17개 시도,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58%는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 73%는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지를 모른다’고 답해 관련 인식 제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치매학회는 1996년 치매 관련 질환을 연구해온 의료진을 중심으로 연구회로 출발한 후 점차 확대돼 2002년 정식 학회로 발족했으며,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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