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서도 '성(性) 차이' 다양성 인정‥바뀌고 있는 연구 문화

성(性)의 차이와 연관돼 젠더 다양성, 마이크로바이옴 등에 관한 연구 강조
양성을 반영한 연구,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10-11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최근 눈에 띄게 바뀌고 있는 연구 문화가 있다.

바로 '생물학적 성(性)' 차이를 반영한 연구들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임상시험은 남성 위주로 돌아갔다. 

과거 여성은 생명을 구해줄 수 있었을 HIV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또한 남성과 같은 양의 약물 투여와 백신 접종으로 인해 최악의 부작용을 견뎌야 했다. 

그런데 최근 양성을 모두 다루는 면역학 연구 비중이 증가하는 등 성(性)의 차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양성을 반영한 연구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의 '생물학 탐색 영역을 한 차원 넓힐 성(性)의 차이'에 따르면, 생물학적 성(性)은 면역체계가 질병과 백신에 반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러한 영향에 관한 연구는 오랫동안 간과돼 왔다.

남성과 여성은 감염병이나 자가면역질환 등에 대해 다르게 반응한다.

한 예로 여성이 루푸스(lupus)에 걸릴 확률은 남성보다 9배나 더 높으며, 독감에 의한 입원율도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남성은 결핵에 걸리거나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여성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생물학적 성과 젠더에 관한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역사적으로 임상시험은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그 결과는 공중보건과 의학에 큰 영향을 끼쳐 왔다.

1997∼2001년 사이에 FDA가 시장에서 철수시킨 약물 10개 중 8개는 여성에게 중대한 건강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모두 FDA 승인 후에 발견된 사항이다.

전임상시험에서도 최근 5년 전까지만 해도 설치류 동물실험의 75% 이상이 수컷만을 이용해 진행됐다. 동물실험을 수행할 때 암컷과 수컷을 모두 사용하려면 더 많은 연구비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암컷 동물 사용 시 생식주기(reproductive cycle)를 고려해야 하는 등 많은 노력이 요구돼 과학자들은 암컷 동물 사용을 기피해 왔다.

하지만 각종 연구에서 유전자 발현부터 호르몬 수치까지, 암컷 쥐나 햄스터가 수컷과 다양한 특성 차이를 보인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연구자들은 야러 노력을 통해 '성(性)차'에 관한 연구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사브라 클라인(Sabra Klein) 교수 연구팀은 비교적 오랜 시간 동물모델과 인간에서 남성과 여성의 면역 체계 차이를 확인했다.

연구를 통해 남성과 여성의 면역체계가 독감 바이러스, HIV, 특정 암 치료에 어떻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어째서 여성 대부분에서 백신의 보호 효과가 더 큰지, 중증 천식과 자가면역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큰지를 제시했다.

아울러 성이나 젠더에 따른 계층화된 자료를 요구하는 등 학술지와 정부 연구비 지원 기관에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양성을 모두 다루는 면역학 연구 비중이 2009년 16%에서 2019년 46%로 증가했다.

1993년 미국 의회는 NIH가 연구비를 지원하는 모든 임상시험에 여성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16년 NIH는 척추동물과 인간에 대한 연구 설계, 분석, 보고에서 생물학적 성을 고려하도록 하는 '생물학적 변수로서의 성(Sex as a Biological Variable)'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성에 따라 계층화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기존의 치료법을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만든다. 뿐만 아니라 면역학에서 성차를 바탕으로 메커니즘을 조사하는 것은 새로운 치료법을 위한 길도 열 수 있다.

이미 다발성경화증과 천식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일부 유망한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면역학자이자 감염병 연구원 아일린 스컬리(Eileen Scully)는 "두 그룹의 서로 다른 차이는 새로운 발견이 쏟아져 나올 금광을 발견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性)의 차이와 연관되어 젠더 다양성, 마이크로바이옴 등에 관한 연구가 각광을 받고 있다.

다만 성차와 관련한 면역학적 발견을 활용하고, 인간이 감염병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해석하려면 인종과 젠더 같은 사회, 문화, 환경적 요인도 참작해야 한다.

2023년 4월, 고든 리서치 컨퍼러스(Gordon Research Conference)에서는 성차에 관해 처음으로 세션(Sex Differences in Immunity in Health and Disease)이 구성된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모여 양성 연구가 함께 논의한다면, 성차가 생물학 탐색 영역을 한 차원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