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서 '혁신'은 어디로?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06-01 10:44

우리나라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산업을 꼽으라면, 아마 의료기기산업일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체외진단산업이 꽃을 피운 덕택에 전체 의료기기산업 무역수지는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조는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30% 성장한 약 11조 9,000억원을 기록하면서다. 연간 무역수지도 2020년부터 3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생산액 2조를 돌파한 기업도 2개나 등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체외진단기기 업체인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치과용 의료기기 업체 오스템임플란트의 지난해 생산액은 각각 2조원을 돌파했다.

정부도 K-의료기기에 대한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디지털 치료기기(DTx)나 의료 AI 등 디지털헬스 분야에 대한 육성 의지를 다지면서다. 

이를 위해 혁신의료기기의 의료현장 진입 기간을 기존 390일에서 80일로 단축시키는 패스트 트랙을 내놨다.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제도' 도입을 통해서다. 

최대 80일이 걸리던 식약처의 의료기기 허가와 최대 250일이 걸리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혁신의료기술평가 등의 과정을 거쳐야 했던 기존의 혁신기술의료기기제도를 일괄 통합한 것이다. 

그럼에도  산업 현장에서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 트랙을 탔더라도 시장 출시 과정은 여전히 지난하다고 한다. 

일례로 지난 2월 에임메드는 식약처로부터 불면증 개선 DTx '솜즈(Somzz)'로 '국내 1호 DTx'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솜즈는 앞서 지난해 12월 15일 웰트의 'WELT-I'와 함께 보건복지부 '통합심사·평가 혁신의료기기 1호'로 지정된 바 있다. 기존에 없던 신의료기술인만큼, 그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을 빠른 시일 내에 평가해 시장 진입을 돕자는 측면에서다. 

그럼에도 솜즈의 출시는 아직 요원하다. 고시 절차는 거쳤지만, 현재 솜즈는 NECA의 혁신의료기술평가사업 심사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와 혁신의료기술평가를 동시에 진행해 시장 진입 기간을 단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달리 여전히 심사에 심사를 거듭 중이다. 

앞서 에임메드는 올해 2분기 솜즈의 출시를 예상했다. 통합심사·평가 혁신의료기기 1호로 지정된 데다 식약처 허가도 무난하게 따내면서다. 하지만 에임메드는 솜즈의 출시를 3분기로 미룬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에임메드 관계자는 "식약처 허가 때 제출했던 임상시험 데이터 등을 현재 NECA측에서 심사·평가하고 있다"면서 "이마저도 만약 지연 사유가 발생한다면 최종 출시는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의 기술 혁신 속도에 맞춰 정부도 규제혁신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혁신성 인정 대상을 확대하고, 혁신의료기술평가를 최소화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예상과 달리 여전히 규제개선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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