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인력의 수급과 관리‥대안으로 떠오른 '정보 시각화'

캐나다, 호주, 이스라엘‥정책적 의사결정 지원하기 위한 '대시보드' 개발 중
한국, 데이터의 수집과 관리에 있어 상당한 수준‥그러나 정보의 활용은 부족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2-02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보건의료체계를 뒤흔들 정도로 큰 위기를 가져왔으나, 그만큼 여러 교훈을 남겼다.

공공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데 가장 큰 제약 요인은 장비나 병상이 아니었다. 바로 '보건의료인력의 부족'이었다.

코로나를 치료해야 할 중환자실에는 전문의와 간호사가 부족했고, 병원 외 환경에서 지속적인 치료와 요양을 제공할 일차의료와 장기요양 인력이 모자랐다.

이처럼 공공보건 위기,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서는 보건의료인력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굉장히 중요하다. 모니터링은 인력 배치의 유연성을 제공하며, 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정보의 시각화'가 정책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 인지한 여러 국가들은 보건의료인력의 현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시보드(Dashboard)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대시보드는 정책 결정자들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의료 인력의 현황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HIRA ISSUE 'OECD 회원국의 보건의료인력 관리강화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는 연방제 국가의 특성으로 각 주마다 독립된 보건 의료 정책을 운용하고 있어 전국적인 보건의료인력 데이터의 통합 및 관리가 쉽지 않았다.

캐나다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러한 문제가 더욱 부각돼 각 지역의 의료 인력 부족, 수술 대기 및 응급실 폐쇄, 가정의학과 의사의 부족과 같은 문제들이 보고된 바 있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올해 2월 전국 보건의료인력 데이터 통합과 관리 효율화를 위해 '보건의료인력의 미래를 위한 탁월성 센터(Centre of Excellence for the Future of the Health Workforce)' 설립을 발표했고, 이 센터의 핵심 역할 담당기관으로 '캐나다 보건정보연구소, Canadian Institute for Health Information, CIHI)'를 선정했다.

CIHI는 보건의료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으로 30개의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종합 데이터와 의사, 간호사, 정신건강 간호사,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 약사, 직업치료사 및 물리치료사 등 8개의 전문직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를 수집해 왔다.

CIHI는 곧바로 모든 보건의료 직종에 대한 공급 정보 및 급여, 교육, 서비스 이용, 이민 등 폭넓은 정보를 수집하는 비전을 담은 'HHR Data & Information Roadmap'을 수립했다. 또한 그동안 직관성이 낮고 시각적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 받아 온 데이터테이블(excel) 방식의 정보 제공을 벗어나 디지털 대시보드 형태로의 정보 제공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의 대시보드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각 주와 지역에서의 정책 개입을 탐색하는 상호작용식 대시보드나 지역별 의사 및 간호사에 대한 상호작용식 지리적 지도가 개발된 상태다.

호주는 데이터의 시각화를 통해 다양한 정보원의 데이터를 요약하고 통찰을 제공하는 대시보드의 유용성에 대해 빨리 인정한 편이다. 지난 10년 동안 보건의료 분야의 데이터에 대한 대시보드 구축에 힘써 왔으며, 이러한 노력은 공공부문 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2009년부터 '호주 및 뉴질랜드 의과대학(Medical Deans of Australia and New Zealand)'은 졸업자와 현직 의사들의 정보를 지역별, 출신별 등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대시보드를 운영 중이다.

2014년에는 '호주 및 뉴질랜드 안과 의사 협회(Royal Australian and New Zealand College of Ophthalmologists)'가 건강 인사이트(Health Insight)를 통해 환자들이 자신의 지역이나 진료소에 근무하는 안과 의사들의 데이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국립장애보험공단(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Agency)도 데이터 제공 대시보드에 의료제공자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호주 보건부(Australian Department of Health and Aged Care)는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관으로 꼽히는데, 해당 부처의 보건의료인력 대시보드는 다양한 보건의료 전문인력의 시계열적 변화, 지역적 분포 등을 검색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시각화 대시보드의 데이터 기반이 탄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호주 정부는 보건의료인력 정보의 데이터 기반 강화, 인력 정보의 중복 문제 해결과 정확성·실시간성 개선을 주요 과제로 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몇십 년 동안 보건의료인력 부족을 겪었다. 이런 이스라엘의 의사 인력의 부족 문제를 해결해준 것은 해외에서 의학교육을 받은 이민자 의사들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교육을 받은 일부 의사들의 역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됐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2019년 국외 의학교육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고, 교육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교육기관 출신자들의 의사 면허를 인정하지 않고 의학 교육의 최소 질 기준을 확립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해당 개혁으로 2025년부터 심각한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이스라엘 보건의료체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력 부족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이스라엘 보건부는 의료인력 데이터 수집을 강화하고 이를 활용한 기본 예측 모델 개발에 돌입했다.

원래 이스라엘 보건부는 데이터를 엑셀 형태로 제시하고, 여기서 얻은 분석결과를 정책관계자에 대한 소개(파워포인트 활용)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정보의 수집과 게시만으로는 정책 변화를 촉진시키기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고, 관계자들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기 위해 데이터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소통형 대시보드가 개발됐다. 초기엔 주로 이스라엘의 의사에 대한 기술 통계를 보여줬지만, 점차 다양한 시각화 정보를 포함하는 것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심사평가연구실 국제정책연구부 유수연 부연구위원은 "OECD 회원국 대부분이 보건의료인력의 수급과 관리에 대해 우리나라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국가들이 정책적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정보 시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에 한 발 더 앞서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의료면허 관리와 건강보험 청구를 위해 자원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데이터의 수집과 관리에 있어서는 상당한 수준인 셈이다.

반면 데이터를 분석해 정책의사결정을 지원하고 국민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수집한 정보의 활용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유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정책 관계자들이 모이는 논의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수치로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정보를 인지하고 분석해 볼 수 있는 의사결정지원 도구와 대시보드의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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