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의료 AI, 의사 업무 부담 낮출 수 있을까

영상검진 증가 속 美 영상의학과 의료진 49% 번아웃 경험 
스웨덴 AI 활용 전향적 연구서 전문의 부담 44% 개선…의료비용도 감소
임상현장서는 “업무 부담 개선 VS 판독량 두 배, 결국 사람이 해야”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12-02 06:09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이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업무 부담을 낮춰줄 수 있을까.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폐막한 '2023 북미영상의학회(RSNA)'에서도 이 같은 질문이 대회 화두로 떠올랐다.

전문의 업무 부담과 관련한 전문가 세션부터 각 기업이 내놓은 최신 의료 AI 기술 전시까지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기 위한 장이 펼쳐진 것.

기업들은 의료진의 번아웃과 인력 문제 해결, 동시에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혁신 기술과 현장 요구에 부합하는 의료 AI 기술 제공을 강조했다. 

영상진단 업무 과중 속 번아웃 증가 

의료 AI 제품들의 출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에 대한 업무 부담과도 맞닿아있다. 

실제 미국 의과대학협회(AAMC)는 2033년 미국 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최대 4만1900명 부족할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미국 인구구성이 고령화됨에 따라 관련 검진 수요가 지속 증가한 탓이다.  

그럼에도 관련 전문의들은 현재도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2년 북미영상의학회 저널에 실린 '영상의학과 전문의에 대한 이해와 인식' 논문에 따르면, 영상의학과 의료진 49%는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

번아웃 원인으로는 너무 많은 판독 업무(60%)와 직장 내 초과 근무(34%) 등이 꼽혔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대한영상의학회가 전문의 511명, 전공의 131명 총 6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번아웃 설문조사에서 번아웃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71.6%를 보였다. 

정부 건강보험 급여화 정책으로 인해 초음파와 MRI, CT 검사횟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영상의학과 전문의 업무 부담도 더욱 가중됐기 때문이다. 

연구선 AI+전문의, 전문의 2명 대비 비열등성 입증 

그러자 스웨덴은 큰 결정을 단행했다. 국가 유방암 검진사업에서 의료 AI를 도입한 것. 

유럽연합 국가들은 유방촬영술 검사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 2명이 '이중 판독(Double reading)'을 하는 표준판독을 시행하고 있다. 

스크리닝 과정에서 자칫 한 명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다른 한 명이 보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웨덴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의사 업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전문의 2명 대신 전문의+AI 검진을 시행했다.     

그러면서 스웨덴 말뫼 룬드대학교 연구팀은 AI 판독과 이중 판독을 비교한 전향 연구를 진행했다. AI를 활용한 유방 촬영술 검사(MASAI)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2021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스웨덴 40~80세 여성 참가자 8만33명을 두 그룹(전문의 2명, 전문의+AI)으로 나눠 암 발견율(Cancer Detection Rate, CDR))을 비교분석했다. 

이에 따른 결과는 놀라웠다. AI 그룹 암 발견율은 수검자 1000명당 6.1건으로 표준 판독그룹(1000명당 5.1건)과 유사했다.  

암 재검진을 위해 환자를 다시 소환하는 리콜률 역시도 AI 검진그룹이 2.2%, 표준 판독그룹 리콜률은 2.0%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위양성률도 두 집단 모두 1.5%대로 비슷했다. 

그럼에도 AI 검진그룹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 화면 판독 작업량은 44% 감소했다. 

국내 의료 AI 기업 루닛이 실행한 유방암 검진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루닛 인사이트 MMG'를 활용해 유방암 검진을 받은 스웨덴 여성 5만5579명을 대상으로 실제 의료환경에서 AI 도입 가능성을 전향 연구한 결과, 암 발견율(CDR)은 AI+전문의 1명이 1000명당 4.3건, 전문의 2명이 4.1건, AI 단독이 4.1건을 기록했다. 

리콜률에서는 AI+전문의 1명은 28.0건, 전문의 2명 29.3건, AI 단독은 15.5건을 나타냈다. 

AI를 활용한 유방 촬영술 검사 연구를 주도한 프레드릭 스트랜드 박사는 "의사 한 명의 역할을 AI가 대신함으로써 총 의료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면서 ”보험수가 획득 및 유방암 검진에 AI가 널리 사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임상현장서는 AI 두고 아직 '온도차'

의료 AI의 장점을 나타낸 앞선 연구들과 비교해봤을 때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어떨까. 영상의학 전문가들은 의료 AI 활용을 두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영상의학 전문의들의 피로도를 낮춰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도리어 업무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폐암환자 CT로 예를 들면 수년간 훈련한 영상의학과 전문의어도 병변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300장의 단층촬영사진을 훑어야 한다. 게다가 결절이나 종양은 하나의 덩어리인 만큼, 단층촬영사진 수 십장을 겹쳐봐야 한다.

따라서 영상의학 전문의가 하루 판독할 수 있는 CT 검진자 수는 많아야 3~4명. 하지만 AI는 폐 결절 병변 등의 데이터셋을 AI에게 학습시켜 5~10분 이내에 자동으로 검출해준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의가 한 번 더 300장의 단층촬영사진을 훑어보는 만큼, 판독 속도는 그만큼 빠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오히려 업무 부담이 더욱 늘어났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9월 열린 제79차 대한영상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도경현 정책네트워크위원장은 "전문의가 판독을 하고 AI 판독 결과도 한 번 더 봐야 하기 때문에 일이 두 배로 늘어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의사 업무량을 줄이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어디까지나 의료 AI는 '진단 보조' 수단이라는 점을 꼽았다. AI가 고도화되더라도 결국 최종 진단은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영상의학 전문가도 "민감도가 높으면 간혹 가다가 병변이 아닌데 병변이라고 찾는 경우도 있다. 특히 병변이 장기가 아닌 뇌로 가게 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면서 "의료 AI는 진단에 있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의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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