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존엄사법 악용한 '사회적 타살' 막으려면…"통제장치 필요"

"절차 및 한계를 엄격하게 규율하고, 사전・사후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조운 기자 (good****@medi****.com)2022-07-21 12: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조력존엄사' 법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는 가운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1일 '이슈와 논점' 1973호에서 최근 찬반 논쟁에 휩싸인 '조력존엄사' 관련 쟁점과 과제에 대해 제언했다.

'조력존엄사' 논쟁은 지난 6월 안규백의원이 환자 본인이 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스스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조력존엄사법)을 대표발의하면서 시작됐다.

저자인 이만우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조력존엄사를 찬성하는 핵심 이유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죽음 선택권, 즉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들었다.

조력존엄사를 반대하는 핵심 이유는 사회경제적 압력에 의해 죽음을 결정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비 부담, 간병비 부담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죽음을 선택하는 '사회적 타살'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 의료계 역시 우리나라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간병 살인' 등이 발생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조력존엄사가 합법화될 경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고 해당 법에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찬반 의견이 팽팽히 부딪히는 상황에서, 이만우 입법조사관은 "환자 본인 결정을 강제할 수 있는 요인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의사조력자살을 도입한 나라들은 어떻게 법을 디자인했을까?

미국은 오레곤 주는 지난 1997년부터 오레곤 주 존엄사법((The Oregon Death with Dignity Act)을 통해 환자가 존엄하게 생명을 종결하기 위한 약물 투입을 요청할 경우, 해당 약물을 처방해주는 의료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의사조력자살을 제도화했는데, 대신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몇 가지 내걸었다.

의사조력자살을 요청하는 환자가 ▲담당 의사와 상담 의사로부터 말기질환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약물 처방을 요청한 환자의 나이가 만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해당 환자가 의사능력이 있고 ▲약물 요청서에 환자 이외에 최소 2명의 증인이 환자가 의사능력이 있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며 서명을 강요받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등이다.

또한 약물요청서를 고의로 변조 또는 위조하거나 요청 철회서를 은닉하거나 파기한 자, 환자를 사망케 할 목적으로 약물 요청을 하도록 강요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자의 경우 A급 중범죄자로 처벌된다는 형사책임 조항을 두어 상기 요건과 절차의 남용을 방지하고 있다.

스위스는 형법((Strafgesetzbuch) 제114조를 통해 적극적 안락사를 촉탁살인으로 보고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동법 제115조는 이기적 동기를 가지고 타인의 자살을 방조한 자를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여 이기적인 동기가 아니기만 하면 자살을 돕는 것을 처벌하지 않고 있다.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는 수준에서 환자 자발적 의사조력자살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의 사례처럼 국내에서도 경제적 부담 등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의사조력자살이 강요될 수도 있는 등 남용의 부작용이 가장 큰 논쟁이 되고 있기에, 향후 조력존엄사를 제도화하려면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만우 입법조사관은 "제도 도입・시행의 요건과 절차 및 한계를 엄격하게 규율하여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면밀한 사전・사후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그 이전에 말기 환자 돌봄 서비스 제공을 체계화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관련기사보기

조력존엄사 허용 논의에…호스피스·완화의료 학회 "우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이사장 이경희)는 21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의사조력자살의 허용을 골자로 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발의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학회는 법안에 '의사조력'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대해 "자살이라는 용어를 조력존엄사라는 용어로 순화시켰을 뿐 치료하기 어려운 병에 걸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살하는 것을 합법화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이후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지원과 인프라 확충의

'존엄사' 선택 증가‥'연명의료 결정법' 남용 우려도 증가

'존엄사' 선택 증가‥'연명의료 결정법' 남용 우려도 증가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연명의료 결정법 시행 1년 반 만에 의료기관에서 존엄사를 선택한 환자가 약 6만 명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의 성공적인 확대 흐름 속에, 일부 의료현장에서는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 결정이 남용될 소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 결정법) 시행 1년 반을 맞아 시행 현황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한 인원은 29만 9천여 명, 실제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연명의료 3개월 시범사업 종료‥43명 존엄사 선택

다음달 4일부터 본격적인 연명의료결정법이 실시되는 가운데 연명의료 시범사업 결과, 43명이 '존엄사'를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세 달 간의 시범사업 결과 1월 15일 18시 기준, 연명의료계획서 94건과 9,370건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임종을 앞둔 환자가 추후 임종을 앞둘 경우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작성해두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자 수도 연명의료 시행 한달이 지난 시점이었던 지난해 11월 28일 11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임종을

연명의료 시행 한달, '합법적 존엄사' 7명 선택했다

연명의료 시행 한달, '합법적 존엄사' 7명 선택했다

오랜 논란끝에 시행된 연명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한달만에 7명의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10월 23일부터 시작된 연명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한 결과, 시행 한달여 동안(11월 24일 18시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2,197건, 연명의료계획서 11건이 보고되었으며 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 7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연명의료 시범사업은 2017년 10월 16일부터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