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조력존엄사' 법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는 가운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1일 '이슈와 논점' 1973호에서 최근 찬반 논쟁에 휩싸인 '조력존엄사' 관련 쟁점과 과제에 대해 제언했다.
'조력존엄사' 논쟁은 지난 6월 안규백의원이 환자 본인이 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스스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조력존엄사법)을 대표발의하면서 시작됐다.
저자인 이만우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조력존엄사를 찬성하는 핵심 이유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죽음 선택권, 즉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들었다.
조력존엄사를 반대하는 핵심 이유는 사회경제적 압력에 의해 죽음을 결정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비 부담, 간병비 부담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죽음을 선택하는 '사회적 타살'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 의료계 역시 우리나라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간병 살인' 등이 발생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조력존엄사가 합법화될 경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고 해당 법에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찬반 의견이 팽팽히 부딪히는 상황에서, 이만우 입법조사관은 "환자 본인 결정을 강제할 수 있는 요인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의사조력자살을 도입한 나라들은 어떻게 법을 디자인했을까?
미국은 오레곤 주는 지난 1997년부터 오레곤 주 존엄사법((The Oregon Death with Dignity Act)을 통해 환자가 존엄하게 생명을 종결하기 위한 약물 투입을 요청할 경우, 해당 약물을 처방해주는 의료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의사조력자살을 제도화했는데, 대신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몇 가지 내걸었다.
의사조력자살을 요청하는 환자가 ▲담당 의사와 상담 의사로부터 말기질환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약물 처방을 요청한 환자의 나이가 만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해당 환자가 의사능력이 있고 ▲약물 요청서에 환자 이외에 최소 2명의 증인이 환자가 의사능력이 있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며 서명을 강요받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등이다.
또한 약물요청서를 고의로 변조 또는 위조하거나 요청 철회서를 은닉하거나 파기한 자, 환자를 사망케 할 목적으로 약물 요청을 하도록 강요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자의 경우 A급 중범죄자로 처벌된다는 형사책임 조항을 두어 상기 요건과 절차의 남용을 방지하고 있다.
스위스는 형법((Strafgesetzbuch) 제114조를 통해 적극적 안락사를 촉탁살인으로 보고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동법 제115조는 이기적 동기를 가지고 타인의 자살을 방조한 자를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여 이기적인 동기가 아니기만 하면 자살을 돕는 것을 처벌하지 않고 있다.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는 수준에서 환자 자발적 의사조력자살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의 사례처럼 국내에서도 경제적 부담 등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의사조력자살이 강요될 수도 있는 등 남용의 부작용이 가장 큰 논쟁이 되고 있기에, 향후 조력존엄사를 제도화하려면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만우 입법조사관은 "제도 도입・시행의 요건과 절차 및 한계를 엄격하게 규율하여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면밀한 사전・사후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그 이전에 말기 환자 돌봄 서비스 제공을 체계화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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