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 임신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 사회 만들어야"

[인터뷰]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 최안나 센터장(산부인과 전문의)
난임·임신 우울 고위험군 20만명…상담-의료 연계로 정서적 지원 제공
만족도 커 대기자 늘어나지만…전국 6개 센터, 예산과 인력 4년째 동결

조운 기자 (good****@medi****.com)2022-07-27 12: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가임력이 좋은 20대와 30대 초반 성인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신과 출산이 어렵고, 두렵고, 막막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반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우울과 불안 등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한 정서적 지원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임신을 고민하는 순간부터 출산 그리고 돌봄과정까지 발생하는 우울과 불안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된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는 부모가 되는 길이 힘들지 않도록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고 있다.

최안나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 센터장(산부인과 전문의)<사진>은 임신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강조하며, 임신과 출산 과정이 힘들고 두려워 임신을 주저하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는 것이 저출산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 난임 스트레스, 임산 및 산후 우울증 고위험군 약 20만 명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부터 둘이 만나 아이를 하나도 낳지 않는 세상이 돼 버렸다. 출산율은 매년 감소추세에 있으며, 가장 치근 통계인 2021년 국내 합계출산율은 통계청 추산 0.81명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에서 만난 최안나 센터장은 "한창 아이를 계획하고, 임신을 준비해야 할 가임력이 좋은 35세 이전 성인이 사회적 기반 등을 이유로 임신과 출산을 뒤로 미루고 있다. 정작 사회적 기반을 갖췄다고 생각되는 40대 초중반으로 가게 되면, 가임력이 떨어져 아이를 갖고 싶어도 쉽게 가질 수 없는 난임부부가 된다"고 설명했다. 

35세 이후부터는 신체 노화 등으로 난임은 물론 유산 가능성도 높고, 산후에도 산모가 고위험군이 되며, 모성 사망률도 높아지는 등 가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임력이 좋은 나이대에서 임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시도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제반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5세 이전 세대를 위한 정책보다는 35세 이후 난임 부부들을 위한 정책에 포커싱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우리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난임 부부를 위한 시술비 지원 확대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는 젊은 부부의 출산을 장려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젊은 부부가 임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실현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때 필요한 제반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저출산 정책이라는 것이 최안나 센터장의 의견이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2018년 6월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립중앙의료원이 위탁받아 개소한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는 임신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안정감과 균형을 되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안나 센터장은 "특히 주변에 임신한 사람들이 고생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임신을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우리 센터에서는 임신부터 출산까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난임 여성의 약 30%가 우울, 불안 등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임신 여성의 15%가 우울증을 경험한다. 산후 우울증도 약 10~20% 가량 발생하는데, 이중 고위험군으로 당장 상담 혹은 치료가 필요한 대상자는 전국에 약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센터는 난임 부부, 임산부, 출산 후 3년이내 양육모와 출산 후 7년 이내 미혼모까지 누구나 무료로 치료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정신건강전문요원,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이 대면이나 비대면으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의료적 개입이 즉각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 전문 상담인력과 심리 상담, 힐링 프로그램, 의료 연계…만족률 평균 94.5%
현재 센터는 중앙센터를 중심으로 경기, 인천, 전남, 경북, 대구 등 5개 권역센터로 넓혀져 있다.

각 센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는 난임, 임신, 출산 부부를 위한 부부상담 프로그램, 난임 환자를 위한 인지행동 치료 프로그램, 유산 후 우울증에 대한 집단 대인관계 정신치료 상담 프로그램, 난임치료 단계별 심리지원 안내 등이 있다.

최안나 센터장은 "난임 환자의 경우 난임 시술을 통한 임신에만 포커스가 되어 사회적 분위기나 임신 실패, 유산에 따른 좌절감, 어려움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신이 되지 않아도 배우자와 함께 난임 치료과정을 건강히 지나며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임산부 및 양육모의 경우에도 매스컴을 통해 극단적인 사례가 늘어나고 있듯 상담을 통해 중등도 수준 이상의 우울증을 경험하는 고위험군을 빨리 선별하여 임신과 출산 및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난임 및 임산부 정신건강 전문가 양성교육과 난임환자를 위한 힐링 워크숍,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매년 운영하고 있고, 자조모임 등을 통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심리 상담과 각종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을 경우, 부센터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기 때문에 정신과로의 연계를 제공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중앙 및 권역센터 이용 대상자의 만족률을 보면 평균 94.5%로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은 지인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소개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며 "작년에는 16회 임산부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올해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국민건강증진기금 민간보조사업 성과평가에서 '탁월' 등급을 달성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 대기자 늘어나지만, 인력과 예산은 4년째 동결…사업 확충 필요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는 이처럼 사명감을 갖고 임신 과정의 부부를 위해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고위험군 대상자만 20만 명이고, 그 배우자와 가족까지 생각하면 상담이 필요한 인원이 2배수 3배수로 늘어나지만 센터의 숫자는 전국에 중앙센터를 합쳐 6개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역센터가 없는 지역은 중앙센터가 연계돼 상담을 제공하고 있어, 대기가 몇 주씩 밀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2018년 개소 이후 예산이 4년 동안 한 차례도 오르지 않으면서, 한정된 재원 내에서 사업을 추진하는데 한계를 겪고 있었다.

최안나 센터장은 "난임치료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임신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사회 인식을 바꿔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이 확충되길 바란다"고 염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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