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루닛 자회사 볼파라 헬스(Volpara Health)가 회사 외형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탄탄한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북미 시장에서 매출 확산에 성공하면서다.
볼파라는 루닛이 지난해 5월 약 2500억원을 들여 100% 인수한 유방암 진단 분야 의료AI 솔루션 기업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 자회사 볼파라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36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했다. 지난해 볼파라는 285억원의 매출을 냈다.
루닛 연결재무제표 기준 3분기 누적 매출 약 566억원과 비교해도 약 64.7%가 볼파라 매출인 셈이다.
이 기업의 대표 솔루션은 '볼파라 덴서티(Volpara Density)'다. 볼파라 덴서티는 유방단층촬영술(DBT) 촬영에 따른 유방 조직 밀도를 정량화해 유방암 위험을 평가해주는 솔루션이다.
미국 등 서양권 여성 약 1억장의 유방촬영 이미지를 활용해 2차원 DBT와 3차원 DBT 모두에서 유방 밀도에 대한 객관적 측정값을 제공한다.
그런 만큼 미국 의료 현장에서 볼파라 덴서티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높은 상황. 유방암 발견 정확도와 발병 위험도를 파악하기 위해선 유방 밀도 측정을 하게 되는데, 이 측정은 미국 내 다수의 주에서 법제화시킬 만큼 유방암 검진을 위한 필수 요소다.
이 가운데 볼파라 덴서티는 관련 의료진 워크플로우 개선과 유방 밀도 측정 정확도까지 향상시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루닛은 '루닛 인사이트 MMG'·'루닛 인사이트 DBT'와 볼파라 덴서티에 대한 통합 마케팅 및 제품 교차판매(Cross-selling)까지 실행하며, 관련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루닛 인사이트 제품군은 유방촬영 영상을 분석해 의심 병변을 정확히 탐지해주는 AI 솔루션이다.
이같은 통합 마케팅 효과는 더욱 가속화될 거란 측면이다. 지난 7월 기준 미국 내 3500개 이상 유방검진기관에서 볼파라 덴서티를 활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급률은 20%대 머문다는 이유에서다.
루닛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미국 내 유방암 밀도를 평가하는 병원과 이미징센터 전체 중 약 20%만이 볼파라 덴서티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경쟁 제품이라 할 만한 솔루션이 없고 다른 회사가 쉽게 개발하기도 힘든 만큼, 덴서티 보급률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볼파라 보험 코드 부여가 BEP 달성 분기점
회사가 볼파라에 기대를 거는 측면은 또 있다. 볼파라 덴서티에 대한 미국 보험 공식 적용이다. 관련 보험 적용은 회사 2027년 손익분기점(BEP) 달성 여부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루닛 핵심 사업인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가 아직 연구용 제품만 출시된 만큼, 단숨에 회사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볼파라 덴서티 미국 보험 적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의료AI가 보험 청구를 받기 위해선 미국의사협회(AMA)가 부여하는 진료코드(CPT)가 요구된다. 미국 의료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의학적 시술에 대해 부여되는 표준 코드인 '카테고리 I' 발급이다.
미국 민간보험이나 공보험 격인 메디케어(Medicare)나 메디케이드(Medicaid) 등 모든 기관은 CPT 카테고리 I 코드 기준으로 보험 지급을 결정한다. 회사는 최근 임시 보험코드인 '카테고리 III'를 건너뛰고, 카테고리 I 코드 발급을 신청했으나 한 차례 거절당했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미국 보험체계 편입은 곧 이뤄질 것이라 보고 있다. 북미영상의학회(RSNA) 소속 의사들이 AI 솔루션을 정량적 분석 바이오마커(Quantitative Imaging Biomarker)로 인정, 이에 대한 의사집단 내부 활용 규정을 세우고 있어서다.
의료AI 규제에 가장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AI 솔루션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RSNA 소속 의사들은 루닛을 초청해 수차례 교육 세션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만든 '규제 지원 프로그램(Total Advisory Program, TAP)'에 루닛을 포함시켰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TAP은 혁신 의료기기 개발을 빠르고 안전하게 상업화할 수 있도록 FDA가 2023년 도입한 신속 규제 지원 프로그램이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FDA 전문가를 업체에 붙여 임상시험 설계부터 규제 전략, 시장진입 전략까지 통합 지원하는 방식이다. 업체로선 조기 보험 적용이나 상용화 시점을 더욱 앞당길 수 있다.
이에 루닛 관계자는 "회사는 미국 보험체계에 편입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2027년 흑자 전환을 하겠다는 약속도 반드시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