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가 약가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정책 의도와 현장 체감 사이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혁신 생태계 전환이란 목표를 강조하지만, 현장에선 제네릭 산정률 인하란 과정이 가져올 수 있는 파급에 우려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 약가제도 개선 작업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업계와 약가제도 개선안 논의를 시작하면서다.

정부가 추진하는 약가제도 목표는 제약산업 중심을 제네릭에서 혁신으로 옮기는 데 있다. 개선안에는 제네릭 약가 산정율 조정, 계단식 약가인하 구조 개선, 사후관리 제도 정비 등이 담긴다.

업계에선 제네릭 약가 산정율이 최대 40%까지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행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의약품 가격은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로 산정된다.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실시,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등 두 가지 기준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1개만 충족하면 45.52%, 충족하지 못하면 38.69%로 정해진다.

계단식 약가인하 구조는 R&D 투자와 같은 혁신유도 형태로 개선될 전망이다. 현행 구조는 등재 순서 20번째 이내까지만 약가 산정율 53.55%가 적용되며, 이후로는 최저가 85%로 산정되는 선착순 형태다.

사후관리 제도 역시 개선 대상이다. 약가제도 합리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앞서 정부는 이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상정을 목표로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약가제도 개선, 재정 절감 아닌 혁신 생태계 목표

업계에선 제네릭 약가 인하 가능성이 가시화되자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정책을 설계한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은 제도 개선 목적이 재정 절감이 아닌 혁신 생태계 전환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네릭 약가 인하란 키워드에 막연한 우려를 갖기보단 정책 목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 수석전문위원은 이날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변화에 따른 업계 우려는 이해하지만, 제도를 정합적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네릭 약가 산정율만 재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약가 사후관리 제도 개선과 R&D 등 혁신성에 대한 보상체계 강화도 함께 이뤄져 손익이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약가제도 개선 목적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 아니라는 게 기본 원칙"이라며 "혁신성장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SNS를 통해 약가제도 3대 기본방향을 ▲'혁신성에 대한 보상체계 강화'로 혁신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고 ▲'필수약에 대한 공급기반 확충'으로 의약품 안정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제도 통합적 정비'를 통해 약가제도 합리성과 예측가능성 확보하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조 수석전문위원은 "이를 통해 제네릭 기반에 머물러 있는 제약산업의 혁신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수렴해 완결성과 수용성 높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주길 당부드린다"고 부연했다.

양극화, 필수의약품 자급률 저하…우려 앞서는 업계

반면 업계는 목표에 가는 과정에서 불거질 문제점에 대한 우려가 앞선다. 대다수 업체가 제네릭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제네릭 약가 산정율 인하는 업계에 가져올 파급력이 크다는 시각이다. 상위권 제약사는 보조를 맞출 수 있지만, 체력이 부족한 중소규모 제약사의 경우 어려움이 커지면서 산업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A 제약사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기엔 53.55%에서 40%라면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겠지만, 대다수 제약사가 제네릭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제약산업 특성상 '제네릭 산정율 몇 퍼센트'가 갖는 영향은 크다"면서 "환율을 비롯해 대외적 상황이 좋지 않은데, 제네릭 매출도 줄면 R&D 투자 여력이 더 낮아질 수 있다. 여유 있는 상위사는 더 커지고, 부족한 중소사는 어려워지는 양극화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제네릭 약가 산정율이 높다는 접근에 공감하지 못하는 시각도 있다. 채산성 부족으로 인한 필수의약품 공급중단 문제가 예로 제시된다. 산정율 인하를 통해 제네릭 약가가 일괄 인하될 경우 채산성은 더 낮아질 거고, 정리 품목이 되는 필수의약품이 늘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B 제약사 관계자는 "업계에선 53.55%가 높다는 판단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도 회사마다 약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제품이 많다"면서 "제네릭 약가가 일괄적으로 인하되면 품목 정리가 이뤄질 거고, 필수의약품 자급률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극화를 넘어 산업 전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네릭 약가가 일괄 인하될 경우 상위권 제약사 역시 현금흐름 악화로 R&D나 생산설비 투자가 둔화될 수밖에 없을 거란 시각이다.

C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 제도 합리화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준가를 대폭 낮추는 조정은 제약사의 원가·가격 구조 전체를 다시 짜야 하는 수준"이라며 "상위사도 제네릭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이 줄면 R&D와 생산설비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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