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추진중인 약가제도 개편과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등 대형 CDMO회사나 휴젤 등 비급여 알짜회사들을 제외한 국내 제약사의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지난해 초부터 준비해온 국내 제네릭 약가제도의 통합적 개편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고 있다.
현행 약가제도의 복잡한 구조, 제네릭의약품의 높은 기준약가, 실거래가 인하 및 사용량 약가연동과 같은 추가적인 개별 약가인하 기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장기적으로 새로운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제약산업 혁신과 R&D 투자 확대, 필수의약품 안정적 공급방안, 수출 지원 확대 등을 위한 정책지원적인 약가제도를 반영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오는 28일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이같은 내용의 개괄적인 방안을 보고한 뒤 추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등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2월경 최종 고시하고 7~8월께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가운데 현재 53.55%인 제네릭약가 산정률이 40%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거론되면서 업계가 대형 CDMO나 비보험 알짜회사들이 포함된 통계의 함정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메디파나뉴스가 이를 토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대형 CDMO나 휴젤·파마리서치와 같은 비급여 알짜회사를 제외한 국내 전통제약 100개사(코스피, 코스닥)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최근 100개사의 3년간 매출 영업이익률·순이익률은 각각 4.4~6.2%, 2.4~4.7%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00원 팔아 영업이익은 4~6원 수준, 순이익은 2~5원 수준'에서 멈추고 있는 셈이다.
구체적으론 2023년의 경우 전통적인 상장제약 100개사의 ▲총매출은 27조9643억이었는데 영업이익은 1조3159억(4.7%), 순이익은 6776억(2.4%)에 그쳤다. 또 2024년에는 ▲총매출 29조5863억원에 영업이익 1조3072억(4.4%), 순이익 8796억(2.97%)이었고, ▲올해인 2025년 1~3분기 누적매출은 23조7579억원에 영업이익 1조4770억(6.2%), 순이익 1조1140억원(4.7%)을 거뒀다.
회사별로도 상위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대웅, 한미, 보령, HK이노엔, 동국, 동아에스티, JW중외 등 부터 하위 비보존, 경남, 서울, 삼성, 유니온 등 까지 일부사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평균율 범위였으며, 중하위사로 갈수록 적자 회사들도 많았다.
반대로 보험약가와 관련이 없는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대형 CDMO회사와 일부 비보험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기존 제약사들보다 비교가 안될 만큼 매출과 이익 실적을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올 3분기 누적매출이 상장 100개사의 총 매출(23조7579억원)에 2할에 가까운 4조2484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100개사를 합한 1조4770억원보다 많은 1조6911억원을 기록하고 있고, 순이익 역시 100개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1조2743억원 수준이다.
삼바처럼 위탁개발생산업을 하는 셀트리온 역시 마찬가지다. 셀트리온은 올 3분기 누적매출 2조8323억, 영업이익 6933억, 순이익 5035억원으로 전통제약 100개사를 합친 실적의 절반 가까운 수익성을 기록했다.
문제는 국내 제약바이오의 경영실적 통계가 이들 대형 CDMO회사들이 포함되어 착시를 일으키면서 제약산업 전체가 수익성이 좋고 R&D는 취약하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스킨케어 주력으로 비보험 제품이 대다수인 파마리서치는 올 3분기 누적매출 3929억원 중 영업이익(1624억)이 41.3%에 달하고 있고, 순이익(1289억)은 32.8%에 달하고 있다.
역시 스킨케어 비보험 주력사인 휴젤 역시 1~3분기 매출 3059억원 중 영업이익(1430억) 46.7%, 순이익(1071억) 35.0%에 달해 약가 제도에 속한 제약사들에 비해 크게 높다.
업계에서는 아직 구체적 안이 공개된 건 없지만 현재 53.55%인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40% 수준까지 낮출 경우 제약사의 R&D 투자 선순환 확대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행 제네릭 약가 제도는 최초 제네릭은 오리지널 대비 53.55%가 적용되고, 일정 갯수 이상 품목은 단계적 인하, 생동성시험이나 원료의약품(DMF) 미등록시 15~30%까지 추가 인하되는데 이러한 약가에서 추가로 인하되면 공장 설비 투자나 건축은 물론 연구개발까지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다.
업계 한 CEO는 "대형 CDMO회사나 비보험 주력 회사들을 제외하면 국내 제약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5~7% 수준"이라며 "공장 현대화 투자나 CGMP 등 공정개발, 연구개발 투자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데 보험약가를 크게 내리면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경쟁국인 중, 일, 인도, 이스라엘 등 국가 실태를 언급하며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과 글로벌제약기업이 나오려면 일정 체급까지는 약가를 우대해 이익과 투자가 선순환되는 구조를 유지해야 가능하다"며 "이웃 글로벌제약사를 배출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선 현재 의약품산업 G8국가 대열에 오른 한국이 자칫 잘못하면 수년 내에 G10 국가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표출하고 있다.
한편 식약처 기준 우리나라의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4년 31조6965억원으로 전년대비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 중 보험약가가 속한 전문의약품은 85%, 일반의약품은 1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