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제약업계에 제네릭의약품 약가인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약가제도를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넘어 구체적인 조정 비율까지 거론되는 통에, 곳곳에서는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조정하는 방인이 포함된 대규모 약가제도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와 업계에선 이달 말 예정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추진 방안과 계획이 공개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정부는 현행 53.55%인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어느 정도로 조정할 것인가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40% 이하로 조정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은 '제네릭의약품에 과잉 보상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과도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제네릭 약가제도 개선 목표와 방향 정점으로 '신약 개발 R&D'를 강조하고 있다. 제네릭의약품보다 신약 개발에 힘쓰면 그만큼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의도다.

논리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공감하기엔 역부족이다.

국내 전통 제약산업은 제네릭의약품을 기반으로 세워졌다. 아직도 국내 전통 제약산업 기반을 지지하는 것은 제네릭의약품이다. 제네릭의약품 시장이 무너지면, 제약사들로선 그만큼 수익 기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미 전통 제약산업 영업이익률은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있다. 이 배경에는 다양한 약가인하 기전도 한 몫 했고, 여러 지출을 줄여가며 남기는 돈 없이 신약개발 사업에 뛰어든 영향도 있다. 어렵게 자체 생산력을 갖추면서 추가로 확보한 수익 등도 곧바로 투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신약개발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아무리 적게 잡더라도 수백억원이 투입된다. 정부가 범부처 규모로 신약개발 사업을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체급이 갖춰지지 않는 이상에야, 직원 수가 몇 되지 않는 벤처가 아니고서야 온전히 사업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다.

신약개발 사업을 위한 조직부터 고급 연구개발 인력을 갖춰야 하고, 연구를 위한 시설 인프라도 필요하다. 이를 위한 자금력도 문제지만, 반드시 사업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기에 당장 '급여'라는 현실부터 해결하고 봐야하는 업체부터, 신약개발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 수 있는 외형을 갖추는 것이 우선 과제인 업체까지, 이들에겐 '신약 개발'이라는 뜬구름을 앞세운 약가 정책은 그저 냉혹하기만 할 뿐이다.

정부에게 묻고 싶다. 왜 현 시점에 굳이 제네릭 약가제도를 개편해야만 하는지.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대로 신약 개발 R&D를 유도코자 한다면, 그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먼저 주면 될 일이다. 오히려 제네릭 약가를 낮추면, 수익성이 하락되는 만큼 신약 개발 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제네릭의약품 가격을 깎아 내린다고 해서, 제네릭의약품을 내다버리고 신약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착각이며, 지극히 탁상행정이다. 결국 '건강보험 재정 때문에 약가를 깎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는 너무나 당연하다.

제네릭 약가 산정률이 현 수준인 53.55%가 된 것은 '일괄 약가인하'가 시행된 2012년 4월이다. 13년여 전 당시에도 정부는 국내 제약사들이 내수 제네릭 경쟁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도록 체질을 개선시키겠다는 명분을 내밀었고, 제약업계는 대규모 매출감소, R&D 투자 위축 등이 불가피하다며 생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다만 다른 점은 분명히 있다. 2012년에도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국산 신약이 여럿 있긴 했지만, 현재는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한 혁신 신약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만큼 신약 개발 의지와 필요성은 더 넓게 확산돼있고, 제약산업 성장요인으로 더 깊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업계 대표 격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AI신약연구원 등을 통해 신약 개발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정부-국회가 약가 정책과 제도로 압박하지 않더라도, 전통 제약업계는 적절한 속도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덧붙여, 제네릭의약품에 과잉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정부 인식이 이번 약가정책 배경 중 하나였던 것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업계가 서로 간 시각차를 좁혀나갈 기회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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