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검체 위수탁 개편이 현실화되면서 개원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이번 변화가 단순 행정 절차 정비가 아니라, 진료 수익 구조 전반을 흔드는 제도 개편이라는 점이다. 의료계는 이 여파가 개원의 경영 악화를 넘어 전공의 지원 감소, 필수과 인력 기반 붕괴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검체 위수탁 개편안에는 ▲위탁관리료 10% 폐지 ▲수탁기관 직접 청구 ▲검사 할인 금지 ▲검체 의뢰서 관리 강화가 포함됐다. 그동안 의원급 의료기관은 검체검사 비용을 일괄 청구한 뒤 검체센터와 정산해 남는 구조였지만, 이 구조가 사라지면 청구 방식이 아니라 수익 체계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이 의료계의 우려다.
기존에는 의원이 검사료의 약 70%, 수탁기관이 30%를 가져가는 구조였으나, 개편안에서는 그 구조가 1:9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필수의료 기반인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이 변화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필수의료의 저수가를 지탱해 온 구조를 정부가 한순간에 없애버리면, 의원급 의료기관은 수입 기반 자체가 붕괴된다. 손실을 보전할 장치 없이 강행하면 지속 가능한 경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이 전공의 선택과 의료 인력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많은 전공의에게 '개원 가능성'은 진로 결정의 핵심 축인데, 해당 진료과의 수익 기반이 약화되면 애초에 그 과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체검사가 주요 수익원이던 진료과일수록 타격이 커지기 때문에, 전공의 진입률이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필수과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검체검사가 많은 과는 내과·일반과·산부인과·가정의학과·비뇨의학과 등 총 9개이며, 약 2만6000개 의원이 영향권으로 추산된다. 이 중 내과는 5636곳으로 가장 많다.
내과는 이미 전공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의정 갈등 이후 비수도권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 미달이 반복되고 있고, 전임의 단계에서는 특정 분과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검체 위수탁 개편은 추가적인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한내과학회 김대중 전 수련이사는 "지금 정부가 검체 위수탁 개편을 추진한다고 한다. 굉장히 그럴듯한 일처럼 보이지만, 의약분업 당시 상황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추진 방식의 유사성을 언급했다.
김 전 수련이사는 "의약분업도 '약가 마진이 불합리하다'는 논리에서 시작됐고, 그 결과 의료 수익 구조 전체가 변했다. 지금 상황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체적 손실 수치를 제시했다.
김 전 수련이사에 따르면 2022년 검체검사 청구 규모는 8조4000억원이고, 의원급 위탁검사 규모는 1조4688억원이다. 관리료 폐지 시 1338억원의 손실과, 배분 비율 조정이 병행되면 의원급 손해액은 총 934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의원당 환산 시 연간 3000만~6000만원 수준이다.
그는 "이렇게 되면 내과를 선택할 이유가 사라질 것이다. 지금이 아니라 2027년 전공의 모집부터 결과가 나타날 것이고, 내과 레지던트 확보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수련이사는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며 "내과학회뿐 아니라 분과학회, 의학회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뇨의학과에서도 유사한 위기감이 터져 나왔다. 비뇨의학과는 검체 의존도가 높고, 이미 전공의 지원 부족과 환자 감소가 겹친 상태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김용우 회장은 "정책적 관심이 부족해 비뇨의학과를 중요하지 않은 과처럼 취급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장은 이미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제시한 '진찰료 인상 보전'은 현실 조건과 맞지 않으며, 검체 비중이 높은 비뇨의학과는 손실이 더 커지는 구조라고 짚었다.
김 회장은 "비뇨의학과는 검체 비중이 가장 높은 과 중 하나인데 정작 매출 규모는 크지 않다. 환자 수는 줄었고 검사 비율은 높은데, 정부는 이를 진찰료에 녹여 보상하겠다고 한다. 이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전공의 기반 붕괴를 진지하게 걱정했다.
김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비뇨의학과 레지던트 지원률이 30~40% 수준이었는데 이번 개편까지 더해지면 언젠가 비뇨의학과가 사라지는 날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