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성분명 처방 강제화, 한의사 X-ray 사용 허용,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등 의료계가 '의료악법'이라고 규정한 정책들이 한꺼번에 추진되면서, 의료현장은 급속하게 불안정해지고 있다.
정책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그 과정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이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일관된 문제 제기다. 의료계는 이를 단순한 직역 갈등이 아니라 환자 안전의 기반을 뒤흔드는 구조적 위협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 같은 불안정한 환경에서 대한의사협회는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를 출범시키며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의협은 "정부가 의료현장의 의견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의료계와의 신뢰 기반이 붕괴됐으며, 의료 자율성과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범대위는 의협 김택우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서신초 총무이사가 간사 역할을 수행한다. 조직위원회, 투쟁위원회, 홍보위원회, 검체수탁 대응위원회, 성분명처방 저지위원회, 한방 X-ray 저지위원회, 대외협력위원회, 지원단, 자문단 등 다양한 직역과 전문 분야가 연결된 형태다.
범대위는 국민건강을 중심 가치로 두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내부 공감대를 회복하고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소통 체계까지 정비하겠다는 방향성을 내놨다.
특히 홍보위원회는 범대위 전략 전체를 국민에게 연결하는 핵심 축이다. 왜 의사들이 거리로 나섰는지, 무엇이 국민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 어떤 위험이 제도 속에 숨겨져 있는지를 '국민 언어'로 풀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홍보위원장을 맡은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이 책임을 받아들인 이유를 명확하게 답했다.
황 회장은 "서울시의사회장으로서 현장의 의견을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있는 만큼 국민과 의료계를 잇는 신뢰 기반 소통창구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홍보위원회는 의료라는 특수한 분야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하는 자리이며, 감히 그 역할에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홍보위원회의 역할을 외부 홍보만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그는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과정에서도 홍보의 기능이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황 회장은 "의사 회원 간 정확한 정보 공유, 주요 현안에 대한 공감대 형성, 회원 의견이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서울시의사회는 물론 의협과 전국 시도의사회와의 양방향 소통 체계를 확고히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범대위는 정책 감시, 전문성 기반 대안 제시, 투명한 대국민 소통을 목표로 삼고 있다. 황 회장은 이러한 역할을 '번역자'라고 풀이했다.
황 회장은 "각 위원회에서 논의된 전문 내용을 회원과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고, 왜곡된 정보는 즉시 바로잡겠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지점을 뚜렷한 공익 메시지로 설명하는 것이 홍보위원장의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추진되는 정책들을 '전문성과 안전성 기준이 흔들리는 흐름'이라고 평가하며 심각한 위험성을 지적했다. 성분명 처방 강제, 한의사 X-ray, 비대면진료 법안, 안경사 업무범위 확대 등은 모두 책임성의 경계를 흐리고, 환자 안전을 약화시키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중에서도 위수탁 제도 개악 시도는 가장 심각한 사안으로 봤다. 정부가 위수탁 제도에 대해 '할인'이나 '강요'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그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황 회장은 "위수탁 제도는 정부가 이야기하는 할인이나 강요가 아닌, 위수탁 업체 간의 정상적인 거래 관행이다.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수탁기관과 초저수가 속에서 어려움이 커진 위탁기관의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구조를 무너뜨리는 것은 대한민국 일차의료를 붕괴시키는 일이다. 이는 국민건강을 위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의료시스템의 뼈대와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수탁 개악이 단순한 정책 논쟁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황 회장은 "검사 품질관리 책임 약화, 환자 진단 정확도 저하, 병의원 기능 마비, 무질서한 검사 경쟁으로 인한 국민 피해 증가 등 심각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환자 안전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구조적 붕괴"라고 말했다.
범대위는 다양한 직역이 참여하는 만큼 메시지의 일관성이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홍보위원회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황 회장은 "각 위원회 간 협력을 기반으로 'One-Voice' 원칙을 유지하고, 전문 논의를 국민 관점에서 재해석해 전달하겠다. 단기 현안 메시지와 장기 구조 메시지는 분리해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범대위가 국민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황 회장은 "의사의 경고는 의사의 이익이 아니라 환자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모든 의료정책은 환자 안전, 전문성, 공정성,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이 원칙에서 벗어나는 정책은 결국 국민건강을 해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왜 의사가 이 문제를 우려하는가?'를 꼽았다.
황 회장은 "이 질문이야말로 국민이 위험을 직접적으로 인식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언어"라고 말했다.
서울은 정책 변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지역으로, 현장의 혼란도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
황 회장은 "필수의료와 전공의 시스템은 이미 무너진 상태에 가깝고,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영향을 받는다. 저는 그 현장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다. 이는 회장으로서, 의료계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소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소명을 바탕으로 서울시의사회 회장으로서도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근거 없는 법·제도 변경에 즉각 대응하고, 필요할 경우 범의료계 공동행동도 불사하며, 연구용역 공개·의견수렴·안전기준이 충족되지 않으면 어떤 개악 시도도 수용하지 않는다는 투쟁 기조를 밝혔다.
황 회장은 "서울시의사회는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이라는 책임감으로 흔들림 없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계의 대응 기조를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라고 정리했다.
황 회장은 "의사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며, 국민을 위한 제도라면 언제든지 협력한다. 의사 단체는 본래 투쟁하는 단체가 아니라 봉사하는 단체다. 우리의 주장은 국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고 전문가 의견이 존중된다면 의료계는 언제든지 열린 자세로 대화할 것이다. 갈등이 아니라 협력이 의료정책을 바로잡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