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계를 둘러싼 입법 압박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의사 회원들 사이에서는 '대한의사협회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이처럼 집행부 대응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의협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각 법안별 대응 현황을 공개하며 "전방위적으로 대응 중"이라고 강조했다.
김성근 대변인은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의료를 왜곡시키는 잘못된 법·제도에 맞서 치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먼저 한의사 방사선 안전관리자 허용 법안과 수급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처방 의무화 이슈에 대해 강한 어조로 문제를 제기했다. 두 법안 모두 환자 안전과 의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우려가 집중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 두 법안은 국민의 안전에 큰 악영향을 미칠 악법들이기에, 의협은 국회 논의가 되지 않도록 정부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에게 법안의 위험성과 문제점을 적극 설명하고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체검사, 의료계 수용 가능한 보상안 우선"
검체검사 제도개편 문제는 최근 의료계 혼란을 촉발한 핵심 이슈다. 특히 복지부가 제시한 분리청구·보상체계 변경 방향을 두고 의원급 단체들의 반발이 극대화된 상태다.
여기에 16일 국회 앞에서 국민건강수호 및 의료악법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대표자 궐기대회 이후, 17일 검체검사수탁인증관리위원회 3차 회의에서 의협이 "개편 방향을 존중한다"고 전하면서 내부 해석이 나뉘고 있다.
회의에서 '존중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에 대해 김 대변인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원래 고시했던 내용으로 가지 않고 협의를 하겠다고 했고, 그에 대해 존중한다고 했을 뿐"이라며 "내년 하반기 상대가치 상시 조정 전 수가 신설 및 정리를 통해 위탁-수탁 검사 기관, 개원가, 학회들과 이해가능한 부분으로 협의를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검체검사 수가는 현재와 같이 상호정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며 "제도 변경이 필요하다면 국민 진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보상과 지원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부연했다.
김 대변인은 "향후 협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협의 과정에서도 국민 불편이 없도록 개선안을 면밀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비대면진료 법안, 4대 원칙 반영…"보완할 것"
비대면진료 법안은 의료계와 정치권의 충돌이 이어진 대표적 정책 사안이다. 의협은 그동안 대면 원칙을 중심으로 한 '4대 원칙'을 제시하며 법안 수정에 영향을 미쳐왔음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에 상기의 4대원칙이 최대한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협회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대면진료 원칙, 재진환자 중심,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비대면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 등을 제시하며 법안에 반영되도록 대처해왔다"고 말했다.
의협에 따르면 초진 비대면진료는 환자 거주 지역이 의료기관과 동일 지역인 경우로 한정돼 시행이 제한적이다. 또한 증상, 약제, 처방일수의 제한을 통해 최대한 환자 안전을 도모할 예정이다.
아울러 원칙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실시한다는 점을 명시하되 희귀질환자, 제1형 당뇨병 환자, 교정시설 수용자, 수술 후 경과 관찰이 필요한 환자 등에 한해 병원급 이상에서 비대면진료가 일부 허용된 상태다.
민간 플랫폼은 단순 신고제가 아닌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강화됐으며, 인증에 관한 규정도 함께 마련됐다. 약 배송도 현재 시범사업 대상자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김 대변인은 "법안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향후 입법 과정과 하위법령 마련 단계에서 적극 대응해 도덕적해이 내지는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의사제, 현실 반영한 보상체계 우선"
지역의사제 역시 의료현장에서 반발이 극심한 법안이다. 지역의료 붕괴의 책임이 개별 의사에게 전가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김 대변인은 "법안 공청회 바로 다음 날 법안소위에서 통과시킨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전문과별 지역 인력 추계와 지역 병의원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지금, 향후 수요 예측도 되지 않은 지역의사제 도입은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지역정책수가 등 보상체계를 통해 의료현실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를 위해 의학회, KAMC(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와 공동 위원회를 꾸려 단일 목소리를 전달해왔다. 지역의료 정상화를 위해서는 전달체계 확립과 정주여건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재차 부각했다.
안경사 업무범위 개정, "모호 표현 삭제"
안경사의 업무범위 확대 논란도 이번 브리핑에서 짚었다. 자동굴절검사기기 외 검영기를 활용한 타각적 굴절검사까지 확대 해석될 여지가 제기됐다.
김 대변인은 "현행 법령을 넘어선 굴절검사 확대는 없을 것임을 국회가 명확히 했다"며 "앞으로도 면허와 자격의 영역을 무시하는 부적절한 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오늘 브리핑은 최근 의료현장에서 쏟아지는 불만을 의식한 '정리 메시지'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여러 법안이 동시다발로 밀려드는 상황에서 의협이 민심 수습과 대외 메시지 재정립에 나섰다는 뜻이다.
김성근 대변인은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안전한 의료환경 구축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