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전립선비대증, 배뇨장애, 요로결석 등 비뇨기 질환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의료 수요와 달리 비뇨의학과 의원급 진료 기반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낮은 수가, 외과계에 불리한 환산지수 구조, 높아지는 인건비·임대료·장비 유지비, 경기 침체로 인한 환자 감소가 겹치며, 개원가는 이미 지속 가능성의 한계에 닿았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를 명분으로 의대 정원 확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응급 중심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정책 방향은 소아·응급·분만에 집중돼 있으며, 비뇨의학과와 같은 1차 외과계는 정책 논의의 범위 밖에 머무르고 있다.
23일 열린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용우 회장은 "중증·응급·산모 진료가 우선과제라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그 분야는 최소한 정책적 정체성과 역할이 인정되지만, 비뇨의학과는 여전히 '소변 안 나오면 응급실 가면 된다'는 인식에 갇혀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비뇨의학과는 생명과 직결된 분야이자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필수의료지만, 현 수가 구조에서는 안정적인 진료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료계 원가 분석에서도 구조적 불균형은 드러난다. 검체검사와 영상검사만이 원가 대비 100% 이상 보전되고 있으며, 진찰료·처치·수술 등 핵심 행위료는 원가 이하에 머물러 있다.
특히 외과계 의원은 CT·MRI 등 고가 장비 없이 진료를 수행하기 때문에 수익 기반이 제한되고, 지금까지 운영을 지탱한 거의 유일한 수익 구조가 검체검사였다는 것이 의사회의 설명이다.
이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검체 위·수탁 제도 개편안은 단순 청구방식 조정이 아니라 생존 조건을 뒤흔드는 변화로 해석되고 있다. 개편안에는 ▲위탁관리료 10% 폐지 ▲수탁기관 직접 청구 ▲검사 할인 규제 ▲검체 의뢰서 관리 강화 등이 담겼다.
정부는 청구 투명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의료계는 정책 설계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민승기 보험부회장은 "개편안은 개원가 최대 현안인데도 정부 설명은 원칙 수준에 그친다"며 "위탁관리료는 정당한 관리 대가임에도 폐지 사유조차 제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부가 제시한 '진찰료 인상 보전'은 현실 조건과 맞지 않으며, 검체 비중이 높은 비뇨의학과는 손실이 더 커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민 보험부회장은 문제의 핵심이 '행태가 아니라 구조'라고 했다.
그는 "할인 경쟁이 문제가 됐다면, 왜 그 구조가 생겼는지를 먼저 짚어야 한다"며 "검체수가는 원가 대비 과도하게 높게 설정돼 왔기 때문에 할인 관행이 발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민 보험부회장은 "10여년 전 상대가치 개편 당시에도 영상·검체 영역은 원가 이상, 진찰·처치·수술은 원가 이하라는 불균형이 지적됐지만 조정 없이 지나갔다"며 "이번 논의는 미완의 과제가 다시 표면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체수탁 제도만 손보면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으며, 상대가치 전면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된 '검체 할인=리베이트' 주장에 대해 의료계는 제도적 이해 부족이라고 꼬집었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에 따르면, 한 달 1000만원 규모의 검체를 의뢰할 경우 수탁기관은 실제 검사 비용 300만원만 세금계산서로 발행하고, 나머지 700만원은 환자 설명, 검사 선택, 채혈 및 분류, 결과 확인, 처방 조정 등 의료기관의 업무에 해당하며 수익으로 신고돼 세금이 납부돼 왔다.
김 회장은 "수십 년 동안 세금을 내고 운영된 구조를 리베이트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며 "이는 할인도, 편법도 아니라 상호정산 체계였다"고 말했다.
개편 충격이 비뇨의학과에 더 크게 작용하는 이유는 PCR 비중 때문이다. 비뇨기 감염·성 감염(STI) 진료의 특성상 PCR 검사가 필수적이지만, 현행 체계에서는 진단검사 전문의가 없는 의원은 PCR을 청구할 수 없다.
조정호 보험부회장은 "장비를 준비하고 인력을 갖춰도 개원가는 PCR 청구가 불가한 구조"라며 "이 상태에서 개편이 진행되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과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제도 변화로 특정 진료과가 손해를 본다면 그 손실 규모에 맞는 보상체계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며 "핀셋 보상이 아니라 일괄 보정 방식이 적용될 경우 시장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전했다.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의료기관은 장비 구입, 임상병리사 채용, 행정비 증가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며 일부 검사는 환자 요청 시 비급여 전환 가능성이 있다.
민 부회장은 "성감염 PCR 검사는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영역임에도 제도가 그대로 시행되면 환자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며 "이는 공공의료 방향성과 모순된다"고 평가했다.
의사회는 이번 개편이 단순 청구체계 논의가 아니라 기존 보험정책 원칙과 현장 작동 구조를 뒤흔드는 사안이라고 정리했다.
그동안 정부는 문케어·초음파·MRI 급여화 등 정책 변화로 의료기관 적자가 예상될 경우 보완책을 함께 제시해왔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이번 개편에서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부회장은 "만약 정부가 위탁관리료 폐지를 추진한다면 손실 규모를 먼저 계산하고, 원가자료를 기반으로 진찰료·기능검사·수술·처치 등 원가 보전률이 낮은 항목에 반영해야 한다"며 "이는 단순 공표가 아니라 각 진료과와의 협의를 통해 설계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제도 변화로 발생하는 가감산 요소는 일시적 보전이 아니라 상대가치 점수에 반영돼 예측 가능한 체계로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