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은 ▲접근성이 낮은 입지부터 ▲현대적 병원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취약한 규모와 장비, ▲부족한 의료 인력, ▲만성 적자로 표현되는 재정 문제,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의 단점을 모아 놓은 듯 모순적이고 비효율적인 운영 체계 등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방의료원의 역량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은 과거 인구가 밀집한 지역의 중심에 위치했다.
그러나 도시가 커지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큰 규모의 새 병원이 필요해졌다. 이에 지방의료원은 도시의 외곽(서울, 부산, 인천, 천안, 공주, 구 진주의료원 등)이나 심지어 산 중턱(충주, 제주의료원 등)으로 이전 신축하는 일이 관행처럼 자리잡았다.
의료원의 외진 입지는 적자 경영의 주요인이 됐으며, 고객 만족도 저하, 출퇴근의 어려움을 가져왔다. 더불어 응급진료의 필수인 황금 시간 준수에 결정적 장해가 되고 있다.
따라서 확충을 위해 신축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지방의료원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접근성 좋은 입지 선정이다. 토지 매입 비용을 줄이고자 환자가 방문하기 어려운 위치로 이전했지만, 환자 부족과 적자 경영에 훨씬 더 큰 부담을 지고 있는 사례가 많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지방의료원은 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좋은 입지에 세우는 것이 지속 가능한 운영을 보장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방의료원의 작은 규모와 부족한 시설·장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병원은 첨단 장비와 전문적 분야의 발달, 감염 방지 등을 위한 기준 강화, 환자의 높아진 기대 수준, 강화된 근로 조건 등의 이유로 시설·장비의 기준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국의 지방의료원 35곳 중 종합병원의 최소 규모라 할 수 있는 300병상 이상 되는 곳은 8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신, 재활, 요양병상 기능을 하는 병상을 제외하면 특별시·광역시 소재 일부 병원만 이 기준을 충족한다.
다행히 2000년 말부터 공공병원 기능 보강을 위한 재정 지원이 꾸준히 이뤄지면서 필수 장비는 상당 수준으로 갖춰진 상태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역 필수의료를 책임지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공공병원의 작은 규모와 부족한 시설·장비는 진료 범위의 한계와 신뢰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조승연 회장은 "지역의 필수진료를 감당할 지방의료원은 최근 신설하는 병원의 통상적 규모에 맞춰 인구 30만 명 이하의 중소진료권은 300병상, 대도시는 500병상에서 800병상 이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공공의료원이 심뇌혈관, 외상 진료 등 응급서비스와 출산, 재활, 노인 의료 등 지역에 필수적인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설과 장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족한 의료 인력 문제는 지방의료원도 피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인구수당 의료 인력 수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면서 수도권에 쏠려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41개 지역 거점 병원이 적절한 역할을 하는 데 1,000명 이상의 전문의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승연 회장은 "현재 의사 인력 부족은 지방의료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절대수의 부족, 도시 집중, 인기 과목 편중, 개원 쏠림 등으로 인해 의료체계의 붕괴를 걱정할 정도다. 이는 공공적으로 관리해야 할 보건의료 인력을 정부가 시장 논리에 맡긴 채 방치해 온 결과다"라고 꼬집었다.
재정 운용 문제도 있다. 지방의료원은 과거 정부 직영병원으로 운영되다가 공기업으로, 또 특수법인인 의료법인으로 전환됐다. 이에 지방의료원은 독립채산제와 책임경영제 원칙 아래 민간같이 영업수지를 맞춰야 할 의무를 지게 됐다.
이는 방만한 경영 행태를 막고 균형 재정을 위한 노력을 끌어내기 위한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수익성보다 공공성을 지향하는 병원 운영 측면에서는 근본적인 약점을 가지게 된다.
조승연 회장은 "지방의료원 원장은 공익성과 수익성 모두를 추구하라는 양면적이고 모순된 기준을 요구받는다. 반면 공익성의 개선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아 경영진은 주로 정량적·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지방의료원이 경영 성과를 올리려면 민간과 다름없는 운영 방식이 필연적이다.
조 회장은 "현재 건강보험 수가만으로 병원이 경영수지를 맞추기는 불가능하다. 특히 취약계층 환자가 많고 표준 적정 진료를 추구하며 비급여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지방의료원은 적자 경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민간이 주도하는 상업적 의료체계 안에서 지방의료원은 끊임없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 왔다. 지방의료원이 '미운 오리 새끼' 신세가 된 이유는 지방의료원의 설립 이유와 목표를 분명히 하지 않고 방치해 온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앞으로 지방의료원이 무너진 보건의료체계를 정상화하는 데 선봉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