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을 수행할 상급종합병원 등이 축소운영 되면서 신규 환자 모집이나 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임상시험 실시기관인 상급종합병원 등의 업무 공백으로 인해 임상이 지연되고 있다.
A상급종합병원 한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기존 임상은 환자 모집기간을 길게 가져가면 문제는 없겠지만, 신규 임상의 경우 승인도 어렵고, 승인을 받더라도 당장 진행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교수들이 당직까지 서야하는 마당이어서 사실상 정상적인 진행은 힘들다고 본다. (의료공백 장기화)해결 실마리가 없다면, 당분간 임상연구 활동에 차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임상시험 신규 승인 건수는 올해 들어 줄어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정보에 올라온 신규 임상시험 현황을 살펴본 결과, 올해 3월 1일부터 지난 7일까지 신규 임상승인 건수는 275건에 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규 임상승인(319건) 건수보다 약 13.8% 감소한 것.
2023년 국내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전년 대비 10.1% 증가한 783건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보면, 올해는 역성장 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국내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서울대병원이 무기한 집단휴진에 들어간다면, 임상 진행에 미치는 여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 1년간 서울대병원이 의뢰받은 임상시험 총 370건 중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인 임상만 341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면휴진 움직임이 서울대병원에서 다른 상급종합병원까지 번질 경우다. 의료공백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 환자뿐만 아니라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커져 버리게 된다.
산업계도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른 임상시험 진행 차질을 우려했다.
약 투여, 부작용 관리 등 임상시험에서 의사가 차지하는 업무가 절대적인 만큼, 이들 업무 공백은 사실상 임상 중단을 의미한다.
다국적제약사 한 관계자는 "당장은 크게 지연되는 문제는 없지만, 더욱 장기화된다면 기존 임상 환자 모집은 물론 신규 임상도 승인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회사에서도 의료공백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들이 아시아 임상시험 국가로 한국을 먼저 선택할 정도로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자칫 이런 지위를 뺏길 까봐 우려스럽다. 더 큰 문제는 신약 승인 지연이다. 가교 임상이든 3상 임상이든 한국인 임상 데이터가 있어야 식약처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을 수가 있는데, 임상이 지연된다는 말은 곧 신약 도입 시기가 지연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