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가 무너지는 응급의료 인프라 대책으로 타과 인력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의료계 비판을 사고 있다. 실현 가능성도 실효성도 없는 대책으로 응급의학과 전문성을 평가절하해 힘겹게 응급실을 지켜온 의료진 자존심과 사명감에 상처를 냈다는 지적이다.

18일 대한응급의학회는 정부 브리핑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날 오전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응급의료 대책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김 보건의료정책관은 "전공의가 빠져나가서 응급의료센터 교수님들 피로도가 굉장히 높고, 응급의료센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응급의료센터 상황을 살피고 있고,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 과목의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응급의학회는 정부 진단과 대책이 응급의학과 전문성을 평가절하한 것은 물론 실현 가능성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먼저 타과 인력은 해당 전문과목 전문성은 높지만, 응급실 특수성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설명했다. 다양한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응급·비응급 환자를 빠른 시간 내 진료하고 응급처치를 하기 위해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가진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타과 인력을 활용할 경우 담당 전문과목 환자는 진료할 수 있겠지만, 다른 전문과목 대상 환자는 대처가 어려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타과 인력이 응급실 근무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설명했다. 응급의학과는 최근 17억원대 민사 소송 배상 판결을 받고, 대동맥 박리 진단을 놓친 전공의가 십수년 뒤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아 면허취소를 당하는 등 사법리스크를 호소하는 대표적 과다. 엄청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타과 전문의가 응급실 진료를 하려고 하겠냐는 지적이다.

의정갈등에 높아진 의료인력 피로도와 전문의 사직 등으로 응급실은 물론 다른 전문과목까지 인력풀 자체가 부족해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되짚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전문과목 전문의가 응급실 24시간 야간·휴일 진료를 한다면 정작 해당 전문과목 외래·입원·수술 환자는 누가 담당하냐는 지적이다. 최근 24시간 응급실 가동을 중단한 속초의료원이나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정부처럼 다른 전문과목 인력 활용을 생각하지 못했겠냐고 꼬집기도 했다.

응급의학회는 "정부 일방적 의료정책 추진으로 발생한 의료현장 혼란 속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료 현장을 힘겹게 지켜 왔다"면서 "이제 정말 24시간 응급의료 제공 위기 상황에 서서히 돌입하고 있는데, 정부 인식 수준과 해결책이 이런 식이니 답답하고 황당하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언급한 대책은 그나마 응급의료센터, 응급실에서 24시간 응급환자와 가족들 곁을 지키던 응급의학과 전문의 선생님들의 직업적 자존심과 사명감에 큰 상처를 주고 가슴에 대못을 박아 이탈을 막기는커녕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 응급의료체계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 응급의료 현장을 지켜내기 위한 정말 실질적 대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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