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의약품유통업체들의 수익성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가 분석한 수익성 한계의 주요 원인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저마진이다.

고가 항암제를 앞세운 다국적 제약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는 것은 매출 상승에는 도움이 되지만, 저마진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도리어 경영 위기를 겪는다는 주장이다.

12일 한 의약품유통업계 관계자는 "한 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의약품유통업의 근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의약품유통업체 대표이사는 "의약품유통업 특성상 의약품 유통 마진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일부 항암제들의 경우 1~2% 마진을 제공하는 것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여기에 더해 의료 공백 여파로 서울대병원 등 일부 병원들이 결제 방식을 변경하면서도 시장 변화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식으로 외면하면서 제약사와 병원 그 중간에 있는 의약품유통업체들의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와 같이 의약품유통업체-제약사들간 상호 상생하는 분위기보다는 '의약품을 공급받는데 만족해라' 식의 논리, 마인드가 제약사들에게 보편화 되면서 점점 갑-을 관계가 고착화 되고 있다는 문제 의식이 커지고 있다.

의약품유통업체 대표이사는 "제약사와의 거래 관계에서 파트너라는 생각보다는 종속관계로 흘러가고 있는 분위기"라며 "대금결제 변화 등 시장 변화에 따라 의약품유통업체들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받고 있지만 정작 제약사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다국적 제약사들의 저마진에서 비롯된 경영 악화 문제에 대해 의약품유통업체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한국의약품유통협회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한발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와 같은 집단 행동, 품목 취급 거부 등 강경한 움직임은 불공정 행위로 저촉되는 위험 부담이 있지만, 그만큼 의약품유통업체들이 저마진으로 인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4~5년동안 제약사와의 마진 문제는 업체간 거래 문제로 진단하고 물밑에서 제약사들과 접촉하고 대응했었지만, 회원사들의 고통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는 판단이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일부 회원사들과 만나 분위기를 파악하는 한편, 빠르면 추석 이후 늦어도 내달 초순경에는 어떤 형태든 모임을 가지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 고위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영업을 하면서 의약품유통업체와 상생하는 파트너로 보지 않고 단순 의약품 배송하는 '을' 관계로 보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1~2%의 마진을 제공하는 영업 유통 정책은 국내 의약품유통업계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마진 문제 등을 논의할 회의를 빠른 시일 내에 정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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