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가 내놓은 추석 연휴기간 응급의료체계에 시민단체와 의료계가 고개를 저었다. 땜질식 미봉책이라는 것이다. 대책 추진시 국민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세금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환자와 의사간 신뢰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체계가 차질 없이 작동하게 하기 위해 11일부터 25일까지를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운영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를 평소의 3.5배로 인상했다.
오늘(13일)부터는 경증환자 권역·지역 응급실 방문시 본인부담금 90% 인상도 적용해 응급실 쏠림현상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또 추석연휴 기간 한시적으로 문을 여는 병·의원, 약국에 대해 진찰료·조제료 수가의 공휴일 가산을 기존 30%에서 50% 수준으로 인상한다. 다만, 이에 대한 추가 본인 부담은 없다.
이 같은 추석연휴 응급의료대책에 대해 12일 한국YWCA연합회 조은영 회장은 메디파나뉴스와의 전화에서 "의료체계를 이렇게 응급상황으로, 위기상황으로 만든 건 정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급 대책이라고 발표한 방안 역시 주먹구구식이다. 돈으로 때우는 방식은 미봉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추석연휴 문을 여는 병·의원, 약국에 대해 진찰료·조제료 수가의 공휴일 가산을 기존 30%에서 50% 수준으로 한시적으로 인상하지만 추가 본인 부담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결국 세금으로 나가는 돈이 아니냐, 그럼 그 인상 기준은 뭐냐, 기존의 진찰료에서 인상한 금액을 주면 추석연휴 병·의원이 문을 열게 할 수 있다는 근거는 뭐냐"며 따져 물었다.
조은영 회장은 "정부에 국가운영의 책임을 맡긴 것은 국민이지만 정책을 집행하는 근거를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의료체계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국민의 재산을 쓰면서도 국민에게는 설명도, 동의도 구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동의할 수 있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추석연휴 응급의료 대책도 중요하지만 현 의료위기 상황과 궁극적인 의료개혁에 대한 공론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민과 환자가 현 상황을 제대로 알고 무엇이 잘못됐고, 어떤 방향으로 가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정보 공개와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김민재 정책국장은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들이 한시적인 대책일뿐 근본 대책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제대로 된 의료개혁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전공의들이 돌아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단체, 환자 등에 현 상황을 알리고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기간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한 대책들이 진찰료 수가 인상 및 보상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자칫 의사와 환자간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윤리연구회 문지호 회장(명이비인후과 원장)은 "(정부의) 이런 땜질식 지원은 건보재정에 손해만 끼칠 뿐 효과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환자와 의사간 신뢰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히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3.5배라는 워딩으로 인해 국민들은 응급실 의사가 돈을 위해 추석 때 근무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그 돈은 (병원에 집행되는 것으로) 의사의 몫도 아니다"며 "의대증원 원점 재논의를 못한다면 돈은 돈대로 들고, 환자-의사간 신뢰 관계는 점차 무너지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차라리 안 하니만 못한 정책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