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도권 외상외과에 근무하는 모 전문의가 환자 보호자로부터 폭언 및 폭행을 당했다.
해당 환자 보호자는 환자의 남편으로, 부부싸움 중 부인(환자)에게 칼을 휘둘러 상해를 입힌 후 외상외과로 왔다. 담당 전문의는 환자의 보호자이면서 가해자인 남편에게 환자상태를 자세히 밝힐 수 없어 제한된 정보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보호자가 설명하던 의사에게 욕설과 함께 신발을 던져 타박상을 입힌 것으로 알려진다.
외상외과뿐만 아니라 응급실 등에서 환자·보호자의 의료진 폭언 및 폭행은 지속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응급의료 인식·인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응급의료 종사자 375명 중 88.8%가 응급실 폭언과 폭행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은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료진에 대한 폭언과 폭행에 대해 관련 규제 강화 및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항주 이사장은 "의료진을 폭행하거나 폭언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굉장히 위축될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도 해서는 안 되지만, 환자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을 향한 폭언과 폭행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A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관계자는 "의료진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사람이다. 그런데 화가 난다고 폭언 및 폭행을 가한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다. 하지만 유사한 의료진 폭행건에 대한 판결을 보면, 오죽했으면 환자보호자가 그랬을까라는 식으로 관대하게 판결을 하고 있다. 특히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른 사람에게는 가중처벌이 돼야 하는 데 오히려 관대하게 넘어간다. 이런 식의 처벌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례로 버스기사 폭행사건이 승객들에게 피해가 하는 상황을 고려해 법이 강화된 경우처럼 의료진이 다친다면, 치료를 받으러 온 다른 환자들에게도 피해가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 제도의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의료진을 폭언과 폭행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운데, 단순한 제도 강화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의료진 폭행의 부적절성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국민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YWCA연합회 안정희 부장은 "환자가 보호받아야 되는 만큼 의료진의 안전도 위협받지 않도록 보호돼야 한다. 특히 치료 받기 위해 내원한 병원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난동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폭력보다 더 높게 처벌돼야 한다. 의료진이 피해를 당한다면, 환자 진료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고, 환자 생명의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고 짚었다.
이어 "다만, 처벌의 강화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때문에 규제 강화에 앞서 사회적으로 의료진 폭행 시 결국, 환자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 확산 및 공감대 형성을 위한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