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실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병원별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44개 상종 중 40곳은 중증질환 중심의 인력 운영을 위해 진료지원(PA) 간호사 규모를 확대한다. 또 사업계획서 제출 병원 중에는 진료지원 간호사의 야간 근무시 온콜체계를 도입하는 등 업무 확대를 명시한 병원도 있다.
일선에서는 상종에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전문의보다 진료지원 간호사 확대가 두드러진 점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중증·응급·희귀질환 환자 케어는 일반적인 경증질환 환자에 비해 더 많은 간호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전공의 공백 이전부터 현장에 투입돼 근무해 왔기 때문에 숙련된 진료지원 간호사들의 확충은 의료 질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14일 A상급종합병원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진료지원 간호사 투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원론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며 "A~Z까지 전공의 업무 전체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A~C 등 제한적인 분야에서 오랜 기간 숙련된 진료지원 간호사들이라면 그 부분에 한해서는 전공의보다 부족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전공의가 부족했던 흉부외과나 일반외과 등에서는 이전부터 진료지원 간호사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진료지원 간호사를 확충해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에 투입한다고 해서 진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전공의 복귀 여부가 올해도 불투명하고 전공의 모집 역시 지원율이 미비한 상황이다. 전문의를 뽑기도 쉽지 않다. 신규 의사 배출은 없는 상황에서 47개 상종 모두. 중증 중심 전환을 위해 관련 전문의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짚었다.
반편, 현장에서 진료지원 간호사들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바른 방향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적·의료적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다.
B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일선에서 근무하는 의사로서 보면, 전공의들의 역할을 상당 부분 진료지원 간호사들이 대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계획서에 진료지원 간호사 충원 계획이 포함된 것은 현실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적 문제뿐만 아니라, 간호사가 특정 시술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해도, 돌발 상황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간호학적 지식과 의학적 지식의 차이로 인해 적절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이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의사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진료지원 간호사 채용을 확대함으로써 의정갈등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적자보전이나 수익 확보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B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시행하는 취지는 중증·응급·희귀질환 환자들이 높은 수준을 갖춘 병원에서 전문 인력에게, 고품질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들은 이 사업을 의정갈등으로 인한 적자 보전과 인건비 절감을 통한 수익 극대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며 "사업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변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