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공동수련 내용을 담은 법안을 두고 전공의 사회에서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비판이 나온다. 전공의가 수련보다 노동력으로 치부되는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지만, 실상 담고 있는 의료기관 공동수련 내용을 보면 전공의 노동력 공급안에 불과하단 이유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발의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되면서 전공의 사이에서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정안은 필수의료 분야 수련전문과목 육성을 국가가 우선 지원토록 하고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 60시간 이내, 연속 24시간 이내 범위에서 정하도록 하는 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수련병원이 국립대병원이나 지방의료원, 의원급 의료기관 등 시·도 내 의료기관에서 상호 협력해 공동수련토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대다수 전공의가 고난이도·중증환자 위주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련받고 있어 지역·일차의료를 접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지방 2차병원에서 근무 중인 A 사직 전공의는 25일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개정안에 대해 "취지와 목적이 배치되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A 사직 전공의는 수련시간을 주 88시간에서 60시간으로 줄이고, 연속수련시간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이는 등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공동수련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내용을 보면 전공의를 지역의료 노동력으로 공급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수련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1·2차 의료기관에선 역량 강화가 아닌 저하될 가능성이 높고, 공동수련은 전공의를 지역 의료기관에 노동력으로 공급하는 방식에 불과할 것이란 이유다.

공동수련 모델이 이미 실패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를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에 파견 보내는 수련 형태를 예로 들었다. 이 역시 서로 다른 의료환경에서 역량을 기른다는 점을 명분으로 했다. 그러나 대한전공의협의회 차원에서 해당 파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질적으로 역량이 강화엔 도움이 되지 않았단 의견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해당 사례는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산하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이 공동수련에 대한 의견을 조회할 때도 등장했다. 지역 2차병원 파견 수련을 경험한 진술인은 의료전달체계는 무너져 있고, 모든 진료과목을 받아서 커버하는 식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배후진료과 의료진은 없어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위험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2차병원 근무로 새로운 술기·환자를 경험하는 등 수련 측면에서 이점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보건복지부는 법제화가 되지 않더라도 지난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언급된 것처럼 올해부터 다기관 협력 수련모형을 도입, 시범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복지부는 시범사업 평가 이후 법제화를 검토하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제화 이전이라도 정부 시범사업을 통해 공동수련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에 대해 A 사직 전공의는 실현 불가능한 시범사업이라고 일축했다. 의정갈등으로 대다수 전공의가 수련을 포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상적 수련환경 체계를 모든 의료기관에 구축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 의료환경에선 실현 불가능한 얘기"라며 "김윤 의원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지역 공공병원과 2차병원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내놓은 법안일 뿐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제화도 정부 시범사업도 결국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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