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학교육평가원 허정식 원장이 의료윤리연구회 온라인 간담회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소개와 역할' 발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전라남도 목포대·순천대 통합의과대학 설립에 대해 학생 교육을 책임질 병원 인프라와 지속 가능한 운영 여건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의대 설립의 목적과 방향, 병원규모와 지역 의료 수요 등 실질적인 기반 마련 없이는 의대 설립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허정식 원장(제주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7일 저녁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온라인 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의평원에 따르면, 목포대와 순천대는 2026년 3월 통합대학교 국립의대 개교를 목표로 지난해 11월 의평원에 예비인증평가를 신청했지만 평가 진행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허정식 원장은 "(통합의대) 설립인가를 받지 않은 현 상태에서 예비인증평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의평원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순천대와 목포대 두 개 대학에서 통합의과대학을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의과대학이 생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료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병원이 있어야 된다. 그런데 목포와 순천에 거주하는 인구는 많지 않다. 그러면 병원을 어디에 세울 것인가. 500병상 이상 병원을 세운다고 하면 운영이 돼야 한다. 일례로 제주도의 경우 인구가 70만명 정도로 목포나 순천보다 인구가 많다. 그럼에도 계속 병원이 적자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병원을 설립한다면 병원협회에서 생각하는 교육병원 수련이 가능한지 의평원 평가인증 등을 받을 수 있을지도 고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교육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역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에 의대를 설립한다고 지역의료가 바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대생들이 제대로 실습을 받고 지역주민들이 보다 나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병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의과대학 설립 자체보다는 그 이후의 현실적인 대학병원 운영을 고려해 현재의 인구와 앞으로의 인구 증감 등을 염두해 두고 의대 및 병원 설립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지역에 의대 설립 후 수도권 대형병원이나 공공의료원 등에서 수련을 받는 것은 가능하지만 학생들이 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임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교육환경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허정식 원장은 "다른 병원에서 환자를 보고 교육하는 부분은 가능하다. 하지만 파견된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두고 자질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을 할지는 물음표"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어 "교육병원이 각 지역마다 있어야 되는 이유는 학생들을 위해서다. 학생들은 그 지역에서 충분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한다. 학생들이 떠돌이처럼 여기저기서 교육을 받는 것보다 주축이 되는 교육센터가 있고 1차 의료기관, 2차 의료기관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역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교육도 지역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최고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병원에서 교육시키고 지역으로 보내는 방식은 교육의 방향성과 지역의료완결이라는 목적 사이에 괴리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안덕선 고려대의대 명예교수는 "타 병원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파견된 학생들은 설움이 크다. 특히 교육 이후 지역병원으로 돌아가 근무를 할 것이라면 최고의 전문화된 병원에 와서 교육받은 후 지역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겠나. 지역완결형 의료를 지향한다면 학교설립과 전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설하려는 의대의 목표가 과연 무엇인지, 전라남도에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의대를 세우려고 하는 것인지, 그곳에서 근무할 교수나 인프라 등은 지속적으로 확보가 가능한지 등 의대 신설의 필요성과 질적 유지를 위한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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