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약품 재정 관리 계획을 발표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윤유경 약제관리실장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가의약품으로 인한 재정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약가 협상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신약 등재 확산과 치료 범위 확대에 따라 약품비 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공단은 실효성 있는 관리 체계를 통해 재정 누수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공단에 따르면 최근 약품비 지출은 고가 항암제, 유전자 치료제 등 고가 신약의 급여등재 및 기준 확대와 더불어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가 맞물리며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약품비는 ▲항암제 3조8000억원(전년 대비 10.8% 증가) ▲희귀질환치료제 2조5000억원(9.7% 증가)을 기록했다.

이에 공단은 비용 대비 효과가 불확실한 고가의약품에 대해 위험분담계약(RSA)을 확대하고, 치료 실패 시 제약사가 비용을 환급하는 성과기반 환급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재정 분담 모델을 가동해 왔다.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지금까지 제약사로부터 환수한 분담금은 총 6823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고가약의 급여 확대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관리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보건의료연구원과 의약품안전관리원 간 협력 연구를 추진한다.

실사용자료(RWD)를 기반으로 고가약의 임상적 효과와 비용 대비 효과를 평가하며, 국민참여위원회 등을 통해 고가약의 정의, 급여 여부, 적정 지불비용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사회적 숙의 절차도 병행할 예정이다.

공단은 이 과정을 거쳐 실제 치료 효과, 사회적 합의, 전문가 자문 결과를 종합해 복지부와 협의하고 고가·중증치료제에 대한 중장기 관리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고가의약품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되, 보험 재정 부담은 줄이기 위해 위험분담계약을 확대·고도화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성과평가 자료 연계를 확대하고, 환급 절차의 적시성을 확보해 고가약 지출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제약사로부터 받은 분담금 일부는 환자 본인부담 경감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에도 활용한다.

공단은 이러한 구조를 체계화하기 위해 약제관리실 산하에 '협상사후관리부'를 신설했다.

이 부서는 위험분담계약 고가의약품에 대한 제약사 분담금을 고지·징수해 건강보험 재정에 반영하고, 일부는 환자 약품비 지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신약 및 산정의약품 등의 약가 협상 이후 합의서 이행 여부를 전담 관리하는 역할도 맡는다.

협상사후관리부는 ▲성과기반 환급 포함, 제약사 환급액 고지·징수를 담당하는 1팀 ▲고가약 관련 환자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2팀 ▲약가협상 합의서 이행 관리를 맡는 3팀 ▲요양급여 합의서 조항 이행을 관리하는 4팀 등 총 4개 팀 체계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면역항암제의 경우 적응증 확대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급여 확대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 사례인 한국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지난 2월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해 위암 등 11개 적응증에 대한 급여기준이 새로 설정됐으며, 현재 경제성평가소위원회, 위험분담소위원회,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등에서 순차적으로 급여평가가 진행 중이다.

공단은 키트루다의 기존 급여 범위 내 지출 현황을 분석하는 한편, 확대된 적응증에 대해 외국 사례를 조사하고 비용효과성과 재정영향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윤유경 약제관리실장은 15일 전문기자단과의 만남에서 "전문가 및 관련 협회의 자문을 바탕으로 제약사와의 약가협상에 사전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유전자치료제, 원샷 치료제 등 고가약제의 사용 범위 확대 협상도 잦아지고 있다. 공단은 근거 기반의 협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의 가이드라인 제정에 착수했다.

윤 실장은 "환자 접근성과 재정 효율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인 협상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지난 3월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업무 절차, 예상 청구금액, 상한금액 설정 기준 등 협상에 필요한 항목을 중심으로 제도의 공신력과 유연성을 반영한 기준 마련에 나섰다.

윤 실장은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제약사와의 협상에서 약제의 특성을 반영하고, 재정영향 분석을 체계화해 국민 건강 증진과 건보재정 건전화 모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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