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부가 2027학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을 위한 '의사 수급추계위원회' 구성에 착수했지만, 위원 구성 과정에서 절차적 투명성과 법적 정당성이 무너졌다는 의료계의 강한 반발이 제기됐다.

지난 23일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가 대한의사협회를 방문해 의료정책에 대한 입장을 나눈 데 이어, 의협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의료계의 정책 제안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의협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의료정책은 국가 운영의 핵심이며, 의료계의 역할도 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출발점인 수급추계위원회부터 방향을 잃었다는 게 의협의 판단이다.

복지부는 지난 18일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다양한 단체에 위원 추천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학회 등 산하단체뿐 아니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같은 임의단체에도 추천 공문이 발송된 점을 문제 삼았다.

현행 보건의료기본법 제23조의2 제6항 1호에 따르면, 위원회는 '보건의료 공급자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제1항 각 호에 따른 보건의료인력 직종별 단체 및 의료법 제52조에 따른 의료기관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과반을 구성해야 한다.

의협은 추천 주체는 이미 법적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의단체에까지 공문을 보낸 것은 기준이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의협과 병협 외 단체들은 법정단체가 아니며, 복지부는 왜 이들에게 공문을 보냈는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만약 법적 단체 외에도 공문을 보낼 수 있다면, 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대위나 대원개원의협의회 등에는 보내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공문 내용의 절차적 미흡함도 지적됐다. 현재 수급추계위원회는 의료 공급자, 수요자, 학계 등에서 각각 전문가를 추천해 15인 이내로 구성되며 이 중 과반은 공급자 측이 맡도록 돼 있다.

김 대변인은 "위원 15인 중 과반에 해당하는 최대 8인을 의협과 병협이 추천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복지부의 공문에는 임의단체별로 몇 명을 추천하라는 기준이 없었고, 추천 인원이 초과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최종 위원을 선정할지도 전혀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이에 김 대변인은 "복지부가 자의적으로 위원을 '선발'하려는 발상은 법 어디에도 없는 월권"이라며 "수급추계위 위원은 각 단체가 추천하고 복지부 장관이 위촉하는 것이 법이 정한 절차"라고 말했다.

의협은 이 같은 절차적 혼선이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료사태의 핵심 원인과도 맞닿아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작년 의료 갈등의 근본 원인은 불투명한 의사결정이었다"며 "누가, 왜, 어떻게 정책을 결정했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가 문제였다. 이런 방식이 수급추계위원회 구성에서도 반복된다면 국민의 신뢰는 회복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의협은 현재 위원 추천을 준비 중이지만 지금처럼 원칙과 기준 없이 보내진 공문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에 공문 발송의 법적 기준과 단체별 추천 인원을 명확히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복지부는 정당하게 추천된 인원을 기준에 따라 위촉해야 하며, 자의적인 판단은 허용돼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끝으로 의협은 정부를 향해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수급추계위원회는 국민 건강과 의료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제도"라며 "지금의 혼란을 정부 스스로 정리해야 할 때다. 결자해지의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025 메디파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