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병원 병실 기준 환아 보호자 인식조사'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왼쪽부터)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최용재 회장, 이홍준 부회장.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성인 중심 병원정책의 틀 안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 병실 기준은 감염병에 취약한 환아들의 특성과 보호자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해 의료현장의 비효율과 불만을 초래하고 있어 소아병원도 분만병원처럼 1인실을 80% 비율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3일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소아청소년병원 병실 기준 환아 보호자 인식조사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최용재 회장은 "환아들의 교차 감염과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1인 병실이 절실하다. 현장에서 직접 듣는 요구뿐만 아니라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보호자 10명 중 9.6명이 1인 병실을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협회에서 지난해 11월 4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QR 코드를 통해 소아청소년 입원 등 환아 보호자 285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다.

1인실을 선호 이유에 대해 49%(1387명)는 다른 바이러스나 세균에 옮을 교차감염 가능성 때문이라고 답했다. 교차감염과 사생활 침해 등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8%(813명)였다. 다른 가족들과의 같은 공간에서의 문제(노출, 소음, 사생활침해, 생활 마찰)는 22%(634명)로 나타났다. 공간의 비좁음은 1%(21명)이었다.

최용재 회장은 "협회가 원하는 것은 산부인과(분만병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1인 병실이 약 80%, 다인실이 약 20% 정도로 바뀌는 기준이 만들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돼야 병상을 운영하고 환자들을 돌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소아청소년병원은 기존 일반 병실 기준인 4대 6 비율(1인실 대 다인실)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다인실은 2인실 이상의 병실을 말한다.

이처럼 제도적으로 정해진 병상 운용 기준이 실제 의료현장의 상황에 맞지 않아 치료 효율성과 환자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홍준 부회장은 "예를 들어 폐렴이나 독감 등 감염병이 유행할 때 장염은 상대적으로 마이너한 질환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4개 병실이 있는 다인실 총 16병상 중 3개 병실만 폐렴 환자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1개 병실은 장염 환자를 위해 비워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제 장염 환아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장염 환자 병실에 폐렴 환자를 입원시켜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교차감염을 우려해야 하고 보호자들의 민원도 많다"며 현행 병실 운영 기준이 실제 진료 환경과 맞지 않아 의료진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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