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정부가 비급여 항목 중 일부를 관리급여로 지정해 높은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는 방식 역시 의료비 절감을 앞세운 조치일 뿐 환자 부담은 오히려 커져 보장성은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9일 복지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급여 적정관리를 위한 논의기구인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가 전날 첫 회의를 진행했다. 이 협의체는 의료계, 환자·소비자단체 및 전문가 등 민간위원 15인과 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 필수의료총괄과장이 참여해 총 17인으로 구성·운영된다.
이 협의체를 통해 관리급여 신설, 비급여 재평가 및 퇴출 기전 마련, 환자선택권 강화 등 비급여 적정 관리방안의 세부 실행방안을 논의·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비급여 논의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선별급여 내 신설되는 관리급여다. 관리급여는 비급여 보고 및 모니터링 등을 통해 진료비·진료량·가격 편차가 크고 그 증가율이 높은 비급여 항목에 우선 적용되고 95~90%의 높은 본인 부담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가 시동을 걸었지만 비급여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이끌기는 어려울 것이며 향후 비급여 항목의 분류, 가격기준, 심사방식 등 실무적 논의 단계로 진입할 경우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A의과대학 교수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는 조정위원회나 심의위원회처럼 의결기구도 심의기구의 성격이 아니다. 그저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정도다. 때문에 협의체를 통해 정책의 심각한 문제, 또는 오류를 지적할 수는 있겠지만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거나 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쟁점이 되는 '관리급여'에 대해서도 용어 정리부터 취지의 명확화 등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추진하면서 비급여 통제에 중점을 뒀던 '예비급여 제도'와 유사해 차별화나 추진하려는 취지를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당시 예비급여제도의 경우 본인부담금을 차등화하는 방식으로 급여로 전환한 후 평가를 거쳐 급여가 불필요한 경우 비급여로 전환하는 방식이었다.
A의과대학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때도 비급여를 전부 없애기 위해 예비급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선별급여 안에 관리급여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용어정리도 제대로 안 됐다"고 비판했다.
또 "협의체에서는 의견수렴 정도겠지만 이후 진행하게 될 실무단계로 접어들게 되면 각계 의견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다. 비급여 적정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종류와 가격 등을 정하게 되고 관리급여도 급여이기 때문에 그 기준이나 금액을 정하고 누가 심사를 할 것인지 등이 쟁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세부사항을 정하는 과정에서 의료계는 물론 환자나 소비자단체에서도 불만이 나올 것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과정들에서 난항이 예상된다"고 했다.
아울러,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진행형식이나 명칭 등은 변경될 수 있겠지만 비급여 관리에 대한 정책기조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의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 구조로는 제대로 된 논의가 힘들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비급여 진료는 소비자와 의료기관 간 사적인 계약에 해당하는 만큼 공적 개입 자체가 구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조병욱 미래의료포럼 정책정보위원장은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의 경우 정부, 가입자, 보험자, 공급자로 구성돼 있고 이러한 구조 자체로는 제대로 된 논의는 어렵다고 봤다.
비급여는 소비자와 공급자간 사적인 계약에 의해 이뤄지는 사적인 재화인 만큼 정부가 비급여를 공적 재화로 보고 개입하려면 '관리급여'라는 모호한 개념을 쓸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급여영역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관리급여는 급여로 처리해야 할 항목을 일부만 급여로 인정하고 90~95%를 환자가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편법"이라며 "환자가 내야 하는 자기부담금이 높아진 상황이 어떻게 보장성 강화라고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 정부가 비급여 관리를 통해 전체 의료비 증가를 통제하겠다고 하고 관리급여 지정으로 그동안 비급여 영역에 있던 것을 급여화해 개수를 확대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결코 보장성 강화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