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선을 앞두고 성분명처방 제도화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한약사회가 더불어민주당의 보건의료 공약에 성분명처방이 포함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사실을 왜곡한 일방적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약사회가 대선 시기의 혼란을 틈타 성분명처방 제도가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공약으로 채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120여 개 직능단체의 정책 제안 중 하나에 불과한 내용을 전면 제도화로 과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성분명처방이 단순한 성분 표기 방식이 아니라, 의사의 고유한 의학적 판단을 요구하는 전문 진료행위라고 강조했다.

약제 선택은 환자의 병력, 병용약물, 약물 반응,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지는 만큼, 동일 성분이라 하더라도 약제 간 임상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생물학적 동등성을 가진 제제라도 흡수율이나 반응 차이는 최대 50%에 달할 수 있고, 이것이 의사들이 성분명처방을 지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의협은 의사의 판단 없이 임의로 약제를 대체할 경우,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이미 현행 법령에서도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대체조제가 환자 중심의 조건 하에 제한적으로만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확대할 정당한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의협은 성분명처방 논의가 결국 처방권을 약사 직역으로 이전하거나 공유하려는 의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김 대변인은 "이 제도는 의료의 기본 구조를 훼손하고 치료의 연속성과 책임 소재를 흐리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약사의 역할은 의사가 진단하고 처방한 약제를 안전하게 조제하고 복약지도를 하는 데 있으며, 진료 판단권까지 개입하는 것은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체계 원칙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논란의 배경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공약 내용 자체도 약사회의 주장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김 대변인은 "공약에 포함된 내용은 국가필수의약품 품절 등 수급 불안 상황에 한해 제한적으로 성분명처방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처방권 문제가 아니라 생산·유통·공급망에 대한 정책 대응 차원"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선거 시기에 다양한 직능단체들이 정책을 제안하고 일부는 공약에 반영되기도 하지만, 실제 입안과 집행에는 사회적 논의와 공적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김 대변인은 "이를 성급하게 제도화된 사안처럼 홍보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말했다.

의협은 성분명처방 제도가 단순한 직역 간 이견이 아니라, 환자 안전과 의료 체계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 제도는 환자에게 더 나은 약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처방권을 약사와 나누자는 논리로 귀결될 수 있다"며 "국민 건강과 안전을 중심에 두지 않는 제도화 논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의협은 성분명처방을 둘러싼 일방적인 해석과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의료계가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을 다시금 환기시켰다.

처방과 조제는 본질적으로 분리돼야 하고, 진료에 대한 판단은 면허를 가진 의사에게 전적으로 위임돼야 한다는 점, 그리고 국민에게는 반드시 안전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치료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정치권과 보건의료계는 단순한 직역 갈등이 아닌, 의료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책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의협은 앞으로도 국민 건강을 해치는 제도적 시도에 단호히 대응하고 사회적 논의의 장을 통해 의료의 원칙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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